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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보라 체이스 (10만 부 기념 특별 에디션) ㅣ 설산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2월
평점 :
가이메이대학 경제학부 4학년에 재학 중인 와키사카 다쓰미는 니가타의 신게쓰 고원스키장의 활주 금지구역에 있는 아는 사람만 아는 최고의 비밀 장소의 멋들어진 파우더 존에서 스노보드 활주를 즐기기 위해 새벽같이 일어나 도쿄에서 홀로 차를 운전해 스키장으로 갔다.
그곳에서 파우더 런을 즐기던 중, 나무 사이에서 멈춰 서서 뭔가를 하고 있는 빨간색과 하얀색의 투톤 컬러 스키복에 검은색 헬멧을 쓴 여성을 보고는 사고라도 난 것일까 싶어 도와주기 위해 가까이 다가갔다. 가까이 가보니 사고 같은 것은 아니었고 셀카를 찍고 있었고, 그 여자는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처럼 계속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이에 다쓰미는 그녀에게 다가가 자신이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이야기했다.
사진을 찍기 위해 고글과 페이스마스크를 벗은 여자의 얼굴은 다쓰미가 좋아하는 타입이었다. 다쓰미는 같이 스노보드를 타고 싶은 마음에 혼자 왔냐고 물어봤지만 여자는 혼자 왔고 혼자 타면 마음이 편해서 좋다고 말하며 다쓰미의 여지를 차단했다. 다쓰미는 그녀의 홈그라운드가 나가노 현의 사토자와 온천스키장이라는 것만 알아냈고, 쿨하게 스노보드를 타고 멀어지는 그녀에게 아무런 말도 못 붙이고 홀로 스노보드를 즐기다가 오후 3시가 넘어 도쿄로 향했다.
형사 고스기 아쓰히코는 센다이 당일 출장에서 돌아오는 신칸센 열차 안에서 상사 난바라 계장의 전화를 받는다. 난바라는 살인사건이 발생했고 당장 초동수사에 들어가야 하니 도쿄에 도착하는 즉시 사건 현장으로 출동하라는 말을 했다.
미타카 시 N동의 단독주택에서 벌어진 강도 살인 사건의 피해자는 그 집에 사는 80대 노인 후쿠마루 진키치였다. 그의 목에는 무언가로 졸린 교살흔의 자국이 선명했다.
그런데 윗선에서는 유난히 급하게 사건 수사를 진행시켰다. 이유는 앞으로 꾸려질 합동 수사본부에 지원 나오는 본청 수사 1과의 하나비시 팀장이 관할서의 오와다 과장과 경찰학교 동기로 옛날부터 매사 경쟁했던 사이였기에, 오와다 과장이 실적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수사 1과가 들이닥치기 전에 어떻게든 범인을 체포할 것을 밀어붙였기 때문이었다.
사건 현장 주변 탐문 수사를 돌던 형사들은 근처에 사는 주민으로부터 전날 후쿠마루 씨 집 안을 들여다보던 수상한 남자를 목격했다는 진술을 듣는다. 그런데 그 사람은 전혀 낯선 사람이 아니었고 길에서 몇 번 본 적 있는 개 산책 담당 알바생이었다는 것이다. 또한 감식반은 범인이 현관으로 드나든 것으로 보인다는 처음 견해를 뒤집고 알바생이 여벌열쇠의 위치를 알고 있어 이를 이용해 부엌문으로 집안에 침입했을 가능성을 이야기했다.
이에 난바라는 유족들의 진술에서 개 산책 담당 알바생의 이름과 재학 중인 대학을 알아내어 면허증 데이터베이스에서 사진과 주소를 알아내 고스기에게 그가 사는 주소로 가보라고 지시했다. 그 메모지에는 '와키사카 다쓰미'라는 이름이 적혀있었다.
메모에 적힌 주소지를 찾은 고스기는 다쓰미의 집이 비어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마쓰시타 히로키라는 옆집 청년에게 다쓰미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본다. 그는 다쓰미와는 같은 대학이어서 마주치면 인사하는 정도지 학부도 달라 친하지 않아 그에 대해 잘 모르고 교류도 없다는 말을 하며 문을 닫았다. 그러나 이내 마쓰시타는 다쓰미에게 전화를 걸어 경찰이 그를 찾아왔음을 이야기한다.
다쓰미는 도쿄로 돌아와 같은 동아리 친구인 법학부 나미카와 쇼고의 집에서 음식과 술을 먹고 있었다. 다쓰미는 마쓰시타의 전화를 받고 아무 생각 없이 자신은 죄가 없고, 사건이 발생한 오늘 자신은 스키장에 있었다며 사건과 무관함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법학부 학생인 나미카와는 논리적으로 이것저것 따지며 다쓰미가 지금 큰 곤경에 처했음을 인지시켜준다. 그리고 사건은 나미카와가 지적하고 예상했던 방향으로 흘러간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후쿠마루의 집 부엌문 여벌열쇠에 남아있는 최근의 지문이 다쓰미의 지문과 일치한다는 결과가 나왔고 경찰은 가택수색을 벌인 결과 다쓰미의 집에서 범행에 쓰인 듯한 개의 리드를 발견하며 점점 더 다쓰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사건이 흘러간다.
이를 마쓰시타로부터 전해 들은 나미카와가 다쓰미에게 사건이 발생한 오늘 신게쓰 고원스키장에 갔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야 함을 강조했다. 다쓰미는 자신의 행적을 되짚어 보다가 자신이 오늘 스키장에서 사진을 찍어줬던 여성 스노보더를 떠올렸다. 하지만 그 여성 스노보더에 관해서는 연락처도 이름도 몰랐다. 그러나 딱 한 가지 홈그라운드가 사토자와 온천스키장이라는 것만 알았다.
이에 자신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그 여자를 스스로 찾아내는 것 밖에 없다는 나미카와의 이야기에 다쓰미는 즉시 나미카와와 함께 사토자와 온천스키장으로 자신을 구원해 줄 '구원의 여신'을 찾아 떠나는데…….
처음부터 정신없이 발생되고 진행되는 사건과 여러 그룹들이 벌이는 서로 쫓고 쫓기는 숨 막히는 추격전에 손에 땀이 날 정도였다. 그리고 그것에서 파생되는 두뇌싸움과 긴장감 속에 전개되는 이야기는 지루할 틈이 없고 소설을 읽는 내내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했다.
신게쓰 고원스키장 이름이 나올 때부터 『백은의 잭』에서 나왔던 이름이라 그냥 반갑다고 생각했는데 네즈 쇼헤이와 세리 치아키 이름이 나오는 순간 너무 반가워서 소설을 읽는 속도가 붙고 재미가 더 있었던 것 같다.
이 소설에는 그들의 좀 더 진전된 이야기도 나오니 꼭 소설을 통해서 확인해 보기를 바란다.
소설에는 직접 소설 속에 들어가서 멱살을 잡고 짤짤짤 흔들어주고 싶을 정도로 고구마를 먹이는 인물들도 등장한다. 고구마라고 해야 하나 비호감이라고 해야 하나. 하긴 사건뿐만 아니라 이런저런 인물들이 등장하니 소설이 다이내믹하고 재미있는 거겠지. 반면 상성이 좋은 콤비들도 등장하여 소설의 재미를 배가시키고 있다.
소설을 읽으면서 경찰이 억울한 시민을 지켜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실적을 위해 억울한 피해자를 양산하는 모습에 화가 났다. 무죄 추정의 원칙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고 실적을 내기 위해 한 인물을 범인으로 특정하고 강제적인 수단을 사용해서라도 범인으로 만들어 나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억울함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일반인인 피해자 스스로가 자신이 죄가 없음을 증명하는 것뿐이니 기가 찰 노릇이었다.
이 소설은 억울하게 살인자 누명을 쓰게 된 다쓰미라는 대학생이 자신의 무죄를 입증해 줄 신게쓰 고원에서 만난 '여신'을 추리해 나가고 만나는 과정이 만날 듯 말 듯 아슬아슬하게 진행되고, 드디어 만났다고 생각되는 순간 독자들의 뒤통수를 치며 다시 원점으로 되돌리는 짜릿한 반전을 선사하고 있다. 그와 동시에 살인범을 추리해 나가는 과정과 같은 경찰 조직이지만 본청과 관할서의 대결까지, 소설이 끝날 때까지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게 독자들을 긴장과 추리의 연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거기다가 전국 최대 스키장인 사토자와 온천스키장의 새하얀 눈밭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시원한 활주극은 마치 내가 직접 스노보드를 타고 경사를 내달리며 아슬아슬하게 나무 사이를 누비고 다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며 짜릿한 쾌감을 주었다. 어쩌면 이렇게 실제 스노보드를 타는 것보다 더 실감 나고 박진감 있게 표현할 수 있는지 감탄밖에 나오지 않았다.
명불허전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찬사밖에 나오지 않는다.
『눈보라 체이스』를 읽고 설산을 누리는 동시에 추리의 긴장감과 반전의 짜릿함을 느껴보기를 바란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설산 시리즈는 두 번째인데 이번에도 정말 후회가 없는 선택이었던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