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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로마 신화 3 : 헤파이스토스 아테나 포세이돈 헤스티아 - 정재승 추천, 뇌과학을 중심으로 인간을 이해하는 12가지 키워드로 신화읽기 ㅣ 그리스·로마 신화 3
메네라오스 스테파니데스 지음, 정재승 추천 / 파랑새 / 2022년 4월
평점 :
그리스·로마 신화 속 신들은 그 모습이 인간과 매우 유사한, 솔직히 말하자면 쓸데없는 부분에서 인간성이 있는 존재들이다. 그렇기에 그리스·로마 신들의 이야기는 대부분 신들끼리 싸우고, 신이 거인과 싸우고, 신이 인간과 싸우고, 신이 인간들 무더기와 싸우는 등, 옛날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유서 깊은 이야기가 아니었다면 그냥 신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놈들의 쌈박질하는 이야기투성이일 뿐이다 싶을 정도로 싸움, 다툼, 신경전, 산전, 수전, 공성전, 집단전 등의 각종 싸움 양식으로 점철되어 있다.
그리고 그 싸움, 다툼을 우아하고 고상하고 문학적으로 한층 미화하면 그게 바로 '갈등'인 것이니, 그리스·로마 신화는 갈등투성이인 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그리스·로마 신들 중 가장 고생을 많이 하고, 이리저리 치이고 다니고, 원치도 않는데 여러 신들과 갈등이 일어나게 되는 신을 꼽자면 단연코 헤파이스토스일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드라마틱 하게 구름 위로부터 바다로 강제 다이빙 시켜져서 지상에 탄생 신고를 하는가 하면, 올림포스의 신들은 정작 그를 버려놓고는 나중에 필요하니 온갖 속임수를 동원해 올림포스로 끌어들여 이곳저곳에 부려먹으면서 그를 뼛속까지 우려먹는다.
아프로디테에게 된통 속기도 하지만, 헤파이스토스도 이에 대한 보복으로 아레스와 아프로디테에게 망신을 주기 위해 복수를 감행하기도 한다. 이외에도 기타 등등의 사건들이 일어나며 헤파이스토스는 파란만장한 신생(神生)을 보여준다.
그리스·로마 신화의 신들 중에서 올림포스의 신들로 한정을 지을 때 가장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신이 누구냐고 그리스·로마 신화를 읽어본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절반 이상은 아테나를 선택할 것이다. 물론 나머지 절반 정도는 권력이나 명예, 그리고 각종 개인적으로 원하는 것에 꽂히면 멈출 줄을 모르는 다른 신들과는 달리 차분하고 배려심이 넘치는 것을 넘어서 상징인 화로처럼 따뜻하게 모두를 포용하는 헤스티아를 선택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리스·로마 신화 속 신들은 '완벽한 존재 따위는 없다'를 최선을 다해 보여주는 듯 쓸데없는 부분에서까지 인간미를 보여준다. 한없이 완벽하고 냉철하며 이성적 판단을 내리는 아테나조차도 감정적으로 행동한 것이 있었는데, 바로 그 유명한 아라크네와의 베짜기 시합이 그중 하나이다.
아라크네는 자신의 실력이 아테나보다 뛰어나다고 자신하며 이를 자랑하고 다녔고, 이에 아테나는 아라크네를 설득하여 여신에 대한 경의를 표하게 하려 했으나 아라크네가 듣지 않자 아라크네와 베짜기 시합을 벌이게 된다. 그 결과 아라크네는 흠잡을 데가 없는 수준의 베를 짜 내었다. 그러나 아테나는 아라크네가 짠 베가 신들의 부정적 모습을 담고 있다는 것에 분노하여 아라크네를 거미로 만들어 버렸다.
과연 신과 필적할 만한 실력을 가진 것을 자랑하는 것이 제재를 받고 벌을 받을만한 일일까?
이런 모습들을 보면 그리스·로마 신화 속의 신들이 완전무결하기 때문에 신이라 불린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들은 단지 인간들보다 조금 더 오래 살고, 조금 더 강하고, 조금 더 특출난 능력을 가졌기에 신이라 불렸던 것이 아닐까?
그들은 같은 이야기 속에 나오는 인간들처럼 속기도 하고, 때로는 당하기도 하고 분노하고 실수하는 등 내적·외적으로 여러 갈등을 겪는다. 이러한 인간적인 모습들이 우리에게 그리스·로마 신화 속 신들을 더욱 친근하게 느껴지게 만들고, 이것이 그들의 이야기가 오랜 시간 동안 사랑받아온 이유일 것이다.
이 책에서는 헤파이스토스, 아레스, 아테나, 포세이돈, 헤스티아의 모습들을 통해 그 갈등의 여러 가지 양상들을 찾아볼 수 있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책이니만큼 누가 읽어도 이해가 쉽고 재미있게 접근하고 있어 그리스·로마 신화를 처음 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