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식범 케이스릴러
노효두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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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조직에서 범죄 심리분석관이었던 도경수는 동료 경찰이 유흥주점과 조직폭력배와 경찰의 유착관계를 수사하던 중 급작스레 시체로 발견되었지만 흐지부지 자살로 발표되고 내사를 종결하는 내부 분위기에 납득할 수 없어 그 사건에 관심을 가지고 마지막 목격자인 동료 경찰의 행적에 의문을 제기했지만, 경찰청 상부의 제재를 받으며 사건 조사를 이어갈 수 없었다. 이러한 불합리한 상황을 여러 번 겪었었던 경수는 경찰 생활에 회의를 느껴 경찰을 그만두고 하안대학교의 교수이자 유명 범죄 심리학자로 활동 중이다.


그의 생활에 균열이 찾아온 것은 6년 전 아내로부터 아들 지웅이가 한 여자아이를 죽였다는 전화를 받은 이후부터였다. 물론 경수 가족의 삶은 조금씩 삐걱대고 있었지만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하안시로 내려오면서 어느 정도 회복되어 활기를 띠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아내가 집에서 동료들과 통화하며 일을 하는 사이 지적장애 3급인 아들 지웅이가 집을 나가 일을 저지르고 만 것이다.

누구보다 세상의 정의를 외치며 '악행은 언젠가 드러나니 숨기려 하지 말고 정당하게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하던 경수는 경찰에 신고할 것을 잠시 망설였지만, 이내 자신을 포함한 가족들이 새로 시작한 안정된 삶이 무너질 것이라는 생각에 괴로워하며 그 사건을 숨기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범죄에 관한 전문가 기질을 발휘해 철저하게 사건에서 지웅이가 관련된 흔적을 지웠다.

그러나 그날 이후 경수 가족의 삶은 무너져 버렸고 자신의 신념을 포기한 경수는 가면을 쓴 것처럼 가짜의 얼굴로 세상을 대하며 살아가야 했다.

그리고 가족들에게는 명확한 가이드와 대처방안을 알려주며 철저하게 지웅이를 세상에서 지우고는 아내와는 이혼을 했다.


그렇게 세상을 속이며 외로이 살아가던 경수가 부모님 기일에 맞춰 부모님 묘소를 방문하기 위해 전날 밤 묘소 인근의 모텔로 향하던 중, 산 중턱에서 자신의 차량을 향해 돌진하던 SUV 차량과 충돌하며 정신을 잃는다. 그리고 잠시 뒤 정신을 차린 경수에게 어떤 남자가 다가와 무사한지 물었고 다시 돌아올 테니 잠시만 기다리고 있으라고 했다.

경수가 자신의 차량과 부딪친 SUV 차량의 운전자를 돕기 위해 차에서 내리자 자신을 보고 갔던 남자가 되돌아와 SUV 차량에는 자신이 가보겠다며 경수를 다시 경수의 차량 넓은 뒷좌석으로 안내했다. 경수가 차에 타자 남자는 갑자기 클로로포럼을 묻힌 수건을 꺼내 경수를 기절시키려 했다. 경수는 저항했지만 어깨를 다친 상황에서 남자의 완력을 이겨낼 수 없었고 그러는 사이 남자는 경수에게 마취제를 주사했다.


경수가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어떤 좁은 공간에 감금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했고, 자신을 납치해 위협을 가하고 있는 이들에게서는 감금 이유에 대한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한 채 식사와 마취제에 의해 정신을 잃는 것을 반복하며 며칠을 보낸다.

결국 경수는 기지를 발휘하여 그곳을 탈출하는데 성공했고, 그 장소를 도망쳐 나오면서 뒤돌아 그 집을 보는 순간 자신이 와본 적 있는 곳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자신의 가족들이 위험하다고 깨달은 경수는 무작정 산길을 따라 내려왔고 고생 끝에 큰 도로까지 다다를 수 있었다. 그리고 때마침 텅 빈 도로 위를 지나가던 차량을 도움의 손길을 바라며 불러 세웠다. 다행히 차는 멈춰 섰고 급한 마음에 차 내부를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고 차에 올라탄 경수는 차를 타고 가던 중 차 내부가 너무나 익숙하다는 것을 발견한다. 자신의 물건과 예전에 아들이 스티커를 붙였던 자국이 남아있는 자신의 차였던 것이다.

너무 놀라 남자를 쳐다봤지만 이미 남자는 손에 들고 있던 누런 광목 주머니를 경수 얼굴에 뒤집어 씌워 정신을 잃기 직전까지 만든 다음 경수의 팔에 차가운 액체를 주입했다. 그 액체가 온몸으로 퍼져 정신을 잃기 전 경수는 운전자의 얼굴을 자세히 쳐다봤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자신의 눈앞에 자신과 똑같은 얼굴의 남자가 있었던 것이다.



『찾고 싶다』를 읽으면서 작가의 필력에 매혹되어 버렸었기에 이번 작품에 기대가 컸다.

역시… 역시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역시 노효두 작가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이 소설은 나와 똑같은 얼굴을 한 납치범이라는 기발한 아이디어와 반전을 거듭하는 긴장감 넘치는 전개와 소설 속 등장인물의 치밀한 심리묘사와 상황 묘사로 '미스터리 스릴러란 바로 이런 것이다'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소설 도입부부터 긴장의 끈을 옥죄며 도저히 책장을 덮을 수 없게 만들어 할 수 없이 밤을 새우며 다 읽어버렸다.


우리는 살면서 어떤 사건이나 사람들에 대해 자신이 판단한 프레임을 덮어 씌우고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을 믿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진실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고 믿는 것이 진실이 되어 버리는 경우가 많다.

한 번 죄를 지었던 사람은 다른 사건에서 죄가 없더라도 이미 이전에 죄를 지었던 사람이니 범인이 되어 버리고, 아무리 무죄를 주장하더라도 그 사건을 저지른 증거가 아니라 저지르지 않았다는 증거를 스스로 찾아서 증명해 보여야 하는 억울한 일을 당하는 경우가 있다.

소설에서 아들 지웅이가 이전에 아무리 폭력적 성향을 가지고 폭력을 휘둘렀더라도 경수가 상황 판단을 냉정하게 하여 다른 범죄자들의 죄를 파고들어 분석할 때처럼 끝까지 진실을 파헤치고자 했다면 자신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고통을 받으며 삶이 피폐해지는 불행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는 경수가 이미 자신의 아들 지웅이를 잠재적 범죄자의 프레임에 넣어놓고 바라보고 있었던 것에서 비롯된 불행이었다.


지웅이가 범죄를 저질렀다 하더라도, 경수가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을 저버리지 않고 아들의 죄를 인정하여 피해자 가족들에게 속죄하고 법의 심판에 맡기는 올바른 선택을 했더라면, 많은 사람들이 정신은 그 사건에 얽매인 채 빈껍데기로 억지로 살아지는 삶을 살아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소설은 오직 복수에만 사로잡혀 자신을 포기하고 그 복수에 매달리는 것 역시 자신과 주변인들을 죽어가게 만드는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만약 내가 피해자 부모의 입장이었다면 평소 내가 생각하고 허울좋게 이야기하는 것처럼 법의 심판을 받아들이고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않을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그리고 역시 내가 경수의 입장이었다면 내 자식을 그것도 정신적으로 문제 있는 자식을 경찰에 신고할 수 있었을까?

소설을 읽으면서 피해자 부모와 도경수의 입장이 전부 이해가 되어 그저 안타깝기만 했다.


그리고 사건이 어떤 식으로든 해결되면 벌을 받아야 할 악인만 심판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책을 읽었지만 작가의 전작처럼 등장인물의 안타까운 선택이 등장한다. 그래서 더 마음이 아프고 씁쓸함을 느꼈다.


서로에게 상처를 주었다면 그 상처를 치유하는 것 역시 서로의 의지와 노력에 의해서일 것이다.

남에게 상처를 주기는 쉽지만 그 상처를 치유하는 것은 몇 곱절의 더한 노력을 통해 이루어진다.

살아가면서 남으로부터 상처를 받고 힘든 일에 맞닥뜨렸을 때 자신의 삶을 포기하면서까지 남을 다시 상처 줄 것이 아니라 자신을 추스르고 나눔과 희망과 도약을 선택하는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다.





*출판사로부터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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