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나라 귀신요괴전 2 - 중국 괴력난신의 보고, 자불어 완역 청나라 귀신요괴전 2
원매 지음, 조성환 옮김 / 글항아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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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에 이어 『청나라 귀신요괴전 2』에서도 수많은 귀신·요괴 이야기는 기본이고 청나라 당대의 어둡고 우울한 사회상과 당시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기묘한 이야기, 실존했던 유명인이 겪은 기이한 이야기 등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읽다 보면 청나라판 「세상에 이런일이」나 「믿거나 말거나」같은 이야기도 가득 수록되어 있어 지루할 틈이 없이 읽어 나갔다.



물론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오싹하고 두려운 귀신·요괴 이야기이다.

전설의 고향처럼 "내 다리 내놔라~." 하는 것처럼 "내 피를 돌려다오~." 하는 이야기도 있고, 음식을 잘못 먹어 음식에 붙은 귀신이 뱃속에 들어가는 이야기, 귀신이 되어 자신을 죽음으로 몰고 간 파렴치한 이들에게 복수를 한 이야기, 강시의 습격으로부터 인간의 목숨을 구해준 신 이야기, 귀신들이 대낮에 좀도둑이 훔친 물건들을 운반한 이야기(오귀반운법), 다른 물체로 변신한 귀신을 잡아 기름병 속에 넣어 태운 이야기 등 이야기가 너무 무궁무진해서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힘들다.

전체 932쪽으로 된 『청나라 귀신요괴전 2』는 1권과 두께는 거의 다를 바 없지만 더 재미있고 신기한 이야기로 무장해 그냥 막힘없이 페이지가 넘어갔다.

이 책 자체가 완전히 요물이다.



귀신 이야기 외에 눈길을 끄는 이야기 중의 하나가 「여자가 남자로 바뀌다」였다.

지금에야 인위적으로라도 성전환을 하는 경우가 있어 여성이 남성이 되거나 남성이 여성이 되는 것에 놀랍지는 않지만 옛날 청나라에서 자연적으로, 그것도 다 자라서 결혼하기 전에 성이 바뀌는 경우가 있었다면 얼마나 경악스러웠을까?



「여자가 남자로 바뀌다」는 내양현에서 일어나 주변을 놀라게 한 사건이다.

당시 내양현에 살던 설 씨는 딸 설매를 황 씨 집안 아들에게 시집보내기로 했다. 그런데 출가할 날이 다가오자 갑자기 설매가 병이 나고 말았다. 거의 목숨이 왔다 갔다 할 정도여서 혼수상태에 빠졌는데, 그때 설매는 흰 수염 노인이 자신의 몸을 더듬는 것을 느꼈다. 하반신을 더듬을 때 설매가 수치심에 그의 손을 뿌리쳤더니 그 노인은 급하게 거사를 치르고 떠나가 버렸다.

이에 설매가 깨어나 대성통곡을 하자 부모가 깜짝 놀라 설매에게로 왔다. 부모는 설매가 나은 것이 기뻤지만 깨어난 설매가 남자로 변해 있어 경악하고 말았다.

이 일은 소문이 나서 포정사 도회헌이 이 사건을 알아보러 내양현으로 와서 설매를 만나보니 얼굴과 목소리는 여자였지만 몸은 남자였다고 한다. 이에 설매는 이름을 설래라고 바꾸고 남자로 인정받았다.

그래서 설 씨는 아들 둘, 딸 하나에서 아들 셋이 되었다.


우리나라도 조선 세조 때 여성과 남성의 성을 동시에 타고난 '사방지'라는 실존 인물이 있었다. 사방지는 어릴 때는 여자로 자라지만 성장함에 따라 남성의 생식기가 발달하면서 여성인 동시에 남성이 되었고, 사방지를 이용해 자신들의 성적 욕구를 해소한 여성들과의 성 스캔들로 조선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또한 명종 때 '임성구지'라는 양성을 다 갖춘 인물이 남자에게 시집을 갔다가 쫓겨난 후 남자로 살기로 하고 여자에게 장가를 간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 '사방지'같은 경우는 영화로도 나왔다.

이 책에는 이런 요상하고 괴상한 청대의 이야기들이 잔뜩 수록되어 있다.



『청나라 귀신요괴전』은 당시로서는 장수한 편이었던 원매가 죽기 3년 전에 완성되었다고 하니, 그가 한평생 살면서 보고 듣고 느꼈던 수많은 이야기의 집성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는 지금은 이해하기 어려운 당시 시대 모습이나 풍습들이 이야기 곳곳에 나와 그것 또한 이야기를 읽는 재미가 되었다.

이야기들은 흥미 위주의 이야기들도 있지만 '권선징악'이나 '사필귀정'같은 교훈을 주는 이야기도 많다. 그런 이야기들은 아이들이 "무서운 이야기 하나 해 주세요."라고 하면 말해주기 위해서 몇 개 머릿속에서 간단하게 정리해서 넣어 두었다.


또한 이 책을 읽다 보면 주석 부분에서 번역가가 번역을 하면서 중국어의 같은 발음으로 인한 오기로 보이는 지명이나 이름 등을, 왜 자신이 이것을 오기로 보는지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함께 정정해서 번역했다는 설명이 간혹 있다. 이것을 보면서 이 책을 번역하기 위해 정말 섬세한 노력을 많이 기울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번역가가 한 땀 한 땀 공들인 부드럽고 합리적인 번역의 재미난 소재의 이야기들이 가득한 『청나라 귀신요괴전』을 읽어서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다.

이 책들을 선택하고 본 나 자신은 칭찬한다. 잘했어~!!

1권보다 더 무섭고 짜릿한 귀신·요괴 이야기뿐만 아니라 원매가 살던 당시의 청나라 모습이나 당시 떠돌던 소문 등에 대한 적나라한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절대 망설이지 말고 『청나라 귀신요괴전』을 집어 들기를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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