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넘긴 페이지 사탕의 맛
메 지음 / 길벗어린이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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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유진이네 집에 막내가 태어나면서 시작한다.


막내가 태어나기 전 유진이는 언니 유선의 온갖 잡심부름을 다하며 언니로부터 핍박(?)을 받는다.

자신을 배려해 주지 않는 언니의 행동에 화가 나 어쩌다 싸움이라도 하면 동생이 언니에게 덤벼든다고 엄마에게 혼이 났다.

그래서 생각해 낸 계책이 집안의 막내를 탈출하는 것, 즉 자신의 부하가 될 동생이 생기기를 바라며 부모님 앞에서 순수한 의도에서 동생을 바라는 것처럼 연기를 한다.




유진의 바람과 연기가 통해서였을까?

드디어 유진의 집에 유진의 계획(?)대로 막내 유화가 태어났다.



그런데 동생이 태어나고 보니 자신의 생각과는 상황이 조금… 아니 많이 달랐다.

일단 갓 태어난 동생은 말이 안 통했다.

그래서 언니가 학교에 가고 나면 동생 때문에 어지러운 집에 남겨진 유진이는 언니가 더욱 생각났다. 아~ 언니와 같이 학교에 다니면 좋을 텐데.

언니가 준비물 가방이라도 놓고 갈 때면 동생을 돌보시느라 바쁘신 엄마를 대신해 유진이가 언니의 준비물 가방을 학교에 가져다주어야 했다.



언니와 싸우기도 하지만 여전히 유진이는 언니를 바라보며 언니와 어울리며 언니처럼 되기를 바랐다.

언니는 유진이가 태어나서 처음 만난 친구였기에.

그리고 아직 모르는 게 너무나 많았던 때, 언니는 뭐든지 알고 있어 듬직했고 언니와 있으면 무슨 일이든지 즐거웠기에.


그저 언니가 좋기만 하고 언니를 따라 하고 싶고 언니와 많은 것을 나누고 싶었을 뿐인 유진이와는 달리, 언니 유선이는 점차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며 성장하고 있었다. 그런 모습은 유진이에게 언니가 자신을 귀찮아하고 변한 것처럼 느끼게 만들었다.



그러나 운동회 날 장애물 달리기에서 최선을 다했음에도 점점 뒤처져 꼴찌를 하며 자신감이 상실된 유진이 앞에 언니가 히어로처럼 나타나 구해준다.

언니는 변하지 않았구나! 그리고 여전히 언니는 뭐든지 잘하고 의젓하고 듬직하고 대단했다.



동생 유화도 어느 정도 자라 유진이는 언니 노릇을 하려 했다. 즉 유선이가 그랬던 것처럼 움직이기가 귀찮았던 유진이가 누워서 불을 꺼달라고 유화를 부른 것이다. 그런데 유화는 싫다고 단칼에 거절한다.

아뿔싸, 그렇게 하는 방법도 있었구나!

유진이는 깊은 깨달음을 얻으며 스스로 불을 끄고 잠자리에 누워 유화에게 받은 충격을 되새겨본다.

'말귀는 알아듣는데 말을 안 듣는다.'

아~!! 유진이가 원했던 삶은 이런 게 아니었는데… 이제부터 진정한 세 자매의 치열한 전쟁이 시작된다.



물론 유진이의 시선에서 보는 혼자만의 전쟁이었다.

한창의 전쟁 중에 문득 돌아보니 유진이는 언니와도 싸우고 동생과도 싸우는데, 언니와 동생은 싸우지 않고 사이가 항상 좋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왜 언니와 동생은 싸우지 않는 걸까?



그렇게 세 자매는 일상 속에서 자라고 성장하고 변화하는데….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인생의 페이지에 아로새긴 추억을 뒤로하고 각자의 세상을 만들며 앞으로 나아가는 그들 앞에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둘째 유진이의 시선에서 본 세 자매의 성장일기이다. 가슴 따뜻한 그림체와 부드러운 색채는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고 푸근하게 만들어 준다.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고나 할까.


『오늘 넘긴 페이지』를 보는 내내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 나도 유진이처럼 세 자매 중 둘째이기 때문일까? 유진이의 이야기에 너무나 공감이 갔다.

역시 둘째들의 숙명일까? 언니와 싸우면 동생이 버릇없이 언니에게 덤벼든다고 혼나고 동생과 싸우면 언니가 되어 동생을 잘 보살피지 않고 어린 동생을 구박한다고 혼났다. 위아래로 부딪치는 걸로도 모자라 그 책임이 어째 전부 나한테 있는 것처럼 나만 크게 혼 내시는 부모님을 보면 정말 억울하고 속상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어느샌가 잊고 있던 지금은 추억이라 말할 수 있는 어릴 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엄마한테 혼나서 유진이처럼 내복 차림으로 집 밖으로 쫓겨난 적도 많고 언니랑 팔을 들고 벌선 적도 많았다.

그래, 어릴 때는 동생을 보며 이중적이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지. 어른들은 왜 그런 가식적인 모습에 어이없이 속는 걸까 하고 혼자 분해하기도 했다.

첫째들은 어른스럽다고 이뻐하시고 셋째들은 아무것도 안 해도 이쁨을 받는 것 같았다. 둘째인 나는 무언가 열심히 노력해도 그건 당연한 것처럼 취급받았다. 아~ 불공평해도 너무 불공평했다.


어린 나의 눈에 언니는 그나마 내가 다가가고 따라 하기 쉬운 어른이었기에, 언니를 따라 하고 언니와 어울리고 싶었지만 언니는 결코 나를 상대해 주지 않았다. 언니는 항상 나에게 비밀이 많았다.

그런 언니를 의젓한 한 사람의 어른으로 인정해 주시는 부모님을 보면서 나는 언니에게 시샘과 부러움과 동경을 느꼈다. 나도 빨리 언니와 같은 어른이 되고 싶었다.

그런 언니를 따라 하기도 하고 나만의 장점을 찾기도 하며 조금씩 자라났다.



그렇게 자매끼리 서로 부대끼고 싸우고 의지하고 경쟁도 하고 사랑도 하고 시기도 하며 조금씩 균형을 맞추어 가며 삶을 배웠고, 이제는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하며 서로에게 위로와 의지가 되어가며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우리의 삶은 앞으로 어떻게 더 변화되고 어떻게 기록될까?


『오늘 넘긴 페이지』는 청소년들이나 어른들에게 모두 공감이 가는 특별하지 않은 평범하고 진실한 삶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을 읽고 우리의 인생의 페이지를 들여다보며 평범하고 일상적인 삶 속에서 진짜 자신만의 인생의 모습을 찾기를 바란다.

여러 가지 색깔의 '사랑방 사탕' 속에서 자신만의 취향을 찾아내듯이.





*출판사로부터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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