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와 고아들
켈리 반힐 지음, 이민희 옮김 / 양철북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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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곡의 바위' 마을은 이웃들에게 친절하고, 사랑이 넘치는 화목한 마을이었다. 어느 날 갑작스런 화재로 도서관이 타버리고, 잇달아 길지 않은 기간에 걸쳐서 학교, 주택, 상점 등이 화재에 휩싸여 잿더미가 되어버리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렇게 갑작스런 화재가 있은 후 사람들은 점점 각박해지기 시작하였고, '협곡의 바위'에서는 '사랑'이 사라져버린 듯하였다. 이는 고아들의 집에 사는 아이들도 알았고, 또 계속 생각했던 문제였다.

사랑이 사라져버린 것일까, 아니면 원래 없던 것이 과대평가되었던 것일까?

하지만 이들은 답을 낼 수 없었다. 그래도 이들이 확고하게 내린 결론 중 하나는, 무슨 이유이든 간에 그건 절대로 마을 외곽에 사는 오거 때문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오거가 '협곡의 바위' 외곽에 살게 된 것은 도서관이 불탄 지 얼마 되지 않은 때부터였다. 오거의 수명은 매우 길었기 때문에 오거는 이곳저곳에서 살았었고, 그중에는 산속 깊은 곳에 있는 오거족 마을도 있었다. 그곳에서 몇백 년을 살았는데, 어느 날 긴 여행에서 돌아온 오거는 마을이 불타버리고 아무도 남지 않은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오거는 다시 떠나게 되었고, 여행을 하던 중 처참한 화재를 겪은 마을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오거는 자신이 예전에 지냈던 마을과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하였고, 그 마을을 찾아가게 되었다. 그렇게 도착한 오거는 까마귀들과는 친하게 지내지만(까마귀들은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가 마을 외곽에 도착했음을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을 만큼 조용했고, 주변에 아무런 피해도 끼치지 않았다.

이런 사실을 알았던 아이들이기에 오거가 사랑이 사라진 원인이라는 사람들의 생각이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도서관이 불타버리는 사고를 시작으로 마을 사람들은 하나 둘 서로에 대한 사랑을 잃어갔고, 이를 해결하고 싶어 했던 사람들마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막막해 했다.

그러나 단 한 명, 오거만은 달랐다. 그는 어떻게 해야 할지, 어떻게 마을 사람들이 겪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해 주어야 할지는 몰랐다. 그렇지만 그는 그가 할 수 있는 것, 이웃에 대한 작은 도움이라도 되기 위해 빵을 구워 나눠주기 시작했다.

아무도 그가 한 일인지 몰랐지만, 오거는 애당초 알리기 위해 한 일이 아니었기에 상관이 없었던 것 같았는데…….



고아들의 집에 사는 아이들은 '협곡의 바위'의 일원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그들은 사랑이 사라져버렸음에도, 심지어 그 일이 그들이 태어나기도 전에 벌어진 일임에도 마을 사람들이 잃어버린 사랑에 대해서 끝없는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 어떻게 하면 그 사랑을 다시 찾아올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고아들의 집의 원장님이 늘 말씀하시고는 했던 예전의 서로에게 다정하고 친절했던 사람들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한다. 이런 부분에서 아이들은 오거와 닮은 것 같다.


오거는 사랑을 잃어버린 '협곡의 바위' 사람들을 보며 문제를 해결해 주고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이내 자신이 해결해 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러나 오거는 그러한 상황에 체념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마을 사람들을 위해 빵을 굽고, 자신이 나눠줄 수 있는 것을 나눠준다.

어떻게 보면 미련한 행동이면서 또 이해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서로에게 한없이 날카로웠는데 그 날카로움이 빵 몇 조각으로 해결이 가능할까? 실제로 마을 사람들은 아침에 문 앞에 놓여있는 빵을 볼 때마다 이웃들이 혹여나 이 광경을 목격하지 않을까 서로를 경계하며 그 날카로움을 한없이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때로는 이 오거처럼 미련하고도 순진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생각지도 못한 큰 변화를 가져다줄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된다.

마을 사람들의 모습이 그러했다. 물론 완전히 바꾸지는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거가 이웃에게 조건 없이 사랑과 관심을 베푸는 모습은 단순히 '협곡의 바위' 사람들을 넘어서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마음 깊숙한 곳이 따뜻해지는 느낌을 갖게 만든다.


『오거와 아이들』은 오거와 용, 그리고 말을 하는 까마귀들(물론 아무도 알아듣지는 못하지만)이 나오기에 판타지적 요소가 강하다.

그러나 이 책에 담겨있는 내용들을 보면 단순한 판타지가 아니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소설을 읽을수록 '협곡의 바위' 사람들 그리고 고아들의 집의 아이들을 통해 문득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을 돌아보게 되고 이웃의 따뜻함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오거와 아이들』은 시간과 공간 더 나아가 세상을 뛰어넘는 감동과 교훈을 주는 이야기이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같이 읽고 우리에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다 같이 고민해 봤으면 좋겠다.





*출판사로부터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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