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인생 열린책들 세계문학 275
카렐 차페크 지음, 송순섭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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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세월 만나지 못했던 옛 친구의 집을 방문한 포펠 씨에게 이웃에 사는 의사가 포펠 씨의 친구는 동맥경화로 이미 죽었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이 소식에 포펠 씨는 자신은 아직 모든 것이 정상이라는 생각에 안도감을 느끼는 반면 그가 포펠 씨보다 아래 연배로 아직 일흔도 되지 않은 나이였다는 것을 떠올린다.

프라하 교통부의 퇴직 공무원이었던 포펠 씨의 친구는 처신이 분명하며 정직하고 양심적인 좋은 사람이었고, 포펠 씨는 사람들이 그런 점잖은 사람에 관해 아는 게 별로 없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이에 의사는 친구가 건강이 나빠졌을 때 자신의 삶에 대한 글을 썼고, 병이 악화되었을 때 그 기록을 자신에게 남겼다는 것을 말하며 포펠 씨에게 그 책을 보여준다.


'나'는 정원을 가꾸다가 갑자기 <죽음의 느낌>을 강하게 받은 후 주변을 정리해 나가기 시작한다. 더 이상 아무것도 정돈할 게 남아있지 않았음에도 계속 무언가 남아있는 것 같은 허전함을 느꼈고 어느샌가 주위에서 정돈해야 할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남아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나의 삶을 정리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 위해서 자신의 삶을 짧고 간결하게 기록하기로 결심한다.


어린 시절 소목장이였던 아버지의 작업장에서 아버지의 조수 프란츠가 대패를 들고 다가오며 장난을 치는 기억부터 시작하며 '나'의 기록은 시작된다. 나는 어른들의 세계 속에서 나만의 조그만 세계를 가지고 있고 그곳은 누구와도 나누고 싶지 않은 가장 커다란 행복의 장소였다. 이렇게 혼자 놀던 아이는 다른 아이들에게 무시당하기 일쑤였고, 최소한 학교에서라도 뛰어나야 한다고 마음먹고 모범생이 되었다.

나는 외로움을 타고 붙임성이 없었기에 책에 빠져 살았고 공부를 잘했다. 자연스러운 수순처럼 상급학교로 진학했고 졸업시험에 합격 후에는 김나지움 선생이 되기 위해 대학의 철학과에 등록했다. 그러나 나는 뚱뚱한 주정뱅이 시인을 알게 되었고 그로 인해 나의 인생의 계획은 방향을 틀어버렸다. 나는 더 이상 대학에 등록하지 않고 시를 썼고 그로 인해 아버지와 갈등을 겪으며 아버지에게 보란 듯 경제적 독립을 보여주기 위해 철도청 하급 공무원 자리에 취직하게 된다.


철도 하급 공무원이 된 나는 여러 역을 전전하다 옮겨 간 역의 노신사 역장의 딸과 사랑에 빠졌다. 그녀는 독일 사람이었는데 병든 나를 정성껏 돌봐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처녀의 천사 같은 순수함 앞에서 나는 열에 들뜬 듯 프라하에서의 지나간 사랑들을 털어놓았다. 수치스럽고 공허했던 주인공의 지나간 이야기를 듣고 여자는 충격을 받은 듯 움직이지 않았고 그 모습에 나는 이내 후회하며 내뱉었던 모든 말을 취소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그러한 나에게 처녀는 자신의 애절하고 간절한 사랑을 표현했고, 두 사람은 서로를 신뢰하고 서로에게 헌신하는 마음을 가지며 결혼한다.

그리고 결혼 후 나는 장인의 영향력으로 큰 역으로 옮기게 되었으며, 나는 아내와 가정에 충실하며 미래를 설계하며 재산에 애착을 가지기 시작했다. 나는 직장에서 출세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고, 마침내 이른 나이에 근사한 역의 역장이 되는데…….



자신의 삶을 온전한 눈으로 들여다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평범한 인생』의 주인공은 유년 시절부터 찬찬히 자신의 평범한 인생을 온전하게 뒤돌아봤다. 그러나 어느 순간 자신이 적은 평범한 인생이 온전한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평범을 가장한 인생에도 여러 가지 동기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며 자신이 적은 평범한 인생의 이야기 행간에 숨겨 둔 억척스러웠던 모습들에 대해 직시하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평범한 인생 속에서 평범한 행복을 누렸던 자기 자신과 그 속에서 출세를 위해 억척스럽게 몸부림치던 또 다른 인물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내면에서 우울증 환자의 모습을 한 세 번째 인물도 있었음을 인정하게 된다.


인생이 세 개였다면 단순할 문제였지만 인생은 하나뿐이니 이 세 개의 삶은 서로 뒤섞여 있고, 필요한 순간마다 각각의 다른 모습의 삶이 두각을 나타낸 것임을 깨닫게 된다. 그것이 전체적으로 볼 때는 한 개의 평범하고 단순한 삶으로 드러났을 뿐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야기는 끊임없이 또 다른 여러 자아들이 나타나 갈등하고 다시 타협하는 모습들을 보여준다.


평범한 인생을 이야기하며 '아! 나는 이렇게 평범하지만 행복하게 잘 살았구나.'로 끝날 것 같았던 남자의 인생은 자신의 삶을 온전한 눈으로 들여다보며 깨달은 모순 속에서 적잖은 혼란을 느끼며 갈등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결국 그렇게 자신을 들여다보던 남자는 자신의 인생을 구성하는 여덟 개의 삶이 있었음을 인지하고 자신에게 시간이 조금 더 주어지고 정신이 맑았다면 조금 더 많은 자아와 삶들을 발견하게 되리라는 것을 깨닫는다.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결코 평탄하지 않고 나름의 굴곡을 가지고 있다. 각자가 인생의 갈림길이나 고비에서 항상 선택을 하게 되고, 그 갈림길이나 고비가 지난 후 뒤돌아 봤을 때 다른 선택에 대한 미련이 남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그런 선택의 순간과 우리가 내린 모든 결정들이 모여 우리들의 평범한 삶을 이룬다. 그것이 순수하든 욕망으로 가득 찼든, 아니면 단순한 이기심의 발로였든지 간에. 이것은 결코 누구 한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특별한 것이 아닌 이 세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이들의 삶을 이루는 것들이다.

나의 평범한 인생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뒤돌아보게 하는 소설이었다.

나는 정말 나의 평범한 인생에 만족한다.

그런데 나의 인생은 정말 평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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