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어 1 - 신을 죽인 여자
알렉산드라 브래컨 지음, 최재은 옮김 / 이덴슬리벨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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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어, 정확한 이름은 멜로라 페르세우스. 페르세우스 가문의 마지막 생존자이다.

모종의 이유로 1477년 전부터 7년마다 한 번씩 7일간 9명의 신들이 인간으로 지내게 되고, 이 '아곤'이라고 불리는 시기에 제우스는 아킬레우스, 페르세우스, 멜레아그로스, 카드모스, 벨레로폰테스, 오디세우스, 테세우스, 헤라클레스, 이아손 등 아홉 영웅들의 후손들의 가문들에게 신들에 대한 사냥을 명하였다. 그리고 이 일주일간 신을 죽이는 자는 그 신의 힘을 얻고 신이 될 수 있게 된다.

물론 7년 뒤 다음 '아곤'이 오게 되면 자신이 사냥감이 될 수 있지만, 그럼에도 이 아홉 가문들은 치열하게 경쟁하며 211번의 '아곤'을 지나왔다. 그 사이 아홉 신들 중 여럿이 죽어 남은 신은 아테나, 아르테미스, 헤르메스뿐이었고, 다른 생존자였던 아폴론은 지난 '아곤' 이후 행방이 묘연해졌다.

아홉 가문들도 멀쩡했던 것은 아니고 멜레아그로스, 벨레로폰테스, 헤라클레스, 이아손 가문은 이미 멸족한 지 오래이고, 페르세우스 가문 또한 카드모스 가문의 일원이자 '뉴아레스'를 죽여 아레스의 힘을 얻고 신이 된 래스에 의해 로어의 부모님과 두 동생이 죽어 로어를 제외하면 포세이돈의 힘을 얻고 신이 된 타이드브링어 외에는 아무도 남지 않게 되었다.


로어는 어릴 적 훌륭한 전사가 되어 '아곤'에서 클레오스, 즉 명예를 얻는 것을 꿈으로 삼았었다. 그러나 지난번 '아곤' 때 카드모스 가문이 '아곤' 기간에는 서로의 가문원들을 고의로 죽이지 않는다는 오래된 아홉 가문들 간의 피의 맹세를 어기고 '아곤'의 마지막 날 로어의 가족들을 처참하게 죽인 후로는, '아곤'에 집착하는 아홉 가문들에 의해 돌아가는 세계로부터 달아나겠다는 생각으로 숨어 살게 되었다.

그러나 운명의 장난처럼 로어는 가족들이 죽은 지 7년이 지난 다음 '아곤'의 첫날부터 다시 아홉 가문들과 엮이기 시작한다.


약 3년간 자신이 가족처럼 여겨왔던 길버트 할아버지의 죽음 이후, 로어는 슬픔을 떨쳐내기 위해 몇 주 간 격투 시합에 몰두하다시피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중 격투 상대로 병으로 죽은 줄로만 알았던 자신의 어릴 적 친구인 카스토르 아킬레우스가 나왔고, 카스토르는 로어에게 진심 어린 경고와 자신을 도와주었으면 한다는 의사를 표하고는 떠났다.

그렇게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오던 로어는 치명상을 입은 채 자신의 집 현관에 쓰러져 있는 아테나를 발견한다. 로어는 '아곤'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고 싶었기에 아테나를 도울 생각은 일절 없었다. 그러나 아테나는 로어에게 가족들의 복수를 약속하였고 로어는 이를 수락하게 된다.

로어는 신의 힘을 얻고 싶지는 않았기에, 복수의 대상이 아레스의 힘을 얻어 신이 된 카드모스의 래스였기에 로어가 그를 죽인다면 로어가 신이 되어버릴 것이고, 이는 아홉 가문들과 '아곤'의 세계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로어에게는 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반면 아테나는 신이었고 '아곤'에서 신이 신을 죽인다고 그 힘까지 얻을 수는 없었으므로, 아레스의 힘이라는 위험을 완전히 없앨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하여 이를 승낙한다.

이 약속으로 로어와 아테나는 그 7일간의 '아곤'이 끝날 때까지 목숨이 한곳에 묶이게 되었다.


비록 어느 정도 해결은 했지만 아테나의 상처는 가벼운 것이 아니었고, 또 그렇다고 병원으로 데려가는 것은 가문들이 심어놓은 첩자들 때문에 불가능했다. 그렇기에 로어는 힐러 훈련을 받았던 카스토르에게 도움을 받기 위해 아킬레우스 가문의 테티스 저택으로 잠입한다.

저택 안에 들어간 로어는 서둘러 카스토르를 찾아 도움을 부탁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카스토르를 찾던 중 아킬레우스 가문이 진행한다는 '의식'에 참여하게 되었고, 그 의식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알고는 경악을 감출 수 없었는데….



2년 전 재미있게 읽었던 『다키스트 마인드(The Darkest Minds)』의 작가 알렉산드라 브라켄의 소설이라 소설의 재미에 대한 한치의 의심도 없이 한껏 부푼 기대감을 가지고 소설을 읽었다. 역시나 소설은 나의 기대감을 배신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신이라면 강하고 위엄이 있는 모습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고,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인간들의 숭배와 공포의 대상으로 묘사가 되곤 한다. 그러나 『로어』에서의 신은 이러한 모습을 지니기는 하였어도 7년마다 일주일간 진행되는 '아곤'이라는 기간에는 인간과 같은 상태가 되어 자신들의 힘을 얻으려고 하는 인간들로부터 도망을 치고 맞서며 생존을 위해 고전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 독특했다.


'아곤'이 끝나면 살아남은 신, 그리고 새롭게 힘을 얻어 신이 된 인간들은 다음 '아곤'까지의 7년간 자신을 숭배하는 이들, 그리고 자기 자신을 위해 신으로서의 강대하고 거의 절대적인 힘을 이용하며 마치 신화 속에서나 나오는 듯한 신과도 같은 삶을 누린다. 하지만 이도 어찌 보면 잠시일 뿐, 7년이 지나 다음 '아곤'이 오면 이들은 또다시 살아남아 다음 7년을 보내기 위해 이 일주일을 살아내려 분투해야 한다.

그리스 신화의 특징 중 하나가 인간들과 매우 유사한 모습들을 보이는 신들이라는 평가가 있긴 하지만, 『로어』에서는 이를 극대화하여 신들과 인간들이 얽혀 반복되는 7일간의 전쟁을 생동감 있게 묘사하고 있다.


현대를 배경으로 그리스 로마 신화의 신들이 나온다는 설정에서 얼핏 《퍼시 잭슨》시리즈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신의 피를 물려받은 데미갓의 이야기가 아닌 인간이 신을 사냥함으로써 신이 된다는 점에서 확연하게 다름을 알 수 있었다.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생생한 싸움 장면들에서 숨도 쉬지 못하며 읽어내려갔다. 마치 내가 그 장면을 직접 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질 정도로 생동감 있고 박진감 넘치는 장면들이 머릿속에 잘 그려졌다. 작가의 흡입력 있는 문장력이나 스토리 전개는 명불허전이었다.

서로 쫓고 쫓기며 배신과 음모와 욕망이 뒤섞여 허를 찌르는 반전의 상황 속에서 로어는 과연 자신이 바라던 복수를 이루어 낼 수 있을까?

남성 중심으로 전개되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세계관을 고집하는 가문들에 맞서 소녀 로어가 자신의 운명을 어떻게 개척해 나가고 성장해 나갈지 『로어 2』의 이야기가 무척 기대된다.





*출판사로부터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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