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계획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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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도 HTV 배 스키점프 대회에서 텔레비전 해설자는 하라공업팀의 니레이 아키라의 승리를 예상했고, 실제 니레이는 다른 선수들보다 확연히 우세한 기량을 선보이며 1, 2차 시기에서 선두에 나서며 우승을 거머쥐었다. 니레이는 일본의 마티 뉘케넨이라고 불리며 최근 스키점프 국내 대회에서 연전연승을 거두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해외 원정 경기에서도 몇 번이나 수상을 기록했다. 다들 니레이에게 올림픽 금메달을 기대할 정도로 그는 일본 스키점프계의 유망주이자 구세주였다.

그런 니레이가 대회 다음날 경기장에서 연습 중에 쓰러져 죽었고, 그의 죽음은 독극물에 의한 사망으로 의심되며 경찰 수사가 이루어졌다.


수사를 맡은 삿포로 니시경찰서 형사들은 즉시 현장으로 출동해 니레이의 사망 현장에 있었던 니레이의 애인 스기에 유코를 포함한 니레이의 코치 미네기시와 스키점프 경기장 관리인 등을 탐문조사하였다. 자살의 가능성도 생각해 보았지만 사람들을 탐문한 결과 니레이는 조울증에서 울증을 뺀 조증만 가졌다 할 정도로 명랑한 성격이었고 그다지 섬세하지 못했기에 자살은 생각하지도 못했을 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렇게 사건은 아무런 실마리도 잡지 못하고 미궁으로 빠지는 듯했으나 코치 미네기시로부터 들은 니레이의 캡슐형 비타민제 복용은 사건 해결의 중요한 단서가 된다.


제출받은 니레이의 비타민제의 감식 결과 그중 다섯 개의 캡슐에서 독극물이 검출되었고, 그 캡슐들은 누군가 개봉했다가 다시 붙인 흔적이 있었다. 이로써 니레이가 살해된 것이 공식화되었다.

니레이의 죽음이 살인 사건으로 확인되자 주도권은 홋카이도 경찰본부 수사 1과로 넘어가게 되었고, 형사들은 스키점프 관계자들 전원을 상대로 대대적인 탐문조사를 벌였다. 그리고 스키점프계의 독보적 선수의 죽음에 언론사들이 몰려와 취재 경쟁을 벌임으로써 스키점프팀의 합숙소로 쓰이고 있는 호텔 마루야마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히무로코산팀의 사와무라 료타는 니레이와 특별히 친한 사이가 아니었기에 니레이의 죽음이 그리 슬프지는 않았지만 뭔가 커다란 것을 잃어버린 듯한 묘한 기분을 느꼈다.

게다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넘을 수 없는 벽 같은 존재였던 니레이를 따라잡으려고 노력해 왔는데, 요즘 들어 갑자기 닛세이자동차팀의 스기에 쇼가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여태까지 별로 위협적이라고 느낀 적도 없었는데 근래에 갑자기 기술이 확 바뀌었고 허벅지 뒤쪽의 근육도 엄청 발달해 있었다.

사와무라는 스기에 쇼에 대한 의혹의 마음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날 저녁 전국 스키점프 대표팀은 앞으로 어떻게 할지 각 팀의 감독과 코치들이 미요시 총감독의 방에 모여 향후 대처 방향을 논의했다. 그러나 그들도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고 무엇보다 그들 마음속에는 니레이를 죽인 범인이 스키점프 관계자 중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 있었기에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며 제대로 된 토론을 할 수가 없었다.

아무런 성과 없이 각자 방으로 돌아갔고 팀의 유일한 선수를 잃은 미네기시 역시 사람들의 위로를 받으며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관련 뉴스를 보기 위해 텔레비전을 켰지만 뉴스 프로그램이 나오지 않아 그대로 잠시 누워 눈을 붙였다. 점프하는 니레이의 모습이 머릿속에 선명하게 그려졌고… 그다음에는 갑자기 니레이가 스기에 쇼로 변했다. 깜짝 놀라 눈을 뜬 미네기시는 자신은 분명 제대로 잘 했다고 되뇌며 머리를 식히기 위해 세면대로 가서 찬물로 세수를 했다. 그리고 그곳 거울 앞에 자신 앞으로 온 편지가 놓여 있는 것을 발견하고 읽는다. 편지를 반복해 읽어감에 따라 미네기시의 손은 사정없이 떨렸다.

'니레이 아키라를 죽인 사람은 너다. 자수해라.'



스포츠란 즐거운 놀이와 경쟁이 합쳐져 정해진 규칙안에서 서로의 기량을 정정당당히 겨루어 나가는 것이다. 이러한 스포츠를 통해 사람들은 분열 속에서도 화합과 발전을 이루어왔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들이 점점 과도하게 경쟁의 요소에만 집착하다 보니 다양한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선수와 팀은 승리에만 집착하여 스포츠 자체의 즐거움과 선의의 경쟁이라는 것은 이미 교과서적인 이야기가 되어가고 있다. 팬들 또한 스포츠를 왜곡되게 보고 있다. 이제 어느 누구도 참가하는 것에 의의가 있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승리하지 못한 해외 출전 경기 기사에 엄청난 악플이 달리는 것 또한 현실이다.

스포츠에는 오로지 승자와 패자만 존재하고 있다.


이 소설은 이러한 여러 가지 폐단을 지적하고 있다.

스키점프 선수들은 오로지 경기 기록만을 위해 도약하고 있다. 그들이 처음 스키점프를 시작했던 이유는 이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니레이는 그 어떤 외부적인 것에 의해 흔들리지 않는 선수였다. 오로지 내면에 있는 자신의 동기에 의해 날았다.

'태양을 향해 날아라!'

그런 니레이가 왜 살해당해야만 했을까? 살인범과 살인범의 살해 동기를 추리해 나가는 것 또한 이 소설을 읽는 묘미였다. 그리고 깜짝 놀랄만한 살인범의 정체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과학 스포츠라는 미명하에 다른 사람들은 모르모트로 삼아 실험하고, 그것에서 데이터를 얻고, 단지 1등이라는 것을 만들기 위해 인간의 타고난 개성을 버리게 하고 온몸에 전깃줄을 휘감은 채 컴퓨터의 지시대로 움직이는 사이보그로 만들어버리는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이야기는 도핑 테스트가 발전하는 만큼 도핑 기술도 발전하여 검사를 피하는 방법이 다양하게 개발되고 도핑의 부작용을 억제하는 연구 또한 진전되는 등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지지 않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도핑을 했지만 도핑을 증명할 수 없으면 도핑이 아니라는 거지 같은 논리를 내세우는 인물을 보며 정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흔히들 스포츠는 과학이라고 하지만 그것이 과연 인간의 윤리를 저버렸을 경우에도 해당이 되는 것인가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활짝 피어나지 못하고 진 니레이 아키라라는 인물에 대해 여운이 많이 남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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