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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토끼 ㅣ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문승준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2년 2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0308/pimg_7114282153335540.jpg)
이름은 하무라 아키라. 국적은 일본. 성별은 여자. 나이는 서른한 살. 하세가와 탐정사무소의 계약직 프리랜서 탐정이다.
하무라는 꿈에도 몰랐었다. 4월의 어느 날 저녁 '도토종합리서치'에서 하무라를 지명하여 들어온 간단한 지원 요청이 이후 최악의 9일을 보내게 되는 전초전이었다는 사실을.
지원 요청의 내용은 도토 측에서 이미 소재 파악이 끝난 다이라 미치루라는 가출한 열일곱 살 여고생을 집으로 데려다 주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그런데 도토 측에서 나온 직원 중 세라 마쓰오라는 직원이 일을 엉망으로 꼬이게 만들었다. 그는 잠복의 기본 수칙도 전부 무시하더니 결국은 이야기가 잘되어 하무라가 미치루가 신세 지고 있는 집에 들어가려는 순간 하무라를 밀치고 그 집을 뛰쳐들어간다. 그 과정에서 하무라는 세라에게 오른발을 세게 밟혔다.
세라는 집 안으로 들어가 집주인인 미야오카 고헤이의 목을 조르고 미치루에게는 더러운 욕을 해대며 겁탈하려 했다. 미치루의 머리를 휘어잡은 세라는 자신을 말리는 도토의 직원 사쿠라이의 안면을 강타한 뒤 이죽거리며 자신의 행동에는 문제가 없다고 이야기한다. 이에 하무라는 세라의 급소를 차 미치루를 떼어낸 뒤 미치루를 부모님에게 데려다주기 위해 집 밖으로 데리고 나온다.
그 순간 뒤에서 사쿠라이의 고함소리가 들려 돌아봤더니 세라에게 목이 졸렸던 고헤이가 과도를 들고 서 있었다. 잠시 뒤 칼은 하무라의 옆구리에 꽂혔다.
세라 때문에 칼에 찔리고 오른발에 금이 간 하무라는 2주간의 입원 후 퇴원을 했고, 집에서 요양을 했다. 퇴원 후 10일째 되는 날 하세가와 소장이 연락해왔고, 열일곱 살 여고생이 사라진 사건의 의뢰가 하무라를 지명하여 들어왔다고 알린다. 그가 하무라의 부상을 설명했음에도 의뢰인은 막무가내로 하무라를 데려오라며 억지를 부렸다는 것이다.
의뢰인 다키자와 기요시는 세계적인 호텔 체인의 회장이다. 돌아가신 부친으로부터 회사를 물려받았지만 버블 붕괴 후 큰 실수를 저질러 지금은 명목뿐인 회장이었다.
하무라는 의뢰인을 보고는 미치루의 아버지 다이라에게서 자신을 소개받은 것임을 간파했다. 그리고 다키자와의 사라진 딸 미와가 미치루처럼 단순한 가출이 아닌 어떤 사건에 휘말렸을 가능성이 높음을 제시한다.
다키자와의 의뢰로 미와의 친구 미치루를 만나 미와에 관해 뭔가를 알아내기 위해 대화를 나누었으나, 미치루는 미와와는 부모님끼리 친해서 알뿐 서로 조심스러워 그다지 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래서 미와가 사라진 당일 만나러 나간 미와의 또 다른 친구 야나세 아야코에 대해 물었더니 미와와 아야코는 공통된 어떤 지인이 있었고 미치루 자신도 미와에게서 아야코를 소개받았을 뿐 자신은 그들과 별로 친하지 않았다는 말을 한다.
그렇게 아무 성과 없이 미치루와 헤어진 하무라는 그날 밤 경찰서로 데리러 와 달라는 미치루의 전화를 받는다. 미치루를 데리러 간 경찰서에서 하무라는 우연히 야나세 아야코가 살해된 채 공원에 유기된 사실을 알게 되는데….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0308/pimg_7114282153335544.jpg)
일본 코지 미스터리의 여왕 와카타케 나나미가 귀환했다.
처음 이 소설을 접했을 때 하무라 아키라 이야기의 프리퀄인 줄 알았다. 그러나 『나쁜 토끼』는 『이별의 수법』보다 13년 전에 발표되어 2002년 제55회 일본 추리작가 협회상 후보에 올랐던 소설이라고 한다.
미안하다 하무라, 이걸 몰랐다고 내가 널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야.
소설은 한 여고생의 가출사건을 시발점으로 그 인물과 관련된 다른 사건이 발생하며 점점 더 덩치를 키워나가다가 추악한 사회의 이면에 다다른다.
역시나 소설은 하무라 아키라의 불행으로 시작한다. 찔리고 밟히고 밀쳐지고 갇히고 굴려지고…. 오죽하면 하무라가 자신은 오래전부터 부조리의 신에게 찍혀 부탁하지도 않은 은총을 충분히 받고 있는 것 같다고 했을까.
그럼에도 하무라는 묵묵하게 자신이 맡은 일과 정의를 위해 자신의 몸을 기꺼이 불사른다.
소설에 등장하는 28회 멤버들은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학업성적도 우수하여 자연스럽게 자신들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다는 선민의식을 가지게 된다. 한편으로는 자신들의 능력을 사회 발전에 어떻게 기여할까라는 고민도 했었지만 그것은 점차 눈앞의 이익이나 실적, 물욕, 과시욕 등으로 변질되어 비극에 이르게 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려 했으나 각자가 가진 콤플렉스와 왜곡된 엘리트 의식, 현실과 이상과의 괴리 등으로 모든 것이 썩어가고 비틀리고 무너질 줄 누가 알았을까.
이것은 비단 28회 멤버들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소설에 등장하는 우시지마 준타라는 인물 또한 이들과 비슷한 환경과 배경을 가진 인물로 왜곡된 엘리트 의식과 비틀린 욕망을 가지고 자신을 표현하고 과시한다. 우시지마의 만행은 소설로 직접 확인해 보기를 바란다. 감히 하무라가 뭐 어쩌고 저째?
그리고 아무리 힘들고 충격적인 사건을 겪었더라도 정신적인 문제가 있으면 전문가에게 맡겨 치료를 받게 해야지, 그것을 비전문가인 더군다나 아직 자라나는 어린아이에게 참으라는 말만 하고 자신은 일이나 모임을 핑계로 바깥으로만 도는 무책임한 아버지 다이라 요시미쓰를 보고 다시 한번 누구나 부모의 자격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아버지도 은연중에 어머니랑 같은 생각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밝혀지는 토끼와 게임의 진실.
소설은 폭풍이 휘몰아치듯 여러 사건들이 일어나 잠시도 방심할 틈을 주지 않는다. 물론 다키자와 미와의 실종사건이라는 큰 흐름에 관계없는 자잘한 사건들도 일어나지만 이 사건들 하나하나 전부 개연성과 완성도가 뛰어나고 소설의 흐름에 전혀 방해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소설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해 나가는 가운데 소설의 거의 마지막에 이르기까지 사건의 전말이나 범인에 관해 전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사건의 진실과 범인을 예측해서 '난 그럴 줄 알았어!' 이 말이 하고 싶었는데 실패했다.
끝까지 심장을 쥐락펴락하는 『나쁜 토끼』, 진심으로 강력 추천한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0308/pimg_7114282153335545.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