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광
렌조 미키히코 지음, 양윤옥 옮김 / 모모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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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키코는 문화 센터에 가야 한다는 이유로 4살배기 딸 나오코를 언니인 사토코에게 맡겼다. 사토코는 유키코의 과도하게 자유분방하면서도 무책임한 성격을 예전부터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으나, 전에도 그랬듯이 그냥 나오코를 맡아주기로 하였다. 하지만 치과 예약이 있었고, 나오코는 어렸기에 아무리 사토코의 딸 가요와 함께 있는다고 해도 사토코가 치과 진료를 받는 동안 기다리는 것을 견디지 못할 것 같아 시아버지 게이조에게 맡겨두고 가요와 함께 외출하였다.


그 후 집에 돌아왔을 때는 치매에 걸린 게이조가 친척이 택배로 보낸 사과를 먹고 난장판을 벌여놔 이를 정리하느라 나오코의 존재를 신경 쓰지 못했다. 그러나 나오코를 찾는 가요의 말에 나오코를 찾기 시작했고, 나오코가 어디 있는지 게이조에게 물었으나 게이조는 그저 알 수 없는 말들만 할 뿐이었다. 그리하여 사토코는 유키코의 남편인 다케히코에게 연락을 하였고, 이들은 혹시 유키코가 말없이 나오코를 데리고 간 것이 아닐까 싶어 섣불리 경찰에게 신고하지도 못한 채 연락이 닿지 않는 유키코가 데려간 것이기를 빌며 나오코를 찾았다.

그러던 중 게이조는 어떤 젊은 남자가 아이를 정원의 나무 밑에 묻고 갔다는 말을 하였고, 이에 사토코는 이 말 또한 게이조가 치매기에 하는 의미 없는 말이기를 빌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가요의 말에 이 소망은 가차 없이 짓밟혔다. 외출 전 가요는 숨바꼭질을 하기 위해 숨을 곳을 찾으려고 이곳저곳을 둘러보았었고, 그랬기에 정원에 있던 삽의 위치가 달라진 것을 발견했던 것이다. 그리고 정말로 나무 밑에는 나오코가 묻혀 있었는데…….



네 살 여자아이 나오코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게임.


아무리 자세히 보고 생각하여도 나오코를 죽인 범인이 누구인지 갈피를 잡기가 매우 어려웠다. 등장인물들이 진실을 고백할 때마다 용의자가 바뀌며 충격을 금하지 못하였다.

형사들은 가장 먼저 게이조를 의심하였다. 치매에 걸려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것이 다반사에 형사들이 처음 조사를 할 때 돌아온 유키코를 향해 달려들며 목을 조르려고 하는 등의 의심스러운 모습들이 너무나 많았다. 그러나 젊은 남자를 보았다는 것은 치매로 인한 무의미한 말이 아니었고 실제로 젊은 남자가 집에 침입하고 또 서둘러 달아나는 모습들을 목격한 증인이 셋이나 되었다. 그렇다면 범인은 등장인물 중 젊은 남자?

그렇게 게이조를 시작으로 유키코, 사토코, 다케히코, 류스케, 히라타 등 여러 사람들의 진실을 가장한 행동과 말들에서 의심스러운 모습들이 나타났고,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전부 용의선상에 오르게 되나 누구 하나 확실하게 지목하기가 어려웠다.

마치 달리기 계주의 바통처럼 서로에게 넘기고 넘겨받는 의심 속에서 생각지 못한 반전들은 책을 잡고 있던 손에 자연스럽게 땀이 스며들게 만들었다.


전부 다 진실 같고, 아니 반대로 전부 다 거짓 같은 진술들 속에서 대체 범인은 누굴까 아무리 고민해 봐도 도저히 한 명을 특정 지을 수 없었다. 급기야는 범인이 《오리엔트 특급살인》에서처럼 전부가 아닐까라는 의심까지 들게 만들었다.

추리 소설과 미스터리 소설을 상당수 읽었던 나로서는 스스로 멋지게 추리해 보겠다고, 나는 결코 반전의 반전 따위에 뒤통수 맞지 않겠다고 호언장담했었고, 고심하여 퍼즐을 맞춰가며 소설을 읽었으나 소설의 끝부분에 이르러서야 그것이 나의 생각이 아닌 작가의 의도대로 생각하고 추리해 왔음을 알아차리고는 허탈함과 말로 표현 못 할 충격을 느꼈다.

출판사에서 내건 "범인의 정체에 놀라지 않았다면 전액 환불해 드립니다"라는 환불 이벤트가 결코 빈말이거나 관심을 끌기 위한 것이 아님을 뼈저리게 느꼈다.

추리 소설 마니아라면 꼭 한번 도전해 보길 권한다.





*출판사로부터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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