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모자, 여행을 떠나 시체를 만났습니다 옛날이야기 × 본격 미스터리 트릭
아오야기 아이토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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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유리 구두의 공범>에서 슈펜하겐으로 여행 중인 열다섯 살의 빨간 모자는 여행 중에 우연히 신데렐라를 만났고, 마법사 바바라 할머니와 테클라의 도움으로 예쁜 드레스와 유리구두를 신고 클레어드룬성에서 열리는 무도회에 참석하게 된다. 그런데 성으로 가던 도중 갑자기 마차 앞에 어떤 남자가 뛰어들었고, 그 남자는 말발굽에 정확히 이마를 걷어차이며 죽고 만다. 이에 검은 쥐 마부와 빨간 모자가 초조해하는 반면 신데렐라는 의외의 침착함을 보이며 시체를 숨기자고 하는데….


2장 <달콤한 밀실의 붕괴>에서는 계모 소피아의 부추김에 숲에 버려져 허그족의 마녀에게 감금되었다가 겨우 도망친 헨젤과 그레텔이 계모에게 앙심을 품고 복수를 계획한다. 아버지 고프가 마을에 일나간 틈을 타 집으로 돌아온 헨젤과 그레텔은 금화가 잔뜩 쌓여 있다며 마녀의 과자집으로 계모 소피아를 유인한다. 그리고 그들은 소피아가 찬장 서랍 가득한 금화에 넋을 놓고 있는 사이 찬장이 쓰러지게 만들어 소피아를 찬장에 깔려 죽게 만드는데….


3장 <잠자는 숲 속의 비밀들>은 말 그대로 잠자는 숲 속의 공주를 둘러싼 비밀과 사건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여행 중 구텐슐라프 왕국에서 우연히 킷센 재상을 도와준 빨간 모자는 그에게 하룻밤 신세를 지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그날 저녁 빨간 모자는 킷센과 킷센의 양자 거넨, 킷센의 재종손 슈나펜, 대장장이 스무스, 스무스의 동생이자 조각가 브룩시와 함께 만찬을 즐기며 구텐슐라프 왕국의 잠자는 공주 오로라의 이야기를 듣는다.

다음날 아침 킷센 재상의 충실한 심복인 트로이가 킷센 재상에게 와 자신의 아들 메라이가 그날 새벽에 사람을 찔러 죽여 체포됐다는 이야기를 전하며 도움을 요청한다. 메라이는 자신은 범인이 아니라며 억울함을 호소하며 도와달라고 했다. 만약 메라이의 무죄를 입증하지 못하면 형이 확정되어 즉시 참수형에 처해진다고 했다. 이에 사람들은 여행 중에 신데렐라 사건과 헨젤과 그레텔 사건을 해결했던 빨간 모자에게 도움을 요청하는데….

그리고 이야기의 말미에 빨간 모자는 슈나펜에게 자신의 여행의 목적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최종장 <소녀여, 야망의 성냥불을 붙여라>에서는 빨간 모자가 슈펜하겐으로 여행하는 목적과 바구니 속의 쿠키와 와인의 정체가 밝혀진다.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성냥 공장을 하는 먼 친척 갈헨의 손에 맡겨진 엘렌은 아무런 보살핌 없이 공장 한구석에 방치된 채 길러진다. 엘렌이 아홉 살이던 크리스마스이브에 갈헨은 팔지 못해 남은 성냥갑이 가득 든 바구니를 던져주며 다 팔 때까지 들어오지 말라며 엘렌을 길거리로 내쫓는다.

엘렌은 성냥을 팔아보려 했지만 사람들은 성냥은 사주지도 않으면서 돈 없으면 평생 비참한 꿈이나 꾸라며 엘렌을 경멸의 눈초리로 보며 무시한다. 그때 엘렌을 안타깝게 여긴 신의 심부름으로 나타난 천사가 엘렌에게 그녀가 만진 성냥으로 불을 켜면서 소원을 빌면 원하는 꿈을 볼 수 있게 하는 능력을 준다. 그리고 엘렌은 자신의 능력을 사용해 성냥에 불을 붙이며 꿈을 보지만 그 꿈이 금방 끝나는 것을 보며 영원히 깨지 않을 현실에서의 꿈을 실현하고자 결심하는데….



"네 범죄 계획은 왜 그렇게 허술해?"


이 책은 빨간 모자가 자신의 목적을 위해 여행을 하는 것을 큰 줄기로 여행 중에 일어난 3개의 에피소드와 자신의 목적 달성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4개 전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동화의 주인공들을 사건의 피의자 혹은 피해자로 등장시키며 기발하게 그 동화들과 접점을 만드는 것과 동시에 그 이야기에서 일어나는 미스터리 사건들을 해결하기 위해 빨간 모자가 개입한다.


책 표지가 아기자기 예쁘다고 해서 절대 아이들에게 보여줘서는 안 된다.

우리의 기억 속에서 밝고 순수하고 아름다웠던 동화 속 주인공들이 어른들이 보기에도 다소 무거운 살인 사건, 근친 간의 성범죄를 저지르는 듯한 암시, 돈을 위해 양심을 팔고 다른 사람의 인생을 파괴하는 것을 서슴지 않는 악랄함 등을 보여주는 것을 보면서, 어른이 되어서도 조금이나마 가지고 있던 동심이 확실하게 파괴되는 것을 느꼈다.


작가는 동화들의 재해석을 통해 등장하는 각 동화들을 확실한 미스터리 추리 사건들로 재탄생시켜 독자에게 충격과 경악을 안겨주고 있다.

이야기는 끝을 향해 가면서 극도의 치밀한 구성과 반전을 보여주고 있는데, 마지막 성냥팔이 소녀 엘렌과의 대결에 가서는 치열한 두뇌싸움을 보여주며 긴장감이 극에 달한다. 그리고 비뚤어진 꿈의 현실을 추구하며 돈벌이만을 삶의 가치로 추구하는 악의 최종 보스인 성냥팔이 소녀 엘렌의 결말을 보며 말할 수 없는 씁쓸함을 느꼈다.


빨간 모자는 자신의 복수를 이루었을까?

이루었다면 복수를 이룬 다음 자신이 꿈꾸었던 것만큼 행복과 만족감을 느꼈을까?

우리에게 친근한 캐릭터라 그런지 더 여운이 남는 미스터리 추리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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