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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괴한 레스토랑 1 - 정원사의 선물
김민정 지음 / 팩토리나인 / 2021년 9월
평점 :

시골마을에서 도시로 이사 가는 날 늦은 밤까지 남은 이삿짐을 정리하는 부모님을 차 안에서 기다리던 시아 앞에 한쪽 눈은 보라색, 다른 쪽 눈은 금색인 검은 고양이가 나타났다. 시아는 그 고양이를 한참 바라보다가 고양이에 대한 궁금증으로 차에서 내려 고양이에게 다가갔다.
그런데 그 고양이는 마치 시아에게 따라오라는 듯 천천히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이에 고양이를 따라 숲속으로 들어간 시아는 커다란 아름드리나무 뿌리 사이로 난 커다란 굴로 고양이와 함께 떨어졌다. 그 굴속으로 끝없이 떨어진 후 도착한 곳에서 시아는 이십 대 중반의 특이한 외형의 남자를 만난다. 그를 찬찬히 살펴보던 시아는 보라색과 금색의 짝짝이 눈동자가 날카롭게 반짝이는 것을 보고 스스로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그에게 그가 자신이 따라온 고양이인지 묻는다. 하지만 질문을 받은 남자는 너무나 태연하게 인간들의 세상에 가려면 그곳의 동물 형태로 변해야 했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러면서 자신을 루이라고 소개했다.
루이는 시아에게 자신을 따라가지 않겠냐고 제안하면서도 그것을 거부하면 어찌 되냐는 시아의 물음에 거부는 소용없을 거라고 못박는다. 시아는 부모님이 자신을 찾을 거라고 용기 내어 이야기하지만 루이는 인간 세상과 이곳 세상은 시간이 다르게 흘러가며, 부모님이 시아가 없어진 것을 발견하고 찾으러 다닐 즈음엔 이곳에서 몇 년이 지난 후일 거라고 이야기한다.
따라가면 무엇이 나오냐는 시아의 질문에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보라며 뒤돌아 보라는 루이의 말에 돌아보니, 시아의 눈앞에 몽환적 분위기의 호수와 그 호수 너머로 다른 세계인 것 같은 기이하면서도 멋진 건물들이 펼쳐졌다.
시아가 떨어진 곳은 요괴들이 인간들에게서 멀리 떨어져 살기 위해 만든 요괴 섬으로 호수 너머로 보이는 건물은 요괴 섬 최고의 레스토랑이라고 했다. 놀라운 광경에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던 시아는 루이의 재촉에 정신없이 호수 너머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화려하고 멋진 건물의 내부는 시아를 압도했지만 그중에서도 시아를 더욱 놀라게 한 것은 요괴들이 나르고 있는 접시에 담겨있는 기괴한 음식들의 모습이었다. 루이는 시아에게 요괴 음식은 전부 그런 식이고 인간은 먹지 않는 게 좋다고 했다. 그것은 음식의 모습 때문이 아니라 요괴들의 음식을 인간이 먹으면 음식의 독기로 인해 인간의 심장이 급속도로 썩기 시작하고 심장에 곰팡이가 잔뜩 낀 채로 죽음을 맞게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 시아는 드디어 목적지로 보이는 어느 화려하고 큰 문 앞으로 안내되었고, 그 문을 열고 들어가니 넓고 화려한 연회장 같은 방이 나왔다. 루이를 따라 넓은 방을 가로질러가다 마침내 멈춘 시아는 곰과 쥐를 합쳐 놓은 것처럼 생긴 병들고 흉측한 모습의 요괴 레스토랑의 영업주 해돈과 마주한다. 해돈의 말을 통역해 주던 통역관은 해돈이 걸린 병의 유일한 치료 약은 인간의 심장이라며 갑자기 시아에게 심장을 내놓으라는 이야기를 한다.
죽고 싶지 않았던 시아는 기지를 발휘해 자신의 심장을 향해 뻗쳐오는 해돈의 손을 피해 요괴 음식이 가득 담긴 접시를 들어 올리며 그 손을 치우지 않으면 음식을 먹겠다고 위협했다.
그러면서 자신을 살려달라며 인간의 심장 말고도 다른 치료 방법이 있을 거라며 자신에게 시간을 주면 다른 방법을 찾아오겠다고 이야기한다. 해돈은 시아에게 치료법을 찾아오는 것에 실패할 경우 자신의 심장을 바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고는 톰의 팔을 이용해 시아와 계약을 하는데….

작가는 소개란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나니아 연대기>, <캐리비안의 해적> 등을 보면서 판타지물에 대한 흥미를 키워 이 책을 집필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이 책을 읽으며 책 내용이나 인물들이 소개된 책이나 영화들과 자꾸 이미지가 겹쳐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다.
도입부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앨리스가 토끼를 따라가듯 시아가 고양이를 따라 토끼굴을 통해 요괴 섬에 도착했고, 전체적인 요괴 레스토랑의 분위기와 등장인물들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오는 인물들과 자꾸 겹쳐서 떠올랐다. 이 소설에 나오는 작은 용 히로와 레스토랑의 마녀 야콥의 모습은 각각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하쿠의 용일 때의 모습(크기는 다름)과 신들의 목욕탕의 주인 유바바의 모습과 상당히 이미지가 비슷했다. 요괴 레스토랑도 밤에 영업을 하고 손님들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신들의 목욕탕과 상당히 이미지가 겹쳐진다.
해돈의 치료 약으로 심장을 내놓으라는 이야기는 용왕의 치료 약으로 간을 내놓으라는 <별주부전>의 토끼의 간 이야기를 연상시켰고, 한 가지 더한다면 하츠의 보금자리였던 설산과 안개의 이미지는 일본 애니메이션 <이누야샤>에 나오는 백령산과 카라의 요기로 조종하는 바람의 능력이나 반요 나락의 요기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까마귀에게 영혼이 잠식되는 하츠의 이미지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자신의 심장을 캘시퍼에게 내어주는 하울과 비슷한 느낌이다.
이건 어디까지 주관적인 느낌이니까.
그러나 배경이나 인물들의 소개들이 이렇게 있은 후 실제적인 이야기는 1권의 중반 이후부터 시작된다.
시아가 해돈의 치료 약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인물들에 대해 알아가고 도움을 요청하면서 이야기는 전혀 새로운 방향으로 흥미와 관심을 이끌어내고 있다.
다른 요괴들이 언급을 꺼리며 언급한 것만으로도 떠들이 아주머니의 목이 날아가게 만들었던 하츠는 해돈과의 계약으로 레스토랑의 직원이 되어 있었고, 시아가 이곳으로 끌려오게 만든 가장 큰 원인을 제공했던 마녀 야콥은 시아에게 그녀를 구원해 줄 수도 있는 중요한 이야기를 해주고 시아가 어려울 때 도움을 준다. 츤데레의 면모를 보여준다고나 할까.
그리고 밝혀진 악당 하츠의 불행했던 어린 시절과 그를 이용했던 노파의 정체에 대해 궁금증을 자아낸다.
시아는 하츠의 도움을 받아 치료 약을 찾기를 원했지만 과연 하츠의 도움을 구할 수 있을까.
이 책의 소제목처럼 우연히 만난 레스토랑 정원의 정원사가 주는 선물은 무엇일까.
그리고 요괴 섬 여왕의 정체는 무엇이며 그녀가 하츠에게 진짜로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처음에는 식상한 이야기인 줄 알고 약간은 실망했지만 갈수록 흥미진진하고 기상천외한 이야기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아직 인간의 심장을 대체할 수 있는 치료 약이 무엇인지 그 정체도 밝혀지지 않았고, 치료 약을 찾기 위한 모험도 시작되지 않았다.
나는 무엇보다 하츠와 노파 사이의 관계의 결말이 궁금하다.
모든 궁금증을 품고 『기괴한 레스토랑 2』를 시작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