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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ㅣ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1
메리 셸리 지음, 박아람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2월
평점 :
제네바로 돌아온 뒤 하루하루, 한 주 한 주 시간이 흘러도 일을 시작할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악마의 보복이 두려웠지만 진저리 나는 일을 다시 하려니 엄두가 나지 않더군요. 여러 달 동안 깊은 연구와 고된 탐구에 전념하지 않고는 여자를 만들 수 없었습니다. 잉글랜드의 한 학자가 내 연구에 도움이 될 만한 새로운 지식을 발견했다고 들은 터라 아버지에게 연구차 잉글랜드에 가겠다고 말씀드려볼까 생각했지만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차일피일 미루었어요.
빅토르는 자신이 만들어낸 생명체를 증오했고 혐오했으며 두려워했다. 그러나 그 생명체는 이러한 빅토르의 걱정과는 달리 상당히 이성적이었다. 물론 잘못을 한 것도 있었으나, 이는 자신이 우호적으로 다가갔으나 자신을 괴물로 보는 존재들에 분노와 실망, 억울함을 느꼈기 때문이었지 그냥 미친 듯 날뛰었던 것이 아니었다.
그러한 생명체가 증오하는 존재를 하나만 꼽자면 빅토르였는데, 자신을 이토록 흉측하게 만들고, 또 버려두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생명체는 빅토르가 자신의 동반자를 만들어준다면 사람들이 살지 않는 곳으로 가 숨어 지내겠다는 약조를 한다. 이에 빅토르는 자신이 또 다른 괴물을 만드는 것이라 생각하며 깊은 고뇌에 빠진다.
자신의 호기심으로 만들어낸 생명체가 그토록 고통을 받고, 또 흉포한 요구를 하는 것도 아니고 단지 자신과 같은 존재를 만들어달라 하였는데, 단지 본인만을 생각하며 이 생명체의 간절한 요구를 무시하는 빅토르의 모습은 상당히 무책임해 보인다. 물론 이 생명체도 빅토르가 부탁에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자 협박을 하는 방법을 동원하기도 하였으나, 부탁 자체에는 어떤 무리한 부분도 찾기 힘들다.
단지 자신의 두려움 때문에 이 생명체의 부탁을 들어주려 하지 않는 것은 빅토르의 잘못이고 이기심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