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인간
허버트 조지 웰스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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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초 그해 마지막 폭설이 내린 어느 날, 겨울철에는 아무도 찾지 않는 아이핑 마을에 한 남자가 세찬 눈보라를 뚫고 찾아왔다. 그는 코끝을 제외하고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을 빈틈없이 감싸고 있었다. 그 남자는 홀 부인이 운영하는 <역마차>에 숙박하기로 정했고, 홀 부인은 유일한 손님인 그 이방인을 위해 정성껏 점심 식사를 준비해 그가 묵는 객실로 가지고 갔다.

객실에 난로를 지펴줬음에도 그 방문객은 여전히 눈에 젖은 모자와 코트를 착용하고 있었고, 그의 옷을 적시고 있던 눈은 녹아내려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에 홀 부인이 그의 젖은 외투와 모자를 말려다 준다고 제안했으나 남자는 거절한다.

그의 식사를 차려주고 객실을 나선 홀 부인은 소스를 빠뜨린 것을 알아차리고 소스를 준비해 객실에 가져갔다가 외투와 모자를 벗고 식사를 하고 있는 그가 온 얼굴에 흰 붕대를 감고 있는 것을 목격하고는 깜짝 놀란다. 그리고 이내 곧 그가 큰 사고를 당해 수술을 겪은 것으로 받아들인다.


다음 날, 그 이방인의 짐을 화물 집배원 피어렌사이드가 브램블허스트 역으로부터 실어 왔다. 그것을 기다리고 있던 남자가 반기며 마중 나갔을 때 피어렌사이드의 개가 그에게 적의를 띠고 달려들어 그의 손과 다리를 물었다. 이에 그의 장갑과 바지가 찢어지며 그는 급히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고, <역마차>의 여주인의 남편 홀이 걱정하며 그 이방인의 객실로 찾아갔을 때 그는 무언가를 봤다는 것을 인지할 시간도 없이 심하게 얻어맞고 나자빠지며 문밖으로 쫓겨났다. 그러나 피어렌사이드는 자신의 개가 그 이방인을 물었을 때 찢어진 바지와 장갑을 통해 그 안이 새까맣고 아무것도 없음을 목격한다. 그는 이를 통해 그 이방인이 흑인이라고 오해한다.


그날 저녁 홀 부인이 식사를 가지고 객실로 갔을 때 그 손님은 그녀가 들어온 것도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자신의 작업에 집중하고 있었다. 어질러져 있는 마룻바닥을 정리하고 테이블 위에 쟁반을 올리던 홀 부인은 뒤로 돌아보던 남자와 눈이 마주쳤고 안경을 벗은 그의 눈구멍이 심하게 움푹 팬 것을 발견한다. 하지만 이내 남자는 벗어뒀던 안경을 다시 쓰고 그녀에게로 되돌아서며 방해하지 말 것을 요구한다.

홀 부인은 어질러진 마룻바닥에 대해 불평하려 했지만 남자는 문제가 있거나 손해를 보면 청구서에 적어두라는 말로 그녀의 말을 끊어버렸다.


이 기묘한 이방인은 아이핑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일반 의료인 커스 역시 붕대를 감고 있다는 그에 대한 흥미를 억누르지 못하고는 핑곗거리를 만들어 이방인의 객실로 들어갔다. 커스가 들어간 뒤 객실에서는 꽤 소란스러운 소리가 났고 얼마 후 커스가 창백한 얼굴로 객실을 나와 곧장 마을의 교구 목사 번팅에게로 가 그가 목격한 것을 말했다. 커스는 그 이방인이 무언가를 설명하기 위해 팔을 들었을 때 소매 속이 텅 비어 있는 것을 보았다고 했다. 그리고 분명 빈 소매였지만 그것을 건드렸을 때에는 팔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을.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지만 자유로웠던 이방인의 생활은 4월 말 경 홀 부인의 청구액을 지불하지 못하고 기다려 달라는 말을 한 순간 어그러지기 시작한다.

얼마 후 성령 강림절 월요일 새벽에 목사관에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절도범에 의한 기괴한 절도 사건이 발생한다. 같은 날 새벽 <역마차>에서는 홀이 이방인의 객실과 현관문이 열려 있는 것을 보고는 홀 부인에게 이야기했고, 이에 객실 안으로 들어갔던 홀 부인은 물건들이 공중을 날아다니며 공격하는 기이한 현상을 경험하고는 그 방에서 쫓겨나다시피 나오게 된다. 이후 홀 부인은 그 이방인이 아무리 벨을 누르며 불러도 응답하지 않으며 식사조차 차려주지 않았다. 화가 난 이방인은 객실에서 나와 그 일에 대해 홀 부인에게 이야기했지만 오히려 홀 부인은 청구액을 지불하지 않은 이방인에게 따져 묻는다. 이에 화가 머리끝까지 난 이방인은 자신의 몸을 감고 있는 것을 하나씩 벗으며 정체를 드러내는데…….



재능 있는 물리학자 그리핀은 자신이 실험체가 되어 투명인간이 되는 것에 성공한다. 실험 전에는 투명인간이 됨으로써 이루고 가질 수 있는 좋은 면만 생각하고 꿈꾸었다가, 실제 그것이 현실이 되고 나자 그것의 단점을 겪게 되며 원상태로 돌아오고자 실험하나 돌아오지 못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을 향한 차갑고 혐오하는 시선과 적대하는 이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고, 그러한 일들의 반복 속에서 그는 자신을 적대시하는 사람들을 이해시키기보다 그들 위에 군림하여 그들을 통제하고자 하는 결심을 하게 된다.


그리핀은 도망 중에 우연히 만나게 된 대학 다닐 때의 친구인 켐프를 믿고 그에게 자신의 비밀과 자신의 결심을 모두 털어놓으며 조력을 구하지만, 켐프는 과장된 신문기사와 소문만 믿고 자신과 다른 투명인간에게 두려움을 느끼고는 그리핀에게 마지막으로 남은 인간에 대한 믿음을 배신한다.

그리핀은 자신의 존재를 숨기기 위해 조용히 달아나지만 공중에 떠다니는 쇠막대를 호기심과 흥분으로 쫓아오고 자신을 향해 지팡이를 휘두르는 윅스티드를 살해한 뒤 조용히 숨지 않고 세상을 향해 복수하기로 결심한다.


투명인간도 음식과 휴식과 신체의 안전보장이 필요한 우리와 같은 인간일 뿐이지만, 다른 사람들은 자신의 모습과 다른 투명인간에게 두려움을 느끼고 그를 인간이 아닌 괴물로 취급하며 무조건적인 적대감을 보이며 공격한다.

이것은 사건이 시작된 아이핑의 사건에서만 보아도 알 수 있다. 투명인간은 단순히 자신의 것들을 챙겨 떠나고 싶어 했지만 그를 적대시하는 아이핑 사람들에 의해 저지 당했고, 이것은 어느샌가 물리적인 충돌로 변하며 마치 투명인간만의 잘못인 것처럼 매도되었다. 다른 사람들은 투명인간을 인간이 아닌 이성을 잃은 폭력적인 존재로 치부했고, 이것은 투명인간이 다른 이들을 쓰러뜨리고 때려눕히는 것으로 만족을 얻는 정신이 이상한 괴물처럼 여겨지게 했다.


그러나 투명인간이 된 후 그리핀이 저지른 하숙집 방화나 도둑질 같은 일들은 그가 나쁜 의도를 가지고 일을 저질렀다기 보다 오히려 그를 방해하고 해를 끼치려는 사람들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불가피하게 저지를 수밖에 없는 일들이 많았다. 그래서 방화에 대해 켐프에게 털어놓을 때도 보험처리가 될 거라는 말을 언급한다.


과장된 기사와 소문만 믿고 다른 사람들을 선동하여 투명인간을 극한으로 몰아넣어 고립된 투명인간이 살기 위해 처절하게 몸부림치게 만든 켐프를 과연 정의로운 인간이라 말할 수 있을까? 그도 결국엔 학문에 대한 열의든 다른 어떤 것을 위한 것이든 그리핀이 남긴 실험 과정이 적힌 책을 끊임없이 찾는 자신의 욕심을 드러낸다.

이런 켐프 같은 인물은 실제 현실의 우리 주변에도 존재한다. 그리고 켐프의 선동에 넘어가는 우매한 사람들 역시 우리 자신의 모습일 수도 있다.

만약 그리핀이 투명인간이 되었어도 육체적 안정이 보장되고 다른 이들과 똑같은 대우를 받았다면, 그가 불안정한 심리상태와 '두려움의 통치'라는 광기에 이르렀을까?

투명인간은 마땅히 처단되었어야만 하는 존재였을까?

악한 존재는 투명인간이었을까, 아니면 그를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로 보고 무조건 공격한 아이핑이나 버독의 사람들이었을까?

투명인간 그리핀의 입장에서 고민을 많이 해 본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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