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의 이름 - 하 열린책들 세계문학 81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윤기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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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말라키아의 시원찮은 용모를 대강 설명한 바 있지만, 그날 밤 희미한 등잔 불빛에 드러난 말라키아의 얼굴은 죽은 사람의 얼굴이라기보다는 죽음 그 자체라고 해도 좋을 만큼 흉측했다.

(중략)

말라키아의 치열 안에서 검은 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부님은 겨드랑에다 손을 넣어 말라키아를 일으켜 앉히고는 이마의 땀을 씻어 주었다. 말라키아는 사부님의 손길을 느낀 것 같았다. 하지만 그가 사부님을 알아보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말라키아는 떨리는 손으로 사부님의 가슴을 쥐고는 사부님의 귀가 그의 입술에 닿을 정도로 끌어당기고서 힘겹게 몇 마디 더듬거렸다. 「그가 그랬어요……. 정말…… 전갈 천 마리의 힘이……」

p.700~701



장서관 사서 수도사 말라키아가 죽었다. 그는 베노가 자신에게 시약소에서 찾은 책을 주는 대가로, 베노에게 보조 사서의 직위를 주었고, 결국 세베리노가 찾았던 의문의 책은 말라키아의 손에 들어가게 되었다.

다음날 말라키아는 아침 일정에 조금 늦게 도착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사자(死者)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상태가 되어 있었다. 주변에 다른 이들이 있었음에도 당한 것, 혹은 오기 전에 이미 당한 것이었다.


말라키아가 가장 의심스러운 인물 중 하나였는데 아무런 관련이 없었던 것인가? 말라키아가 죽게 된 이유는 그가 베노와의 거래를 통해 얻게 된 그 책일 가능성이 높은데, 말라키아가 만약 여태껏 벌어져 온 죽음들과 무관하다면 어째서 그토록 세베리노가 발견한 책에 대하여 집착을 했던 것일까?

또 레미지오가 세베리노 살해 혐의로 경호병들에게 압송되어 갔을 때, 말라키아는 어째서 그곳에 있었던 것이고, 레미지오가 끌려가기 전 말라키아와 나누었던 대화는 어떤 의미가 있었던 것일까?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세베리노가 시약소에서 발견한 그 책은 도대체 어떠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기에 그 책과 연루된 세베리노부터 말라키아까지 죽음에 이르게 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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