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청춘
정해연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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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물류 회장 주석호는 첫사랑에 실패한 이후 결혼은 하지 않은 채 성공을 위해 고집스레 앞만 바라보고 달리며 청춘을 바쳐 한국 굴지의 회사를 일궈냈다. 그런데 평소 건강을 위해 피트니스로 몸을 단련하고 전문 조리사의 건강관리 식단을 먹으며 건강관리를 했음에도 65세의 나이에 갑작스레 폐암 4기라는 진단을 받는다. 치료 성공 확률이 얼마나 될지는 몰라도 항암치료를 받지 않으면 3개월, 길어야 6개월을 살 수 있다는 선고를 받는다.

석호는 버텨낼 자신도 있었고 버텨야 했다. 호시탐탐 자신을 회장의 자리에서 끌어내리려는 주주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자신이 평생을 바쳐 일궈 낸 회사를 지켜내야 했다.

물론 회장직에 연연하는 것은 아니었다. 자신이 물러나도 회사에 타격이 없도록 자신의 회사 경영 이념을 관철시킨 뒤 차근차근 보기 좋은 모습으로 내려오고 싶었다.

이를 위해 자신의 병은 가장 믿을만한 김범주 사장 외에는 비밀로 한 채 바쁜 업무 중에도 고통스럽고 힘든 항암치료를 병행했음에도 한 달 반 만에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외로이 고통스럽게 죽음을 맞이했다.

'억울하다'


그런데… 찰진 욕설과 '짝'하는 소리와 함께 등에 느껴지는 고통으로 눈을 떠보니 눈앞에서 천사 같은 여인이 일어나라며 성화였다. 처음에는 자신이 죽어 사후세계에 왔나라는 생각에 주위를 돌아봤지만 아무리 돌아봐도 초라하고 작은방에 있었다. 이런 곳이 천국 일리가 없었다. 그리고 자신에게 완력을 행세하던 천사 같은 외모의 여인은 자신이 엄마라며 일하러 갔다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나간다.

석호는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영문을 몰라 하다가 무심코 들여다본 거울 속의 자신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란다. 거울 속에는 생전 본 적 없는 잘생긴 외모의 소년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석호는 계속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며 현실을 자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이 있던 방을 뒤져 자신이 있는 몸이 누구의 몸인지 알아낸다.

고등학교 2학년 '김유식'

살아 돌아왔다. 하늘이 기회를 준 것이다. 석호는 꽃다운 청춘을 즐겁게 누려보지 못한 자신의 억울함을 하늘이 알고 선물을 주신 거라고 생각했다.


죽은 지 하루 만에 살아 돌아왔다는 기쁨도 잠시 더운 8월의 날씨에 홀로 죽은 예순다섯의 자신을 생각하니 그냥 있을 수 없었다. 자신이 죽었다는 뉴스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조만간 자신의 시체는 발견될 것이었고, 자신이 고독사 했다는 사실이 언론에 공표되면 회사에도 큰 타격이 있을 것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신변 정리도 끝내지 않았다는 사실을 생각하니 그냥 있을 수 없었다. 자신의 죽음을 되돌릴 수는 없으니 자신의 죽음으로 인한 피해는 최소화하기 위해 자신이 원래 살던 집으로 갔다.

자신의 고급 아파트에 도착해서 집에 들어가려 했지만 자신이 보안을 위해 달았던 지문 인식 시스템만 있는 현관 잠금장치에 막혀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고, 이에 자신의 최측근인 김범주 사장을 만나 사정을 이야기하기 위해 회사로 향했다.

그러나 정문으로 회사 출입하는 것을 저지당한 석호는 지하주차장 엘리베이터를 통해 건물로 들어가기 위해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갔고, 그곳에서 자신의 차에서 내리는 김범주 사장을 보게 된다. 그리고 곧이어 그를 따라 내리는 65세의 주석호를 만나게 된다. 바로 자신이 들어가 있는 김유식의 영혼이 65세 주석호의 몸에 들어간 것이었다.

그리고 유식으로부터 65세 주석호의 몸에 나타난 100이라는 숫자가 99로 변했음을 듣고는 18세 유식의 몸에 나타난 숫자 표식을 확인하는데…….




이 소설은 성공을 위해 쉼 없이 앞만 보고 달려왔지만 뜻하지 않은 죽음을 맞이하는 65세 대기업 회장 주석호와 편모슬하 가난한 환경에서 자신이 원하는 풍족하고 기깔나는 삶을 살아보지 못하고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해 죽은 18세 소년 김유식의 영혼이 뒤바뀌어 백 일의 삶을 더 살면서 일어나는 이야기이다.


가진 게 없던 석호는 남에게 무시당하지 않으려 매사 긴장하고 살아남기 위해 버둥거리며 한 번도 인생을 제대로 즐겨보지 못한 채 앞만 보고 달리며 경제적 성공을 이룬다. 그러나 그렇게 쉼 없이 일만 해오던 중 죽음을 맞이하며 청춘이라는 게 뭔지 즐겨보지 못하고 일만 했던 삶이 억울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유식과 바뀌어 살아가는 백 일이 자신에게 놀지 못한 청춘을 즐기라는 하늘의 선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일련의 사건을 겪고 생활하며 진정한 청춘이 무엇인가를 깨닫게 된다.

그저 놀기만 하는 것이 청춘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닥친 환경 안에서 최선을 다해내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의 청춘인 것이었다.


유식 또한 교통사고를 당하는 순간 폼 나게 한번 살아보지도 못하고 죽는다는 사실에 억울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돈 많은 석호의 몸으로 깨어났을 때 자신이 원하는 '기깔나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철없이 기뻐했다.

그러나 아무런 공통점이 없는 생면부지의 석호와 생활하고 석호를 보면서 진정한 '기깔나는 삶'을 깨닫게 된다. 인생의 매 순간 최선을 다해 많은 사람들을 지켜내고 자신을 증명하는 것이 자신이 원하던 진정한 기깔나는 삶이라는 것을.


사람의 앞일은 아무도 모르고 누구에게든 삶의 후회는 있을 수 있으니 우린 그저 우리에게 주어진 삶을 열심히 살아가면 된다. 그저 열심히 노력해서 산 것만으로 충분히 가치 있는 삶을 산 것이다.


어쩌면 석호에게 있어서 백 일은 가족의 사랑을 느끼라는 하늘의 선물이 아니었을까? 그것은 유식과 은희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석호는 유식과 유식의 엄마 은희와 같이 생활하며 일상적이고 평범한 생활 속에서 자신이 살면서 진정 누리지 못했던 따스한 온기와 충만함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석호는 자신의 외로웠던 첫 죽음의 순간을 위로받는 순간 그들과 진정한 가족이 되었다.

작가는 나중에 조금 더 상황이 좋아지면 표현하리라 미룰 것이 아니라 매 순간 사랑하는 이들에게 서로 사랑을 표현하며 행복하게 지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 소설은 중간중간 섞여 있는 코믹한 요소들로 웃음을 주는 동시에 진정한 가족과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며 참을 수 없는 감동의 눈물을 선사하고 있다.

재미와 감동 두 가지 토끼를 다 잡은 소설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많은 독자들이 삶이 다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 진정 멋진 삶을 산 주인공 주석호의 이야기를 읽으며 내가 느꼈던 감동을 같이 느꼈으면 좋겠다.


"난 지금껏 청춘을 잃어버렸던 게 아니라 청춘을 살아냈던 거야."

p.306






*출판사로부터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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