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받지 못한 자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5
도러시 매카들 지음, 이나경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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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멀라와 로더릭 피츠제럴드 남매는 런던에서 벗어나 지낼 집을 구하기 위해 찾아다니던 중 '클리프 엔드'라는 집을 발견하게 되었다. 비어 있은 지는 오래된 것 같았지만 집 자체가 잘 지어졌기에 전반적인 상태는 양호해 보였고, 집 자체와 주위 풍경이 너무나 아름다웠기에 이들 남매의 마음에 매우 들었다. 다행히 이 집의 주인인 브룩 중령과의 대화도 비교적 순조롭게 마무리 지을 수 있어 피츠제럴드 남매는 '클리프 엔드'를 매입할 수 있었다.


그렇게 이사 준비를 순조롭게 하던 중, 피츠제럴드 남매는 동네 사람들로부터 집에 관한 괴담에 가까운 이야기를 듣게 된다.

피츠제럴드 남매는 브룩 중령의 손녀 스텔라 메러디스가 어린 시절, 정확히는 아기일 때 '클리프 엔드'에서 살았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어째서 그렇게 아름다운 집을 버려둔 것인지 의아했었는데,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에 의하면 브룩 중령의 딸이자 스텔라의 어머니였던 메리 메러디스가 절벽에서 떨어져 죽은 후로 집이 버려져 있다시피한 상태였다고 했다.

여기까지는 슬픈 이야기에 불과했지만 이어지는 이야기가 이를 괴담으로 만들었다. 피츠제럴드 남매가 집을 매입하기 6년 전 '클리프 엔드'에 세를 들어 살던 사람들이 유령을 보아 도망치다시피 떠나갔다는 이야기였다.


그들은 누군가가 죽은 집에서 충분히 괴담처럼 나올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집에서 패멀라가 한밤중에 흐느끼는 듯한 한숨 소리를 듣게 되었다. 처음 패멀라가 소리를 들었을 때에는 패멀라가 매우 이성적인지라 상상했다고 여기기는 힘들었고 잘못 들은 것이겠지 생각했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이는 시작에 불과한 것이었다. 얼마 뒤 집들이에 초대한 친구 중 두 명이 패멀라가 한숨 소리를 들었던 방에 머물게 되었는데, 그중 한 명이 거울 속에서 공포스러운 환상을 보게 된다. 거기에다가 결정적으로 얼마 뒤 고용인인 리지가 계단에서 매서운 눈빛으로 내려다보고 있는 흰옷을 입은 유령을 보게 된다.


이렇게 유령에 대한 일들이 계속 일어나자 이들은 유령에 대한 경계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는 와중에 브룩 중령의 반대에 부딪쳐 '클리프 엔드'에 오지 못했던 스텔라의 방문이 몇 차례 이루어진다. 그러한 방문 중 한 번은 스텔라가 계단을 올라 위층으로 가던 중 오한이 들어 쓰러지는 일이 발생하였고, 스텔라가 그날 밤을 '클리프 엔드'에서 머물러야 될 상황에 이른다. 브룩 중령은 스텔라가 평상시에도 오한을 쉽게 일으키는 예민한 기질이라 어떠한 충격을 받은 것이 아닌지 의심하며 집으로 돌아오라고 이야기하였지만, 피츠제럴드 남매의 설득 끝에 겨우 '클리프 엔드'에서 묵고 가는 것을 허락받을 수 있었다.


'클리프 엔드'에 묵게 된 스텔라는 무언가가 자신을 '압도하는 것' 같았다며 위층으로 올라가는 것을 꺼려 하며 아래층에 머무르려 하였다. 그래서 스텔라는 아래층에서도 '아기방' 즉 예전에 스텔라가 '클리프 엔드'에 살았을 적에 사용했던 것으로 보이는 방에 머물게 되었다. 그렇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 듯하였으나 다음날 스텔라는 기뻐하는 얼굴로 자신의 어머니가 밤에 찾아왔었고, 꿈이 아닌 것이 확실하다는 말을 함으로써 피츠제럴드 남매를 혼란에 빠지게 만드는데…….



『초대받지 못한 자』는 유령의 집이 배경이지만 일반적인 예상과는 다르게 유령의 집인 '클리프 엔드'는 외관상으로 너무나도 멀쩡한 모습이었고, 흐느끼는 듯한 한숨 소리, 울음소리, 냉기 등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비명을 지르며 머리를 산발하고 나타나는 유령이나 날아다니는 그릇 같은 것은 없는 상당히 점잖은(?) 유령이 사는 집이었다.

그래서일까. 패멀라와 로데릭은 유령의 존재를 인식하고 확인했음에도 유령이 무해하다고 판단하여 그것과 함께 하는 가능성까지 고려할 만큼 대담하면서도 어찌 보면 무모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하여 유령에 휘둘리지 않고 냉정하게 현상을 바라보고 추리하여 결국엔 엄청난 반전의 진실을 찾아내고 현상을 해결하는 성과를 이룬다.


처음에는 당시 가부장적이고 남성 중심의 시대 상황과 소설의 화자가 오빠 로더릭임을 감안하여 로더릭이 주로 활약하여 사건을 해결할 것이라 추측했지만 보기 좋게 예상은 빗나갔고, 모든 유능한 남성 등장인물들을 제치고 여성인 패멀라가 앞장서서 단서를 찾아내고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에 신선한 충격과 짜릿함을 느꼈다.

그리고 작가 도러시 매카들의 신념과 사상을 투영한 듯한 합리적이고 냉철한 이성적 사고의 소유자 패멀라는 당시 여성으로서는 흔치 않았을 자의에 의해 결혼을 거부하는 일명 '비혼주의'라는 상당히 진취적이고 시대를 앞서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패멀라의 모습은 이면에 존재하는 진실과 실재가 어찌 되었든 겉으로는 당시 사회가 바라고 요구하는 전형적이고 전통적인 이상적 여성상을 보여줬던 스텔라의 어머니 메리와는 비교되는 모습이었다.


『초대받지 못한 자』는 단순히 유령이 나와 인간의 심리를 공포와 극한으로 몰아넣는 것이 전부가 아닌, 어찌 보면 추리소설에 가깝다 할 수 있을, 진실의 언저리를 잡을 듯하면서도 끝내 눈앞에서 놓치는 듯한 상황이 외줄타기와도 같은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공포를 일으키고 있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문체와 긴장감의 강약을 유지하며 빠르게 전개되는 소설은 고전소설이 딱딱하고 지루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보기 좋게 무너뜨리며 독자에게 짜릿한 흥분과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또한 이 소설을 통해 고딕소설 속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능동적이고 진취적인 여성의 모습을 보며 시대를 앞서나간 작가의 일생과 사상에 대해 다시 한번 관심을 기울이는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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