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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이름 - 상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80
움베르토 에코 지음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평점 :
나는 그가 지닌 천성적인 외교관으로서의 재능을 능히 알고 있는 터라서, 우리가 수도원에 도착하기 전에 자신이 참으로 박학다식하고 통찰력이 있는 사람이더라는 평판이 미리 퍼져 있기를 바라는 그의 태도를 이해했다.
그러나 나는 더 이상 호기심을 억누르고 있을 수 없었다. 「그걸 어떻게 아셨는지, 저에게도 좀 들려주십시오.」
사부님은 대답했다. 「이것 보아라, 아드소. 여행 내내 내 너에게 뭐라고 가르치더냐? 세상이 위대한 책을 통해 우리에게 펼쳐 보이는 사물의 정황을 유심히 관찰하는 법을 가르치지 않았느냐?
윌리엄은 아드소와 함께 방문한 한 수도원의 원장으로부터 한 가지 부탁을 받게 되었다.
수도원장은 전부터 윌리엄의 명성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고, 또 그날 윌리엄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말의 모습과 행방을 추리로 맞추어내는 등 지혜 또한 풍부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수도원장은 얼마 전 수도원 벼랑 밑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한 수도사의 죽음에 대한 조사를 부탁하게 되었고, 윌리엄을 이를 흔쾌히 받아들인다.
결과만 놓고 보면 단순한 추락 사고인 듯하지만, 수도원장이 설명하는 분위기며 딱히 실마리도 없는 상황을 보면 다른 추리소설 못지않게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진다.
수도원장이 설명하고 윌리엄이 추측하기를 벼랑 위 수도원 건물에서 떨어졌을 것인데, 정작 수도원의 창문과 바닥 등의 상황은 절대 혼자 실수로 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그렇다면 피살이라는 건데…, 심지어 밤에는 사람들의 건물 출입이 엄격히 제한된다고 한다. 피살이라는 것을 가정할 경우 그럼에도 건물에 올라갔다는 것은 매우 큰 모험을 한 것이나 다름없는데, 도대체 왜 그런 끔찍한 짓을 저지른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