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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인간
허버트 조지 웰스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22년 3월
평점 :
『진척이 없어.』 그는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진척이 없어. 삼십만 번, 사십만 번! 셀 수 없이 해봤잖아! 속은 거야! 내 인생 전부를 잡아먹을지도 몰라! …참자고! 정말 참으면 되는 건가! …이 바보야! 바보야!』
다음 날, 그가 기다리던 짐을 화물 집배원 피어렌사이드가 브램블허스트 역으로부터 실어 왔다. 그의 짐이 객실로 옮겨지자마자 이방인은 그것에 달려들어 정신없이 자신의 실험도구들을 꺼내 즉시 자신의 작업에 착수했다.
남자는 홀 부인에게 자신이 작업하는 동안에는 방해받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표현했고, 이에 홀 부인은 문을 잠그라고 이야기했다. 이 이방인은 오후 내내 문을 잠그고 자신의 연구에 몰두했다. 그의 방은 거의 조용했으나 가끔 무언가 깨지는 소리 같은 것과 그의 다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홀 부인은 무슨 문제가 생긴 게 아닌가 싶어 객실 앞으로 가 문은 두드리지 않고 가만히 방안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방에서는 그 손님의 격한 고함소리만 들리는데….
남자는 누구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아서 아이핑이라는 외진 곳에 왔다지만 오히려 이렇게 외부와 왕래가 많이 없는 곳을 택한 것이 실수가 아니었나 싶다. 외지고 새로울 게 없는 곳에 새로운 사람이나 새로운 물건이 나타나면 그곳의 사람들은 다들 호기심을 갖고 관심을 기울이기 마련인데.
그리고 대체 어떤 실험이기에 그만큼 수많은 실패를 계속하는 걸까? 속은 거라고? 대체 누구에게 무엇을 속았다는 거지?
남자의 사연이 점점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