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중록 외전
처처칭한 지음, 서미영 옮김 / arte(아르테)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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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하와 이서백과의 혼례가 보름 남았을 때 기왕부로 날아온 기이한 살인사건 소식.

불과 3개월 전 돈황의 충의군 절도사로 부임한 왕온이 두 건의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되는 것과 동시에 본인은 행방이 묘연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이 기이한 것은 왕온이 벌였다는 돈황의 중심부에서 일어난 거안 주사의 살인사건과 군영 근처 주막집에서 일어난 충의군 두 대정, 탕천과 경해의 살인사건이 삼경의 북소리가 울린 똑같은 시각에 일어났다는 점이었다.

황재하는 왕온이 걱정이 되어 돈황에 가보고 싶었으나 조야에서 막강한 권세를 가진 황숙 기왕 이서백과의 혼례로 궁에서도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줄곧 황재하를 좋지 않게 여기던 왕온의 부친 왕린까지 도움을 청하러 황재하를 찾아오니 황재하는 더 이상 이 일을 좌시하고 미룰 수가 없었다.

황재하는 이서백을 찾아가 자초지종을 이야기하면서도 혼례에 대해 말하기를 주저하며 망설이니, 이것을 예상이라도 한 듯 이서백이 재하를 배려해 흠천관에 가서 궁중에서 정한 혼례날이 천기에 맞는지 묻고 왔다며 혼례를 두 달 뒤로 미루기로 한다.


삼법사에서 꾸린 약 스무 명의 조사단과 함께 돈황으로 온 황재하와 주자진은 도착하자마자 바로 충의군 군영의 군의처를 방문하여 칼에 찔렸지만 목숨은 건진 경해를 만나 그날 밤 상황에 대해 묻는다. 그는 짜증스럽다는 듯 이전에 진술했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진술을 하고는 자세하게 따져 묻는 황재하에게 언짢은 내색을 하며 더 이상 상대하려 하지 않았다.

황재하와 주자진은 군의처를 나와 거안 주사가 살해된 골목으로 가서 현장에 남은 흔적들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황재하는 두 사건 모두가 누군가가 왕 장군으로 변장해 저지른 사건들이라 확신했다. 그녀는 누가 이 두 사건이 동시에 발생하도록 계책을 짰는지 그 의도가 무엇인지 밝히는 것이 관건이라고 했다.


사주 자사 구승운은 장안에서 온 조사단을 위해 환영연을 열었다. 그 연회에 참석했다 돌아가는 황재하를 따라 나온 옥성반에 속한 아름다운 이국의 여인 무라야한나가 황재하의 거처를 방문하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역참으로 돌아온 반 시진 후에 황재하를 방문한 이가 있었으니 두 명 중 한 명은 황재하가 이미 아는 공손연이었다. 공손연과 같이 온 여인은 공손연의 다섯째 동생이자 조사단 수장 최순잠이 궁금해했던 노래꾼 간우 낭자였다.

공손연은 유배온 몸으로 교방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하는 자신의 상황을 한탄하며, 사건 조사의 실마리를 제공하면 그 공으로 약간의 자유를 허락하는 것을 부탁했다. 기왕비가 될 황재하로부터 확언을 들은 공손연은 자신의 동생 간우가 발견한 단서를 이야기한다.


간우는 최근 거안국이 전쟁을 벌이지 않았는데도 거안에서 성대한 제전이 열릴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그것이 죽은 거안 주사를 위한 제사임을 의심했다. 그리고 거안 제전에 가본 적이 있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거안인들은 제전에서 종종 산사람을 제물로 바친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제전에서 사라진 왕온이 제물로 바쳐질 가능성이 크다고 추측했다는 것이다.

간우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 황재하는 간우의 도움으로 제전에 초청된 옥성반의 일원으로 거안국에 간다. 거안에 도착하여 주자진과 함께 제전이 열리는 곳과 거리를 살펴보던 황재하는 단두대와 연결되는 대로 한편에 있는 낮은 토담집 같은 감옥을 발견했고, 그 안에서 머리를 헝클어뜨린 채 맥없이 고개를 늘어뜨린 사람을 발견하는데….



잠중록 본편을 재미있게 읽었었기에 외전의 출간 소식은 너무나 반가웠다.

소설을 펼치자마자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술술 읽어내려 갔다. 도저히 중간에 덮을 수가 없었다.

외전에서 드디어 황재하와 이서백이 사랑의 결실을 맺는다. 진짜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니 둘만의 달달한 모습을 조금 더 많이 보기를 바랐으나 그것까지는 나의 지나친 욕심이었다.

미스터리한 사건의 추리에 초점을 두고 간간이 섞여 있는 이서백의 츤데레와 황재하의 설렘이 어쩌면 더 심장을 간질간질하게 만드는지도 모르겠다. 중국 소설 속의 황친인 왕들은 왜 다들 멋있게 그려지는지.


사건은 해결될 듯 말 듯 독자와 밀당을 하며 소설의 후반부까지 범인의 윤곽이 정확히 드러나지 않는다. 그리고 마지막에 드러난 범인과 범행 동기에 충격과 경악을 느낌과 동시에 애잔함을 느꼈다.

타인에 의해 자신의 온전한 삶을 살지 못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정상적인 삶을 살고 싶었다는 그 말에 동정과 함께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다. 우리는 아무 생각 없이 살아가는 보통의 정상적인 삶이 누군가에게는 처절히 지켜내고 쟁취해야만 하는 것이라는 사실이 너무 가슴 아팠다.


그리고 소설을 읽다 보면 '흠천관'(p.31), '흠천감'(p.154)이라는 기관명이 나오는데, '흠천감'은 명·청 시대의 천문 기관 명칭이라 배웠었다. 잠중록은 당나라 배경이니 이것은 작가의 고증 오류나 번역상의 오류가 아닌가 싶다.

잠중록 본편에서 삼계탕이 마치 중국 음식인 것처럼 나와서 충격을 주었던 것에 비하면 우리 문화를 건드린 것이 아니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소설은 마지막 부분에서 주자진과 왕온과 기왕부의 2세들의 이야기가 나옴으로써 귀염뽀짝 웃음을 주고 있다.

그중 너무 용맹한 아버지 이서백과 너무 총명한 어머니 황재하와 그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여동생이 있는 기왕부에서 애잔하고 힘든(?) 삶을 살고 있는 현담의 이야기에 광대가 승천해서 내려오려고 하지 않았다.


미스터리 추리, 로맨스, 귀염뽀짝 전부 모여 있는 소설이 이번 『잠중록 외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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