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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깨질 것 같아 - 두통의 숨겨진 이야기
어맨다 엘리슨 지음, 권혜정 옮김 / 글항아리 / 2021년 12월
평점 :
나는 만성두통을 앓고 있다. 긴장하면 두통이 몇 배는 심해진다. 예전에는 숨도 쉬어지지 않을 정도로 두통이 심해서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에 간 적도 있고, 며칠 동안 계속되는 두통으로 신경외과에서 정밀검사를 받은 적도 있다. 그런데 허무하게도 신체적으로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아니, 허무한 게 아니라 다행이라고 해야겠지?
아무튼 그래서 항상 집에 이부프로펜 계열의 진통제를 떨어지지 않게 준비해 놓고 있다. 물론 코로나19 사태 이후로는 아세트아미노펜 계열 진통제로 바꾸었다.
그런데 너무 기가 막히는 것은 잘 때 발생되는 두통이다. 분명 나의 뇌는 쉬면서 잠을 자고 있는 상황인데 머리가 터질 것 같은 두통이 발생해 한밤중에 자다가 일어나 두통약을 먹어야 할 때도 있다. 보통 잠을 자면 아픈 것도 좀 낫지 않나? 그런데 자다가 발생하는 두통이라니.
대체 왜 이럴까? 이 지긋지긋한 두통은 왜 발생할까? 그래서 나를 고질적으로 괴롭히는 두통이라는 놈을 파헤치기 위해 이 책을 집어 들었다.
두통이란 무엇일까?
우리가 느끼는 통증은 머릿속 혈관, 즉 뇌혈관계에서 왔다. 뇌혈관계는 뇌에 영양분은 공급하는 기관으로 우리 뇌에 존재하는 모든 신경이나 세포와는 섞이지 않는다.
사실 피는 뇌에 해로운 존재이므로 뇌 안에는 뇌조직으로부터 뇌혈관계를 분리시키는 혈액뇌관문이라는 관문까지 있다. 그래서 뇌혈관계를 이루는 혈관이 모종의 이유로 확장되면 위험 경고 차원에서 통증이 유발 되는데 이것이 바로 두통이다.
이 책에서는 아이스크림 두통, 부비동 두통, 스트레스성 두통, 군발 두통, 편두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중 군발 두통이란 것을 이 책을 통해 처음 명칭을 듣고 알게 되었다.
군발 두통은 '빙의 홍색안면통', '편두통성 신경통', '호턴의 두통' 등 여러 명칭으로 불려지다가 1953년 에드워드 찰스 쿤클에 의해 '군발 두통'이라는 명칭으로 불리게 되었다. 이것은 하루 중에, 그리고 연중 특정 기간에 시간이 흐르면서 통증이 군발적으로 뭉쳐서 나타나기 때문이다.
군발 두통으로 분류되기 위해서는 두통 중에서도 특정 증상이 나타나야 한다. 눈꺼풀이 붓고 처지며 결막충혈과 동공 수축, 눈물, 콧물, 코막힘, 식은땀을 동반한 한쪽 눈에서 관자놀이 쪽으로 이어지는 극심한 통증이 있어야 한다. 눈은 한쪽만 아프지만 한번 발작이 일어나면 양쪽이 번갈아 가며 아프다고 한다.
하루걸러 하루씩, 하루에 최고 여덟 번 발작이 일어나고, 그중 위의 증상들을 동반한 발작이 하루 다섯 번 이상 있어야 군발 두통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두통이 여성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것과는 달리 '군발 두통'은 남성에게서 4배 정도 더 많이 발견된다. 우리가 흔히 아는 편두통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두통이 생기는 원인과 빈도이다.
군발 두통의 첫 번째 원인은 유전자에 있다고 한다. 유전자를 의심하는 이유는 5~10%가 가족력이 있기 때문이다. 군발 두통에 가장 많이 개입하는 것으로 보이는 유전자는 오렉신이라는 물질을 위한 수용기를 생성하는 HCRTR2라는 종류다.
두 번째 원인으로 니코틴과 알코올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알코올이 군발 두통을 유발한다기보다는 오렉신 유전자의 비정상적 작용으로 니코틴과 알코올에 중독되기 쉬워질 뿐, 실제 군발 두통을 일으키는 건 오렉신 자체라고 볼 수도 있다.
또 다른 원인으로 테스토스테론과 히스타민에 대한 이야기도 언급되고 있지만 그것은 생략하기로 한다.
결론적으로 군발 두통은 앞에서 살펴본 각 측면, 특히 삼차신경 통증 경로를 활성화시키는 혈관이 과도하게 확장되어 활성화되면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그리고 시상하부의 기능 즉 히스타민과 자율신경계의 관여, 세로토닌의 불균형, 오렉신 민감도 등에 변화가 발생하여 각각 영향을 미치면서 발생하는 것이다.
산소는 군발 두통의 오랜 치료법으로, 마스크를 통해 20분 동안 순산소 가스 12~15리터를 투여한다. 물론 언제 아플지 모르는데 항상 산소통을 이고 다닐 수 없으니 불편한 방법이긴 하다.
세로토닌 작용제 수마트립탄의 복용도 치료방법이다. 수마트립탄을 복용하면 10분 안에 통증이 완화되며, 행복 호르몬(세로토닌) 네트워크가 작동하는 덕분에 행복감이 동반되기도 한다. 따라서 수마트립탄은 중독을 막기 위해 복용량을 철저하게 통제해야 한다.
리튬은 뇌 전체에 효과를 미치는 성분으로 군발 두통 치료에 효과가 입증됐다. 다만 리튬은 내성이 잘 생겨서 점점 복용량을 늘려야만 두통을 예방할 수 있고, 시력저하, 균형감 상실, 경련 등의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베라파밀이라는 심장약도 효과가 있을 수 있다. 변비와 현기증 같은 부작용도 있지만 리튬보다는 내성이 덜 생기고 결과가 더 좋다. 그러나 심장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반드시 아주 신중한 처방이 요구된다.
시상하부의 세로토닌의 불균형 해소에 초콜릿과 커피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리고 섹스도.
군발 두통에 대해 자세하게 읽으니 밤에 잘 때 발생하는 나의 두통 증상이나 아니면 다른 증상들이 혹시나 내가 군발 두통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가지만 증상은 둘째치고 설명처럼 두통 발생 빈도가 나타나지는 않으니… 모르겠다. 의사가 정밀검사 후에도 그런 진단을 내리지 않았으니 아닐 거라 생각한다.
아무튼 두통의 유발원은 누구에게나 있다. 우리는 그것을 그냥 넘길 것이 아니라 어떤 음식을 먹었을 때 혹은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 어떤 심리상태일 때 두통이 유발되는지 주의를 기울여 신경 써야 할 것이다. 그리고 뭐니 뭐니 해도 평소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규칙적 운동과 균형 잡힌 영양을 섭취하며 충분한 휴식을 취하도록 신경 써야 할 것이다.
그리고 두통이란 것이 우리 머리의 통증으로 끝나는 것이 아님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다른 신체 부위의 이상이나 우리가 하는 잘못된 행동에 두통의 원인이 있을 수도 있고 반대로 두통이 몸과 행동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하여, 두통이 보내는 신호를 간과하지 않고 적절하게 대처하여 건강한 생활을 영위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