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내가 달라졌다 생각학교 클클문고
김이환 외 지음 / 생각학교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슴, 앓이> - 정해연

선하는 쌍둥이 동생들을 피해 시내 중심가에 있는 독서실을 다녔다. 어느 날 유독 공부가 잘되어 평소보다 조금 늦게 공부를 마치고 독서실을 나왔다. 그러나 서둘러 나왔음에도 30분마다 한 대꼴로 운행되는 독서실 차가 선하의 눈앞에서 떠나가 버렸고, 다음 차를 기다리거나 다시 독서실로 들어가 공부를 하기엔 애매해서 선하는 그냥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기로 했다.

버스엔 한 남자를 제외하고 다른 승객들은 없었다. 남자는 선하가 타면서 카드를 찍으며 나온 음성에 고개를 들어 선하의 가슴 쪽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자신이 키는 작고 가슴만 크다고 생각하는 선하는 그런 남자의 시선으로부터 가슴을 가리기 위해 평소 안고 다니던 에코백을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 하지만 남자의 불쾌한 시선은 계속 느껴졌다. 그리고 선하가 내릴 정류장에 같이 내린 남자는 선하를 불러 세우며 선하를 위협하는데….


<열네 살, 내 사랑 오드아이> - 조영주

초등학교 때 왕따 경험이 있는 규리는 초등학교 졸업선물로 엄마를 졸라 서클렌즈를 샀다. 엄마는 처음엔 반대했지만 서클렌즈를 안 껴서 왕따 당하는 일도 있다는 안경사의 말에 할 수 없이 서클렌즈를 사줄 수밖에 없었다.

중학교에 들어가며 다행히 규리의 서클렌즈는 좋은 반응을 얻었고 규리를 핵인싸로 만들었다. 서클렌즈를 끼는 다른 핵인싸들과의 좋은 관계를 유지하게 되며 다행히 초등학교 때와는 달리 거주지나 부모님의 직업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안경사가 알려준 서클렌즈 착용 시 주의 사항을 어기면서 규리는 각막염에 걸리게 되었고, 이것으로 인해 규리의 중학교 생활에 다시 먹구름이 끼게 되는데….


<소녀들의 여름> - 장아미

부모님이 맞벌이인 하연은 언제나 의젓하고 책임감 있고 어른스러운 딸로 자신의 일을 꼼꼼하고 성실하게 잘 처리했고 남동생까지 살뜰히 잘 보살폈다. 새 동네로 이사 와 중학교에 들어가게 된 하연은 어울려 다니는 친구들과 이질감을 느꼈지만, 무리에 자신을 끼워준 것에 고마워하며 자신의 취향조차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다. 그러던 중 학원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친구들과 어울려 들어간 화장품 로드 숍에서 친구 민희가 저지른 일을 하연이 뒤집어쓸 난처한 상황에 빠지게 되는데….


<꿈속을 달리다> - 정명섭

서기 2036년 서울, 모든 것이 인공지능화된 세상에서 창욱이는 1년 전 정류장에 다른 차가 멈춰 있는 관계로 타고 있던 자율 주행 택시에서 정류장이 아닌 도로에 내리게 되었고, 이때 무인 자율 주행 차량의 시스템 오류로 양다리가 절단되는 어처구니없는 교통사고를 당했다. 이에 인공피부와 티타늄 뼈로 구성된 인공 다리를 이식받는 수술을 받는다.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몇 달간의 입원 기간을 거쳐 퇴원한 창욱은 일상에 적응하며 학교생활을 하던 중 어느 날 갑자기 다리에 이상한 느낌을 받기 시작하는데….


<지아의 새로운 손> - 김이환

우주 변방의 작은 도시 '에스피 시티'에 사는 지아는 태어날 때부터 손목 아래로 양손이 없어서 기계손을 달고 생활하고 있었으나 곧 복제 손으로 수술을 받을 예정이었다. 이전에는 복제 손이 자라지 않아 달 수가 없었는데 기술의 발전으로 복제 손도 사람의 성장에 맞춰 같이 자랄 수 있었기에 부모님은 지아의 체세포에서 배양한 복제 손을 이식하는 수술을 예약하셨다.

부모님은 수술하면 당분간 친구들과 놀지 못하니 미리 시내에서 놀고 오라고 하셨고, 이에 지아는 친구들과 함께 주말에 시내에 놀러 갈 약속을 했다. 친구들보다 먼저 시내에 나가 시장을 둘러보던 지아는'트리스탄 골동품점'이라는 간판을 붙인 크고 오래된 우주선 앞에서 처음 보는 신기한 물건들을 파는 것을 보고 호기심에 이끌려 구경을 하는데….



『어느 날 문득, 내가 달라졌다』는 각기 고유한 개성을 지닌 다섯 명의 작가들의 단편 소설 모음집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외형에 대해 민감한 시기에 있는 청소년기의 아이들이 다른 아이들과의 다른 외형으로 인해 겪는 콤플렉스나 스트레스 혹은 왕따 등을 이겨내고 성숙해 나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앞의 세 편이 지금의 청소년이 겪는 남과의 다름으로 인한 스트레스나 친구들과의 갈등을 이겨내고 한 단계 성숙해지는 모습을 그린 소설이라면, 뒤의 두 편은 남과 다른 신체 조건을 가진 미래의 청소년이 주인공이 되어 겪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런데 뒤의 두 편 <꿈속을 달리다>와 <지아의 새로운 손>은 남과는 다른 신체를 가진 청소년이 주인공이긴 하지만 그것을 극복하는 성장통이라기 보다 그냥 SF 공상과학 단편 정도일 것 같다. 특히 <지아의 새로운 손>의 지아는 자신의 로봇 손을 자랑스러워하고 복제 손으로 바꾸고 싶어 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청소년기 아이들은 남들과는 다르게 특별하게 보이고자 하는 강한 욕구를 가지고 있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남들과 다름에 부담스러워하고 또래의 유행에 묻히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어찌 보면 개성을 추구하는 것 같지만 모아놓고 보면 사실 아이들은 똑같은 옷차림새와 똑같은 화장을 하는 집단적인 몰개성화를 추구하는 것 같은 인상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거기에서 어긋나면 또래로부터 사정없는 공격의 대상이 된다.

그런 아이들 문화 속에서 남들과는 다른 신체발육 상태를 부담스러워하고 더 나아가 그것이 콤플렉스로 자리 잡은 상황이나, 남들과 다른 외형으로 혹은 다른 가정환경으로 인해 왕따를 당하는 현실을 보면 실제 아이들 문화의 어딘가가 분명 잘못되어 있고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에 나오는 단편들에서 아이들의 고민과 문제의 해결은 또래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어른들의 개입은 없이 온전히 또래와의 교류와 이해를 통해서 자신의 상황을 극복해 나간다. 아마 또래가 자신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자신들의 눈높이에 맞는 해결책을 제시해 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것이 요즘 학교 현장에서 또래상담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이유가 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청소년들의 생각과 감정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

중요한 것은 한 가지, 자신을 인정하고 자신이 어떠한 모습이든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하는 것이다. 남들과 다름에도 자신의 로봇 손을 자랑스러워하고 좋아하는 지아처럼.

쌍둥이라도 각기 다른 인격체인 것처럼 우리는 서로가 다른 인격과 개성을 지닌 존재이다. 남과 내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남을 존중하는 태도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청소년기에 그런 태도를 배우고 키워나가 몸에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 어른들은 청소년들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며, 아이들은 자신들을 반성하거나 좀 더 나은 모습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