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은의 잭 설산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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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게쓰고원 스키장의 삭도 사업본부 매니저 구라타 레이지는 리프트와 곤돌라를 안전하게 운행하는 데 있어 사장과 삭도 사업본부장 다음으로 막중한 책임을 가지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겔렌데 전체를 안전하고 쾌적하게 유지, 관리하는 것 또한 그의 중요한 업무이다.

구라타는 이번 시즌이 시작될 무렵에는 눈 부족으로 전전긍긍했지만, 새해가 되기 전 충분한 적설량을 보이자 스키장을 찾아올 스키객들을 실망시킬 일이 없을 거라는 생각에 활기차게 하루를 시작했다.

그는 겔렌데 정비주임 다쓰미와 삭도부 주임 쓰노에게 겔렌데 슬로프 상태 정비와 리프트, 곤돌라의 정비에 만전을 기한 후 곤돌라를 타고 스키장을 둘러보았다. 구라타는 곤돌라 창문을 통해 슬로프를 신나게 달리는 스키객들의 모습을 보며 자신의 일이 힘들지만 고생한 보람을 느끼며 생각에 잠겼다.

그런 그에게 맞은편에 앉아 있던 노부부 스키어가 갑작스레 '호쿠게쓰 구역'에 대해 질문을 해왔다. 구라타는 되도록 받고 싶지 않았던 질문에 당황했지만 안전상의 문제로 이번 시즌에는 아직 개방하지 않았다는 답변을 한다.


네즈 쇼헤이는 규정과 매너를 지키지 않는 손님들을 단속하며 스키장의 안전을 유지하는 신게쓰고원 스키장의 패트롤 대원이다. 그는 활주 금지구역을 질주하는 위반자들을 끝까지 추적해 단속하고, 스키객들의 사고에 신속하게 대처하며 스키장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동료 후지사키 에루는 그런 그에게 너무 빡빡하게 굴면 스키장 소문이 나빠져 손님이 찾지 않을 거라 충고하지만, 네즈는 스키장의 안전을 위해 규칙은 꼭 지켜야 하고 규칙을 지키지 않는 자는 오지 않아도 좋다는 자신의 신조를 굽히지 않았다.

그런 그 앞에 패트롤 대원들이 쳐놓은 울타리를 넘어 활주 금지구역으로 들어가는 스노보더가 나타났고, 네즈는 활주의 기어를 올려 추적한 끝에 그 스노보더를 잡았다. 가까이 가 보니 스노보더는 세리 치아키라는 여성 스노보더였다. 네즈는 그녀에게 다음에 다시 위반하면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릴 것이라는 경고를 한다.


아들 다쓰키가 스키를 타기 시작한 2년 전부터 가족들이 다 함께 스키여행을 즐기던 이리에 요시유키의 가족.

작년에 신게쓰고원 호텔에 숙박하며 스키를 즐기던 중 돌이킬 수 없는 끔찍한 사고를 겪었다. 연결 코스를 이용하지 않고 규칙에 어긋나는 쇼트커트를 감행한 스노보더들이 호쿠게쓰 구역에서 정규 코스를 달리던 이리에 가스미를 그대로 들이받는 사고를 일으켰던 것이다. 스노보더의 엣지가 가스미의 경동맥을 절단하였으나 가해자 스노보더들은 구조 요청도 없이 그대로 도주했다.

그 사고로 가스미는 경동맥 절단에 의한 과다출혈로 사망하고 만다. 그러나 이리에 요시유키는 이 사고의 책임을 물어 스키장에 소송을 걸거나 스키장 측을 원망하지 않았다. 다만 사고를 일으킨 스노보더에 대한 원망의 마음은 약간 표현했다.

하지만 그때 엄마의 죽음을 눈앞에서 직접 목격한 아들 다쓰키는 아버지 이리에 요시유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 일 년 동안 학교에도 거의 가지 않고 아무도 만나려고 하지 않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정신과 의사 말로는 엄마가 세상을 떠났다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거라고 하여, 이리에 씨는 다쓰키가 작년에 이곳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었는지 정면으로 마주하게 하기 위해 아들 다쓰키를 데리고 신게쓰고원 스키장을 다시 찾았다.


구라타가 삭도 사업본부장실에서 마쓰미야 본부장과 리프트 운행과 코스 운영과 경비에 대한 이견을 나누고 있는데, 회사 홈페이지를 관리하는 다쓰미가 홈페이지를 갱신하던 중 발견한 이메일을 인쇄한 종이 한 장을 들고 급하게 들어왔다.

그 메일은 '신게쓰고원 스키장 관계자들에게'로 시작하여 지구 온난화로 인한 환경파괴의 죄를 스키장에 물어 그에 따른 보상금을 요구하는 협박장이었다. 협박범은 만약 스키장 관계자들이 그들의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눈이 내리기 전 은밀히 설치해 둔 폭탄을 작동시키겠다고 이야기하며, 장난으로 의심이 되면 다른 곳에 묻어둔 메시지를 파보라고 하며 위치를 알려주는데…….




『백은의 잭』은 설원을 배경으로 숨 막히는 두뇌싸움과 범인을 쫓고 추리하는 긴장감이 심장을 쫄깃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스키장의 모든 손님들을 인질로 한 엄청난 스케일의 폭발물 협박 사건.

그리고 그 손님들의 안전을 위해 사투를 벌이는 구라타와 패트롤 대원 네즈.


처음에 협박범들이 스키장 폭파라는 엄청난 위험을 감수하고 요구하는 금액이 억 단위가 아닌 어중간한 금액이어서 조금 의아했다. 그리고 계속되는 요구에 왜 한꺼번에 거액을 요구하지 않고 들킬지 모르는 위험을 감수하고 금액을 나누어서 요구할까 하는 궁금증이 깊어만 갔다.

범인이 이런 짓을 벌인 이유가 무엇일까?

범인들의 목적은 무엇일까?


구라타는 처음 협박장이 왔을 때, 즉시 스키장을 폐쇄하고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스키장 손님들의 발길이 끊길 것을 염려하는 사장과 임원들의 반대에 부딪혀 그 주장을 관철시키지 못한 채 범인의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었고, 나중에는 회사의 고위 관계자가 아닌 범인에 의해 조종당하는 신세가 된다.

그는 처음부터 자신이 강하게 밀어붙이지 못해 사태가 점점 나쁜 방향으로 끌려가게 되는 것에 분해한다. 하지만 범인과의 거래를 빨리 성사시켜 스키장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자신의 사명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갈수록 사건이 이상하다고 느끼는 구라타.

그는 진실을 파헤쳐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


엄청난 폭발물 사건에 휘말려도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멀리서 스키장을 찾아와 준 사람들을 위험에서 구하고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네즈.

그는 상사들의 명령에 따라 범인의 요구를 들어주지만 한편으로는 올바르지 못한 대응에 분노하며 범인의 윤곽을 잡으려고 노력한다.

그는 아무도 다치지 않게 스키장의 안전을 확보하고 폭파의 위험에서 사람들을 구할 수 있을까?


이 소설은 처음부터 모든 사람들을 의심케하고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한다.

아내의 죽음으로 스키장에 원한을 품었을지도 모르는 이리에 씨가 범인일까? 아니면 한탕을 노리는 세리 치아키와 그 사촌들의 공모일 수도 있다. 우연을 가장해서 네즈와 에루의 대화를 엿들었을지도 모르는 기리바야시는 어떨까? 그것도 아니면 회사 자금을 빼돌리려는 회사 관계자에 의한 범행일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남모를 사연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는 구라타가 범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등장할 때마다 호쿠게쓰 구역에 관심을 가지는 노부부는?


그리고 점점 드러나는 추악한 사건의 전말과 거기에 얽힌 사람들의 추악한 인간성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돈을 위해서라면 도덕과 양심을 저버릴 수도 있다지만 새삼 마주하게 되는 그러한 인간의 모습에 절망감을 느꼈다.

하지만 읽는 동안 네즈와 같이 스키장을 질주하고 누비면서 잠시나마 내가 스키장의 하얀 설원을 달리는 것 같은 짜릿한 쾌감을 느끼며 그런 우울한 마음을 씻어낼 수도 있었다.


범인이 누구일까 추리하면서 소설을 읽는 내내 실제 스키장의 설원을 질주하는 것 같은 쾌감을 꼭 느껴보길 바란다.

그리고 이어지는 허를 찌르는 반전.

우리가 생각하고 추측하는 그것이 결코 정답이 아님을 알아야 할 것이다.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이 책은 가독성이 좋아 읽는 내내 막힘없이 술술 읽혀졌다. 잔인한 장면은 없고 설원의 스포츠를 소재로 한 박진감 넘치는 장면들이 많아 청소년들과 같이 읽어도 좋은 소설이다.

코로나19로 인한 활동의 제약으로 마음껏 야외를 누비지 못하는 스트레스를 이 『백은의 잭』으로 한방에 날려버리면 어떨까?

결코 후회 없는 선택일 것이라 생각된다.





*출판사로부터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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