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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옙스키의 명장면 200
석영중 지음 / 열린책들 / 2021년 10월
평점 :
어렸을 때 그는 고양이들을 목매달아 죽인 뒤에 그 장례식을 치러 주기를 좋아했다.(……) 그는 식탁에 앉아 숟가락으로 수프를 휘젓기도 하고 고개를 처박은 채 숟가락을 쳐다보기도 하며 또 수프를 연신 퍼 올려서 숟가락을 빛에 비추어 보기도 하였다.
p.225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제1부 제3권
카라마조프 씨와 거지 여인 사이에서 태어난 스물네 살의 하인 스메르댜코프는 사람 사귀는 것을 싫어하고 말도 없었다. 그것은 부끄러워서라기보다 다른 사람들을 깔보는 듯한 오만한 성격에서 기인한 것인 듯했다. 이 장에서 표현된 스메르댜코프의 성격은 생명을 경시하는 모습이 뚜렷하고, 양부 그리고리의 훈육을 제대로 따르지 않는 오만불손한 모습을 보여준다. 더군다나 결벽증 증세까지.
이것은 그가 태어났을 때부터 겪어야 했던 불운한 운명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태어날 때부터 성격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것이었을까?
이 몇 페이지에 걸친 스메르댜코프의 성격으로만 보아도 그가 표도르 파블로비치를 죽이고 교묘하게 드미트리에게 누명을 씌우는 소름 끼치는 반사회적 성격을 가진 사람임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