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요괴 추적기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91
신설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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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열네 살 막동이는 열두 살 생일에 법사의 길을 선언하고 구랍 법사의 문하로 들어왔다. 가족들의 모진 반대에 부딪혀 갖은 고생을 하며 구박과 분노와 서러움을 견디고 구랍 법사의 허락을 받아 제자가 되었건만 그때로부터 1년 반 동안 배운 거라고는 양심을 파는 자기소개뿐이었다.


구랍 법사는 칠랍 법사의 아들로 아버지와는 달리 점괘가 하나도 맞지 않을뿐더러 귀신 쫓는 능력도 없는 광통교 선사였다.

광통교 선사란 옛날 광통교 근처에 살았던 판수로 경성 안에서 유명한 판수였다. 그만큼 점괘가 신통했는데 점괘가 잘 맞아서 신통한 게 아니라 하나도 안 맞아서 신통했다. 그 재미로 오는 손님들이 많아 부자가 되었다고 한다. 그 후로 사이비 판수를 광통교 선사라 불렀는데 구랍 법사는 광통교 선사로 소문이 나서 손님이 끊긴 적이 있었다.

그때 그를 광통교 선사라고 불러 소문을 퍼뜨린 맹인 판수 녹치 선사는 점괘가 신통하게 잘 맞았을 뿐만 아니라 병자를 치료하는 치병도 잘했고, 경을 읽는 독경도 빼어났다.


구랍 법사가 자신을 광통교 선사로 소문낸 녹치 선사에게 쳐들어가 싸우니 어느새 구경꾼들이 모여들어 둘 사이의 대결을 부추겼다.

이에 구랍 법사가 치병만을 주장하며 평소 친분 있는 팽나무 할아버지가 자신의 용함을 증명해 줄 거라 믿었지만 팽나무 할아버지는 선뜻 구랍 법사가 녹치 선사보다 용하다는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 이에 대결은 녹치 선사의 승리로 끝나는 듯했다.

그런데 갑자기 구랍 법사가 자신은 귀신이 아닌 요괴 전문이라며 자신이 팽나무 할아버지 집에서 잡았던 요괴에 대해 이야기했고 팽나무 할아버지는 그것을 증언해 주었다. 이때 이야기를 듣고 있던 사람들 중 지호라는 선비가 나오며 그 요괴의 이름이 '훼훼귀'라고 했다. 그때 이후로 구랍 법사의 별명이 '훼훼귀 잡는 구랍 법사'가 되었고 스스로가 요괴 퇴치 전문가를 자처한다.


그러던 어느 날 구랍 법사에게 지호 선비의 소개로 온 도여 선비라는 사람이 피부가 푸른 색인 요괴가 자신의 조카를 납치해 갔다며 조카를 찾아달라는 사건을 의뢰해 오는데…….




어린 시절 누구나 들어 봤음직한 귀신이나 요괴 이야기인 줄 알았다.

이야기의 배경인 19세기, 조선의 백성들이 살기가 팍팍하니 사람들 사이에서 음사(淫祀)가 유행했고, 나라에서는 풍속을 어지럽히는 음사를 없앤다며 단속했다.

주인공 중 한 명인 구랍 법사는 신통한 능력은 없고 말만 번드르르한 약장수에 가까운 허풍쟁이 허당 법사였다. 말을 두루뭉술하게 해서 듣는 사람이 알아서 해석하게 하니 우리가 생각하는 온전한 법사는 아니리라.

기껏 가진 재주라고 해봐야 장터에서 우연히 만난 백발노인으로부터 배운 염력이라고 이름 붙여진 기술뿐이니, 염력의 실체를 알면 헛웃음이 터질 뿐이다.

그래도 그것을 배우겠노라고 백발노인에게 무언가를 바리바리 가져다 바친 후에 드디어 염주 알을 움직이게 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막동이도 보름 짜리 존경을 표했었다. 그 염력의 실체를 알기 전까지.

막동이가 염력의 실체를 아는데도 불구하고 뻔뻔한 얼굴로 마치 자신이 진짜 염력으로 염주 알을 움직이는 것 마냥 염주 알을 염력(?)으로 굴린 뒤 온 기력을 쏟아부은 사람처럼 땀을 닦는 구랍 법사의 모습을 상상하니 귀엽다고 해야 하나 능글맞다고 해야 하나.


막동이는 어릴 때부터 막동이의 꿈이 잘 맞는다며 억지 꿈해몽을 하는 할아버지의 말에 세뇌가 된 건지 갑자기 법사가 되기로 한 다음부터 구랍 법사 밑에서 수행 아닌 수행을 한다. 수행이래야 엉터리 자기소개와 염력으로 촛불을 끄는 연습을 하는 것인데, 스승인 구랍 법사도 엉터리 염력인데 제자가 염력이 될 리가 있을까.


이렇게 엉터리 법사 두 사람이 도여 선비의 의뢰를 받아 광산업자라는 철골귀에게 납치된 조카를 찾아 봉래산까지 찾아가는데 찾아가는 여정 또한 만만치 않다.


그리고 드디어 봉래산에서 만난 철골귀는 내가 생각했던 기인이나 요괴가 아니었다. 철골귀의 존재가 밝혀지니 철골귀가 조카를 똑같이 만들어 냈다는 도여 선비의 말도 이해가 갔다.

그런데 왜 똑같은 아이를 만들어 준 뒤 둘 중 누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도록 꾸민 뒤 한 아이를 데리고 갔을까? 철골귀는 왜 아이가 필요했을까? 치료비 명목으로 많은 돈을 받았으니 똑같은 아이를 만들어 그냥 주었으면 되지 않았을까?

그리고 책에서는 그 아이의 근본을 키우고 붙여서 온전한 모양으로 만들어 낸 똑같은 아이라고 했지만 엄연히 둘은 다른 사람이다. 복제 인간이 있다면 그들은 유전자만 똑같은 것이지 기억과 그 안에 담긴 영혼이 똑같은 것이 아닌 것처럼.


조선 시대 기근이 들어 백성들이 살기 어려워 흉흉했던 시절을 배경으로 상상력을 마음껏 발산한 이야기이다. 웃음을 주다가도 간담이 서늘해지는 장면도 있고 애틋해지는 장면도 있다.

마지막 장면은 생각지도 못했던 충격을 주며 여운이 길게 남았다.

과연 두 사람은 철골귀를 잡아 도여 선비가 의뢰한 사건을 잘 해결할 수 있을까?

철골귀의 정체는 무엇일까?

궁금한 사람들은 『조선 요괴 추적기』로 고고씽.






*출판사로부터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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