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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나라 귀신요괴전 1~2 세트 - 전2권 ㅣ 청나라 귀신요괴전
원매 지음, 조성환 옮김 / 글항아리 / 2021년 12월
평점 :
평소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해서 『청나라 귀신요괴전』이 출간되었을 때 궁금증을 참을 수가 없었다.
물론 귀신 이야기라고 해서 무조건 무섭거나 끔찍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릴 때 강시라는 존재가 무섭게 그려지는 영화나 이야기도 있었지만 코믹하게 그려지는 영화도 있었고, 『요재지이』의 「섭소천」 이야기를 영화화한 장국영과 왕조현 주연의 《천녀유혼》을 보면서 이루어질 수 없는 인간과 귀신과의 사랑 이야기에 가슴 설레하고 아파했었다.
『청나라 귀신요괴전』에 소개된 이야기는 우리가 이미 접했을 법한 이야기도 있지만 처음 들어본 귀신·요괴 이야기나 청나라 어두운 시대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귀신 이야기를 하고 있음에도 그것을 신봉하는 것이 아니라 조롱하는 듯한 서술을 하고 있는 작품도 간간이 보이고 있다.
또한 당시 팔고문과 과거제도의 폐단에 대한 작가의 비판정신을 담은 이야기도 많다.
원매가 죽기 3년 전에 완성된 『청나라 귀신요괴전』은 이러한 장장 745편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풀어내고 있다.
등장하는 귀신들은 무서운 존재이면서도 그들도 살아생전에는 인간이었던지라 자신들이 살아있을 때 겪었던 억울함을 표현하거나 은혜를 갚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인간과 똑같이 사랑을 표현하기도 한다.
그러나 반면 살아있는 인간들은 귀신보다 더 독하고 무섭고 악하게 다른 이들에게 해악을 끼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사람은 아직 죽지 않은 귀신이고, 귀신은 이미 죽은 사람'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표현의 이야기들이었다.
『청나라 귀신요괴전』을 읽을 때 원매가 자신의 집필 의도에서 밝힌 것처럼 즐기면 되는 것이지 굳이 교훈을 따져 의미하는 바를 고민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이야기들이 '권선징악'이나 '사필귀정'같은 교훈을 주는 것도 있지만 당시 있었던 이야기나 떠돌던 소문들을 그냥 전달해 주는 이야기도 많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부담 없이 귀신·요괴 이야기와 당시의 기이한 소문 이른바 청나라 가십을 즐기면서 읽다 보니 두꺼운 두 권의 책을 금방 읽어버렸다.
초등학생용 도서로도 나올 정도로 널리 알려진 포송령의 『요재지이』나 이미 국내에 소개된 기윤의 『열미초당필기』와 더불어 청대의 3대 문인 소설인 『자불어』 즉 『청나라 귀신요괴전』이 이제야 국내에 소개되다니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이렇게나마 글항아리의 책으로 만날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