좁은 문 열린책들 세계문학 243
앙드레 지드 지음, 김화영 옮김 / 열린책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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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팔리시에는 어린 시절에는 르아브르에 살았지만 의사였던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로는 어머니와 미스 애시버턴과 함께 파리에서 살았다. 그러나 허약했던 제롬을 걱정한 어머니는 매년 여름이면 파리를 떠나 르아브르 퐁괴즈마르에 있는 뷔콜랭 외삼촌 댁에서 머물렀다.

외삼촌 댁에는 외삼촌 부부 외에 제롬보다 두 살 위의 외사촌 알리사와 한 살 아래의 쥘리에트, 가장 어린 로베르가 있었다.

식민지 태생의 외숙모 뤼실 뷔콜랭은 어렸을 적에 보티에 목사 부부가 거두어 르아브르로 데리고 왔었다. 그 후 외국에서 일하던 외삼촌이 집에 돌아왔을 때 보티에 집안의 양녀였던 어린 뤼실을 보고 첫눈에 반해 청혼했다. 보티에 부인은 갈수록 이상해지는 뤼실이 자신의 친자식들에게 나쁜 영향을 끼칠까 봐 외삼촌의 청혼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뤼실은 지금도 여전히 젊고 아름다웠지만 제롬의 어머니는 그녀의 행실 때문에 그녀를 못마땅하게 여겼고, 제롬 역시 외숙모 곁에 가면 야릇한 거북함과 두려움 비슷한 감정을 느끼며 그녀를 경계했다.


제롬은 알리사에게 이끌렸고, 그것은 그녀가 예쁘다는 것과는 별개로 그녀가 가진 어떤 다른 매력 때문이었다. 제롬은 쥘리에트와 로베르와 주로 같이 놀았고, 알리사와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제롬은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2년 뒤의 부활절 방학을 어머니와 함께 르아브르에 있는 플랑티에 이모 댁에서 머물며 외삼촌 댁을 왕래하며 지냈다.

하루는 제롬이 외삼촌 댁에서 점심을 먹고 이모 댁으로 돌아오니 어머니와 이모가 외출 중이어서 제롬은 혼자 시내를 돌아다니는 자유를 만끽했다. 그러다가 문득 좀 전에 헤어졌던 알리사가 보고 싶어 외삼촌 댁으로 달려갔다.

문을 열어준 하녀는 외숙모가 발작을 일으켰다며 제롬이 위층으로 가는 것을 말렸지만, 그는 알리사의 방에 가기 위해 하녀를 뿌리치고 올라갔다. 알리사의 방으로 가기 위해 지나친 외숙모의 방에서 제롬은 외숙모가 자신의 발치에 쥘리에트와 로베르를 세워둔 채 군복 차림의 낯선 사내와 함께 있는 것을 발견했고, 알리사는 울면서 아무것도 모르는 자신의 아버지를 위해 제롬이 본 것을 비밀로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지 않아 외숙모는 그 남자와 도망을 가버렸다.


어머니는 오래전부터 앓아온 심장병으로 숨을 거두셨다. 그로부터 며칠 후 시작된 부활절 방학 동안 제롬은 플랑티에 이모 댁에서 묵었고, 이모는 제롬에게 알리사와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며 자신이 그 둘 사이를 돕겠다고 이야기했다.

그렇게 이모를 따라 외삼촌 댁에 머물게 된 제롬은 이모가 자신의 집으로 돌아간 후에도 계속 외삼촌 댁에 머물며 그 여름을 지냈다. 그리고 파리로 떠나기 이틀 전 제롬은 쥘리에트와 정원을 거닐며 알리사에 대한 자신의 사랑이나 약혼 등에 대해 이야기했고, 예전 자신이 외삼촌과 알리사와의 대화를 엿들었던 지점에 이르러서는 자신의 감정에 빠져 쥘리에트의 말 속뜻을 알아차릴 겨를 없이 자신의 말만 떠벌렸다. 이야기 도중 쥘리에트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제롬의 어깨에 기댔고, 제롬은 그녀를 끌어안고 위로했다. 그리고 발길을 돌려 집으로 되돌아 오려는 순간 창백한 얼굴의 알리사가 허둥대며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보았다.


알리사의 태도에 걱정이 된 제롬은 고민 끝에 알리사에게 약혼을 하자고 청했지만 알리사는 무슨 까닭인지 지금의 상태를 유지하자며 약혼을 반대했다. 그 후 파리로 돌아간 제롬에게 알리사의 편지가 도착했는데, 거기에는 제롬에 비해 자신의 나이가 너무 많은 것과 제롬이 다른 여자들을 만날 기회가 없어 지금은 그렇게 보이지 않다가 나중에 자신이 그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면 너무 괴로울 것 같다는 알리사의 말이 적혀있었다.

이에 제롬은 군을 제대한 아벨 보티에와 함께 알리사를 만나러 퐁괴즈마르에 간다. 알리사는 여전히 차갑게 새침해 있었고, 쥘리에트는 쾌활한 태도로 그들을 맞이해 주었다.

쥘리에트는 대화 도중 펠리시 고모가 그녀에게 어떤 포도밭 주인의 청혼을 알려왔다고 이야기해 주었고, 제롬은 그 청혼자에 대해 반감을 느낀다. 그리고 드디어 찾아낸 알리사와는 대화 끝에 약혼은 하지 않는 것으로 이야기를 마친 후 파리로 돌아갔다. 돌아가는 열차에서 아벨은 쥘리에트에게 반했다는 고백을 했고, 이 말에 제롬은 온통 숨이 막히고 언짢은 기분을 느꼈다.


신년 방학을 보내기 위해 12월 말경 아벨과 함께 르아브르의 플랑티에 이모 댁에 간 제롬은 축제일에 이모 댁에 온 알리사와 쥘리에트를 만났다.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이 끝내고 불이 켜진 후 알리사는 제롬에게 무언가를 이야기하려 했지만, 갑자기 들이닥친 손님들 때문에 몇 마디 대화를 나누지 못한 채 제롬 곁을 떠나 다른 방으로 가버렸다. 이에 제롬은 안색이 좋지 않던 알리사가 걱정이 되어 그녀 쪽으로 가려 했지만 문간에서 반쯤 몸을 숨긴 쥘리에트에게 붙잡혀 온실로 불려가 알리사가 제롬과 쥘리에트의 결혼을 바란다는 충격적인 말을 듣는데….




『좁은 문』은 제롬과 그의 외사촌 알리사와의 사랑 이야기이다. 그들은 서로가 진정으로 사랑하고 주변의 모든 사람들도 그들의 사랑을 응원하지만 그들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바로 그들의 내면에서 사랑에 대한 욕망과 신앙에 대한 절제가 끊임없이 충돌하고 갈등했기 때문이다.

물론 읽으면서 제롬에게 연정을 품고 있던 쥘리에트가 둘의 사이를 방해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제롬 역시 자신도 모르게 그녀에게 호감을 품은 남자들에게 거부감을 느낀다는 표현이 나오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쥘리에트가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한 뒤에도 알리사는 제롬과 거리를 두려고 했다. 왜 그랬을까?


"아! 슬프게도, 이제야 비로소 나는 너무나 잘 깨닫는다. 하느님과 제롬 사이에는 나 자신 이외의 다른 장애물은 없는 것이다."

p.187


후에 공증인이 제롬에게 준 알리사의 일기장에는 알리사 자신이 제롬이 덕성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막고 있는 우상이 되고 있다고 했다. 자신도 역시 하느님에 대한 사랑보다 제롬에 대한 사랑이 깊음에 고뇌하고 괴로워했다. 그러한 갈등 끝에 알리사는 결국 신앙을 선택하게 된다.


알리사의 일기는 극단적인 신앙적 윤리에 집착하고 현실적인 사랑을 죄악시해 일종의 광기를 보여주는 것 같기도 했다. 그녀는 오로지 하느님 말씀과 윤리 안에서 추구하고 누리는 삶 속에서만 진정하고 궁극적인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알리사의 편지를 보면 알리사는 평소 쥘리에트가 누리고 느끼는 행복이 타락했다고 보면서도 그러한 자신의 생각에 의심을 품기도 한다.


알리사의 인생처럼 우리의 삶도 늘 갈등과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하고 싶은 것을 다 하고 살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알리사처럼 무조건 참고 견디는 삶만이 올바르고 행복한 삶인 걸까?

좁은 문을 선택하고 홀로 외롭고 쓸쓸하게 걸어간 알리사는 행복했을까?

그런 알리사로 인해 홀로 남겨진 제롬은?

평범한 결혼을 통해 현실적인 행복을 찾은 쥘리에트는?

다시 한번 읽어보고 작가가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바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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