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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로마 신화 4 : 인간의 다섯 시대 프로메테우스 대홍수 - 정재승 추천, 뇌과학을 중심으로 인간을 이해하는 12가지 키워드로 신화읽기 ㅣ 그리스·로마 신화 4
메네라오스 스테파니데스 지음, 정재승 추천 / 파랑새 / 2022년 4월
평점 :
그리스·로마 신화 속에서 인류는 총합 다섯 번의 시대를 겪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다섯 세대의 인류가 있었고, 그중 세 개의 세대는 신들의 분노, 더 정확히는 제우스를 중심으로 한 신들의 분노에 휩쓸려 사라져버렸고, 네 번째 세대인 영웅시대의 인류는 점차 사라져서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인 철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첫 번째 시대인 황금시대의 사람들은 어떻게 보면 정말 황금이라는 단어가 연상시키는 풍요로움을 제대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풍족한 삶을 살고 있었다. 단지 그들의 불행은 그들이 티탄족이 지배하는 세상 속에서 살았다는 것, 그래서 티탄족을 밀어내고 신들이 지배하게 되면서 이들은 말살되고 만다.
그 후 은 시대의 인류는 나타난 뒤 얼마 되지 않아 허무하게 신들의 분노를 사서 땅 위에서 사라지게 된다.
그렇게 두 시대가 사라진 후 나타난 것이 바로 청동 시대의 인류이다. 이들에게는 이전 시대와는 확연하게 다른 점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그들을 위해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줄 기세인(실제로 간을 희생하기는 했지만) 프로메테우스의 존재였다.
프로메테우스는 인류를 사랑하였고, 인류를 더욱 풍족하게 살 수 있게 하기 위해서 갖가지 노력을 하였다. 그중 하나로는 그리스·로마 신화를 잘 모르는 사람들조차 알고 있을 정도로 유명한 일화인 신들로부터 불을 훔쳐내어 인류에게 전달한 것이다.
그리고 프로메테우스는 여기서 더 나아가 인류가 신들에게 제물로 바쳐야 하는 고기의 부분을 결정하는 자리에서 인류가 신들을 속여 더욱 좋은 부분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뼈 더미에는 먹음직스러워 보이도록 비계 덩어리를 얹었고, 다른 그릇에는 그저 살코기만을 담는 꾀를 전해주었다.
이러한 꾀에 신들의 왕으로서 인간들로부터 받을 제물을 선택하던 제우스는 최고신의 이름이 무색하게도 너무도 쉽게 속임수에 넘어가 버린다.
이에 분노한 제우스는 신들을 모아 판도라라는 이름의 여성을 만들어내어 프로메테우스의 동생 에피메테우스에게 보냈고, 판도라는 결국 제우스의 계획대로 온갖 인류에게 전해질 불행이 담긴 항아리를 호기심을 참지 못해 열어본다. 그 결과 수많은 고통들이 이 세상으로 퍼져 나오게 되었다.
이렇게 프로메테우스의 노력이 무색하게 인류는 고통을 받게 되었고, 이들은 결국 신들이 일으킨 대홍수에 휩쓸려 모두 사라지게 되었다.
그러나 살아남은 이들이 존재하였는데, 아버지인 프로메테우스의 경고에 따라 방주를 만들어 대피를 한 데우칼리온과 그의 아내 피라였다. 이들은 홍수가 끝난 후 신들에게 기도하였고, 결국 새로운 인류를 만들어내게 되었다. 그 결과 영웅시대의 인류는 결과적으로 프로메테우스의 후손과 다름없게 되었다.
그리스·로마 신화 속에서는 종종 호기심이라는 것에 대하여 상당히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며, 호기심들은 대부분 판도라의 항아리처럼 인류 전체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는 것이나, 작게는 개개인이 신들의 분노를 사게 되어 끔찍한 최후를 맞이하게 되는 것으로 마무리가 된다.
그러나 그리스·로마 신화를 계속 읽다 보면 과연 호기심이라는 것이 그토록 잘못된 것일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리스·로마 신화는 신들이 허락하지 않은 호기심을 품는 것에 대한 경고를 하고 있지만, 이것은 신들이 인간들이 호기심을 가지며 계속 탐구하고 발전하여 더 나은 존재로 거듭나 자신들의 지배를 벗어나고 더 이상 자신들을 숭배하지 않을까 경계하고 두려워했기 때문은 아닐까?
그냥 그리스·로마 신화를 읽어 나가는 것도 재미있지만 정재승 박사님이 제시한 키워드에 유념하며 이야기를 읽어나가니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며 색다른 그리스·로마 신화를 즐길 수 있는 것 같다.
다음에 출간될 『그리스·로마 신화 5』는 어떤 키워드를 제시하며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