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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ㅣ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1
메리 셸리 지음, 박아람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2월
평점 :
"진정해라! 내 저주받은 머리에 증오를 퍼붓기 전에 내 말을 들으란 말이야. 그렇지 않아도 고통받는 나를 더 비참하게 만들 셈인가? 삶은 고통의 연속이지만 그래도 나에겐 소중하니 내 삶을 지킬 것이다. 명심해라. 당신은 나를 당신 자신보다 더 강한 존재로 만들었다는 것을. …(중략)… 당신은 죄 없는 나에게서 기쁨을 빼앗아 갔어. 온 세상이 축복으로 가득한데 오직 나만 지독한 외톨이로 살아가고 있다. 나는 인정 많고 선량했지만 비참한 삶이 나를 악마로 바꿔놓았어. 나를 행복하게 해준다면 다시 선량하게 살겠다."
빅토르는 자신이 만들어낸 생명체를 버려두고 온 뒤, 계속 그 생명체를 두려워했다.
그러던 중 동생 윌리암의 사망 소식을 듣게 되었다. 정확히는 윌리암이 누군가에게 살해되었다는 소식이었다. 이 비참한 소식을 들은 빅토르는 제네바로 돌아갔고, 그곳에서 멀찍이 보이는 자신의 창조물을 목격하고는 그가 윌리암을 죽인 범인임을 확신하게 되었다.
그러나 억울한 사람이 누명을 써 벌을 받게 되자, 자신의 창조물에 대한 빅토르의 증오는 더욱 깊어져만 갔다.
가족이 죽고, 또 가까운 사람이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된 것 때문에 분노가 치미는 것은 이해가 되는데, 그 분노를 자신이 만들어낸 생명체에게 돌리는 빅토르의 행동이 과연 옳다고 할 수 있는 것이었을까?
결국 딱 드러내놓고 보면 그 생명체를 만든 것도 본인이요, 그 생명체가 두려워져서 차가운 연구실에 버려둔 채 허둥지둥 도망쳐 나온 것도 본인이었다. 그런데도 빅토르가 처음으로 자신이 만들어낸 생명체와 대면하게 되었을 때 그가 보였던 행동은 왠지 이 모든 것들이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발악하며 외치는 듯한, 상당히 간절해 보이면서 한심한 모습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