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의 이름 - 하 열린책들 세계문학 81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윤기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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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세 명이나, 그것도 첫 번째 죽음인 아델모에 대하여 조사하던 과정 속에서 마주치고 연관이 되었던 베난티오와 베렝가리오가 죽게 되면서 윌리엄과 아드소는 더욱 경각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던 중 세베리노가 시약소에서 자신의 것이 아닌 이상한 책을 발견했고, 그 책이 아무래도 베렝가리오가 모종의 이유로 숨겨두고 간 책으로 보인다며 윌리엄이 와서 확인해 줄 것을 부탁하였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세베리노는 시약소에서 천구의에 뒤통수를 얻어맞아 죽은 상태로 발견되었다. 이에 세베리노가 발견하였다던 책을 그의 도움 없이 수많은 책들 속에서 찾기란 매우 힘든 일이었다. 미약하게나마 단서를 가지기는 했으나 이마저도 잠시의 실수로 인해 기회를 놓치고 뒤늦게 돌아가 보았을 때에는 누군가가 이미 그 책을 가져간 뒤였다.

윌리엄은 자신들과 함께 책들을 확인했던 베노를 의심하였고 이는 정확했다. 베노는 평상시에 지식에 대한 갈증을 가진 사람이었고, 그렇기에 장서관 사서 수도사가 그 책을 가져다주는 대가로 보조 사서로 임명하겠다는 약조를 하자 이에 흔쾌히 동의하였던 것이다.


이로 인해 세베리노가 시약소에서 발견하였던 베렝가리오가 남겨두고 간 것으로 추정되는 책은 말라키아의 손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러나 이보다도 더 충격적이었던 것은 여태껏 일어났던 일련의 죽음들이 단순한 우발적 사건들이 아닌 매우 치밀한 계획이 동반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윌리엄과 아드소는 일전에, 수도원의 최연장자인 알리나르도 수도사가 의미 없어 보이는 말들을 하던 중, 죽음들이 <요한의 묵시록>의 일들이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라고 하는 말을 들었었다. 그 당시에는 이 또한 의미 없다 여겼지만 세베리노의 죽음에서 알리나르도의 말이 맞았을 수 있다는 가정을 배제할 수 없게 되었다.

그렇게 이해를 하면 이 죽음들의 범인은 모든 사건들을 치밀하게 준비했었다는 결론이 나오게 된다.


비록 세베리노가 발견하였던 책은 말라키아가 가져간 것이 확실하였지만, 그가 어째서 이에 그토록 집착하였는지 윌리엄은 추측하기 어려웠다. 만일 말라키아가 사건들의 범인이라면 증거가 될 책을 숨기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이는 아니라는 것을 윌리엄은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모인 일정에서 말라키아는 조금 늦게 도착하였고,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죽어가는 몰골이 되며 이해하기 어려운 몇 마디 말을 하다 이내 끝마치지 못하고 숨을 거둔 것이다. 그래도 윌리엄이 한 가지를 추측해낸 바로는 말라키아의 죽음이 바로 <요한의 묵시록>의 내용 중 다섯 번째에 관련된 것이라는 누군가의 경고를 전하려던 것이었는데….



드소의 수기 속의 이야기 중 후반부 4일의 이야기는 베렝가리오의 죽음에 대한 조사로 시작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윌리엄이 추측해낸 바는 어떠한 의문의 독이 이용된 것일지 모른다는 정도였다. 그러나 윌리엄의 조사를 도와주었던 세베리노의 죽음에서 한 가지 가설을 세우게 되었고, 얼마 뒤 말라키아의 죽음에서 확신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것은, 어떻게 <요한의 묵시록>이라는 한 권의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여러 죽음들을 계획하고 또 이를 철저하게 실행할 수가 있었을까? 살인 자체만으로도 끔찍한 일인데 이를 이토록 상세하면서도 참혹하게 계획하여 진행한다는 것은 정말 범인이 사람이긴 한 건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게다가 하는 행동들이 음험해 보이고 베노와 정당하지 못한 거래를 통해서라도 베렝가리오가 얻게 된 책을 손에 넣으려고 했던 집착의 수준을 본다면 말라키아가 범인이라는 심증이 99.9999…% 확실한데, 말라키아가 아니었다고?

윌리엄이 조사하기 시작한 첫날부터 윌리엄을 대하는 태도와 장서관에 숨겨져 있던 이상한 장치와 비밀들까지, 이 모든 게 다 말라키아와 일절 관련이 없는 일들이었다니….

그런데 말라키아가 범인이 아니고 관련도 없다면, 자신이 관리해야 하고 또 자신만 있을 수 있는 곳인 장서관을 다른 사람들이 자기 집 앞마당처럼 돌아다니는데 꿈에도 모르고 세상 편하게 지냈다는 말인데…. 그렇다면 도대체 말라키아는 얼마나 무능했단 말인가? 그렇게 할 일도 제대로 못 해 놓고서는 쓸데없이 주인공 앞에서 무게나 잡아서 괜히 독자들을 헷갈리게나 만들고…, 민폐 캐릭터가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의심스러운 인물들은 하나같이 죽거나 뭘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데, 그렇다면 도대체 누가 범인인 것일까? 그리고 도대체 무엇 때문에 <요한의 묵시록>의 내용을 참고해서 이렇게 참혹한 일들을 벌이고 다니는 것일까?

꼭 책을 읽고 이 모든 사건의 전말을 직접 알아보길 강력 추천한다.


『장미의 이름』을 읽는 내내 미스터리한 사건의 실마리라도 잡아보겠다는 일념으로 소설의 글자 하나하나를 허투루 읽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야기는 당시 수도원의 부패, 수도사들 간의 암투, 인간의 욕망 등을 보여줌으써 성스러워야 했던 수도원이 얼마나 세속에 물들어 있는지도 알게 해 주었다. 또한 마지막에 인간의 본성인 웃음을 인정하지 않고 서책이 공개되는 것을 거부하는 모습에서 당시 교회의 폐쇄적인 분위기도 알 수 있었다.


우리에게 다소 생소한 중세 수도원을 배경으로 진행되는 긴장감 넘치는 사건과 음모 이야기에 논리학과 신학, 기호학 등이 전부 녹아들어 간 빈틈없는 이야기는 『장미의 이름』이 현대적 고전이라는 명성을 얻을만한 가치가 있음을 충분히 보여주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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