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맙소사, 소크라테스! - 산책길에 만난 냥도리 인문학
박순찬 그림, 박홍순 글 / 비아북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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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라는 존재는 홀로 자유로울 수 없고 한정된 시간과 공간 속에서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보편적 상식을 기반으로 발전해 왔다. 이 책에서는 우리가 알아야 하는 보편적 상식을 역사를 통해 살펴보고 있다. 작가는 그 역사의 뚜렷한 흐름의 방향을 '시대정신'이라 부르며, 고대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시대별 정신을 대표하는 인물 15명을 엄선해 그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이 다른 인문학 서적과 눈에 띄게 다른 점은 자칫 딱딱할 수 있는 철학, 과학, 예술, 경제학 등에 관련된 시대정신을 바꾼 인물들과 그들이 가진 문제의식을 우리에게 친근한 반려동물인 고양이라는 만화와 카드 뉴스 형식의 그림을 통해 이야기하여 우리의 흥미와 관심을 자극하며 쉽게 풀어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작가는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그 인물들과 그들이 가진 문제의식의 윤곽을 파악해 인문학에 호기심과 재미를 가졌으면 하는 바람을 드러내고 있다.



작가는 시대정신을 대표하는 인물들로 고대의 소크라테스와 공자를 시작으로 중세의 토마스 아퀴나스, 단테 알리기에리,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를 거쳐 근대의 장 자크 루소, 아이작 뉴턴, 애덤 스미스, 칼 마르크스, 지그문트 프로이트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현대의 존 메이너드 케인스, 시몬 드 보부아르, 체 게바라,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자크 데리다에 이른다.



그중 나에게 가장 친숙하고 많이 접해 본 인물은 18세기 프랑스의 사상가 장 자크 루소이다. 그는 근대 유럽은 물론 현대사회에 이르기까지의 사상과 사회 변화에 큰 영향을 주었다. 교육학을 전공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어본 명저 『에밀』과 그의 사상을 집대성한 『사회계약론』은 루소의 대표 저서들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질서는 자연적으로 생기지 않고 약속에 근거를 둔다는 루소의 사회계약론으로 근대 사회가 열리게 되었다.

루소 이전까지 인간은 더불어 살려는 본성이 있다고 보았기 때문에 국가는 자연스러운 발생 과정으로 여겨졌다. 지금도 우리는 가족과 씨족, 부족의 단계를 거쳐 국가가 발생했다고 배우고 있다.


그러나 루소는 사회가 자연 상태에서 발생하지 않는다고 했다. 왜냐하면 만약 국가가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나는 것이라면 초기 국가에서 존재했던 노예제도를 설명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초기의 국가들은 폭력을 통해 세운 질서를 자연이나 신의 섭리로 합리화시켰는데, 루소에 따르면 이러한 국가 체제하에서는 노예들뿐만 아니라 지배자들 또한 그 권력과 부에 따라오는 경호와 감시로 억압받는 노예들처럼 자유롭지 못하다고 했다.

그래서 루소는 사회 구성원들이 억압과 노예 상태에서 벗어나려면 자유로운 개인들 사이에서 정의로운 약속을 맺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수를 위해 일부의 소수가 일방적으로 양보하는 상황이 되는 것은 노예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무엇이 정의로운 사회계약일까?

루소는 의무와 권리가 일치할 때 공평하고 자유로운 계약이 성립될 수 있으며, 일치하지 않으면 정의롭지 않다고 했다.

그리고 개인에게는 의무와 권리 중 한쪽으로 치우친 정의롭지 못한 사회계약은 다시 맺을 권리가 있다고 했다. 즉, 권력이 의무와 권리의 일치를 침해할 때 권력을 박탈할 수 있다고 했다.

이로써 근대와 현대의 주권 개념을 확립했다. 주권은 일반의지의 행사이므로 결코 양도할 수 없다고 했다.



영국의 정치경제학자이자 윤리철학자 애덤 스미스에 대한 설명도 쉽게 되어 있다.

스미스는 경제학 연구 과정에서 일관성 있게 "모든 국민이 부유해지기 위해서는 어떤 방식으로 경제활동이 이루어져야 하는가?"를 문제의식으로 삼았다.


스미스는 개인에게 자신의 이익 증진에 최선을 다하라고 한다. 개인 이익에 충실하면 사회 이익은 따라서 증가하게 된다고 했다.

여기서 자본을 사용하는 것은 투자, 구성원의 노동을 이끄는 것은 경영이므로 시장의 주체는 사실상 모든 개인이 아니라 소수의 기업가라고 했다. 스미스는 소수 기업가의 효율적 투자와 경영을 통해 국가의 부가 증가한다고 했다.


애덤 스미스는 정부의 시장 개입을 적극 반대하며 시장에서의 자유 경쟁을 통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상품 가격이 저절로 결정되어야 한다고 했다. 정부가 시장에 간섭하면 비효율 때문에 개인과 사회의 이익이 모두 줄어든다고 했다.


이러한 애덤 스미스의 시장 이론은 자유방임주의를 만들어냈고, 자유시장과 자본주의에 대한 문제의식이 지나치게 단순하다는 한계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국부론』은 경제학의 대표적 고전임을 부정할 수 없다.




이렇게 친숙한 인물도 있는 반면 여성운동의 대모라 불리는 시몬 보부아르, 양자역학을 통해 과학혁명을 일으킨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포스트모더니즘으로 불리는 해체주의 철학의 대표 사상가 자크 데리다 같은 다소 생소한 인물들에 대해서도 너무 알기 쉽게 이야기하고 있다.


고양이 만화로 표현된 짤막한 한 컷 속에 그 인물과 그들이 가진 의식에 대한 쉬운 설명이 있어 정리가 되며 이해가 쉽게 되었다. 읽다가 관심 있는 인물에 대해서는 좀 더 자세한 설명을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바로 작가의 의도인 것이다. 인문학에 대한 관심.



그리고 책의 마지막에는 읽으면 좋고 안 읽어도 그만이라는 <도슨트 투어> 파트가 있는데, 본문에서 다 담지 못한 유익한 이야기들이 적혀 있으니 개인적으로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 부분은 본문보다 많은 글로 된 설명을 담고 있지만 역시 요약정리가 되어 있기 때문에 쉽게 읽혀진다.


물론 이 책으로 각 시대정신을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꼭 알아야 되는 요점을 꼭 집어 언급하고 있고 알기 쉽게 최대한 요약, 정리되어 있기 때문에 인문학에 대해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이나 처음 인문학을 접하는 사람들, 심지어 초등학생들조차 이 책을 통해 쉽게 인문학에 접근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제목에도 나와 있는 것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산책길에서 냥도리를 만나 인문학을 접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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