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프랑켄슈타인 ㅣ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1
메리 셸리 지음, 박아람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2월
평점 :
고된 노력의 결실을 보게 된 것은 11월의 어느 을씨년스러운 밤이었습니다. 나는 고문처럼 극심한 불안에 떨며 발밑에 누워 있는 생명 없는 존재에게 생의 불꽃을 넣어줄 기구를 주위에 늘어놓았어요. 벌써 새벽 1시였답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가 유리창을 때렸고 초는 거의 다 타들었어요. 바로 그때, 꺼질락 말락 하는 어둑한 불빛 속에서 나의 창조물이 누런 눈을 뜨더니 거칠게 숨을 쉬며 팔다리를 꿈틀거렸습니다.
빅토르는 나름 평온하면서도 행운이 있다고 할 수 있는 삶을 살았다. 풍파가 완전히 없지는 않았지만, 사랑하는 이가 있었으며, 나름 풍족한 삶을 영위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가 자연과학에 관심을 두고, 더 나아가 생명에 대하여 연구한 끝에 2미터 40센티미터 정도의 신장을 지닌 생명체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하였다는 점이다. 성공의 기쁨도 잠시, 자신의 창조물에 공포심을 느낀 빅토르는 이를 놓아둔 채로 도망쳐 나왔다.
상당히 무책임한 행동이 아닌가? 본인이 원해서, 본인이 스스로 시간과 노력을 들여가며 만들기까지 했다.
그 과정 속에서 얼마든지 돌아갈 기회, 멈출 기회가 있었음에도 빅토르는 오로지 자신이 연구하고자 하는 것에 몰두한 채 끝까지 이어갔다. 그런데 정작 마지막 순간에, 생명을 부여하자 그 존재를 무서워하며 이를 피하기 위해 도망쳐 나왔다는 것이 적잖게 한심하다.
무서워하려면 오히려 그토록 끔찍하고, 처참하고 쓸모없는 본인의 손재주와 미적 감각을 무서워하는 게 차라리 타당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