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시티 Rome City - The Illustrated Story of Rome
이상록 지음 / 책과함께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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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로마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로마는 인류가 존재하는 한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불멸의 생명을 부여받았다.

로마는 문명의 중심지로서 그 어느 도시보다도 오랫동안 인류에게 영향을 끼쳐왔으며 인류가 존재하는 한 그 흔적이 영원하도록 모든 문화에 그것의 숨결을 불어넣었다.


전 세계가 매일 사용하는 역법과 열두 달의 이름은 고대 로마 시대의 유산이고 로마자라는 문자 체계도 역시 세계 어디를 가든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리고 로망스어라고 불리는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등은 라틴어의 방언들이다. 영어 어휘의 3분의 2도 라틴어와 관련 있다.

로마에서 시작된 바로크 양식은 원래의 목적인 반종교개혁적인 표현 수단을 뛰어넘어 유럽 곳곳으로 전파되어 파격적이고 감각적이며 화려함과 호사함을 과시하며 현대에 이르기까지 영향을 미치는 중요 사조가 되었다.

이처럼 로마는 우리 주변에 있다.


이 책은 현대의 로마의 모습을 둘러보는 것부터 시작한다.

오늘날 로마는 2층으로 되어 있다. 로마제국 멸망 후 후세 사람들이 건물을 지을 때 옛 건물의 잔해를 해체하지 않고 흙으로 덮기만 하고 새 건물을 올렸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로마의 지대는 5~18미터 높아졌다고 한다. 로마의 땅속 유적 중 발굴되어 세상에 드러난 것은 불과 10퍼센트에 지나지 않기에 기존의 역사 연구 결과나 상식을 뒤엎는 놀라운 보물이 나올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있다.

그리고 인류사에 다시없을 그런 역사적 문화유산들을 위해 로마 시민들은 도시 개발의 편리와 호화로움을 기꺼이 포기하고 생활의 불편함을 감수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로 인해 전 세계인들은 옛 로마의 정취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호사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로마라는 공간은 시간의 흐름을 파괴하여 과거와 현재를 연결해 주고 있다.

작가는 이 책에서 관광명소와 문화유산과 예술품들의 스케치와 함께 로마의 현재의 모습과 과거의 모습을 비교하며 그곳과 관련된 역사적 사실을 이야기한다.

이것은 곧 세계의 역사 이야기가 될 로마의 역사 이야기이다.


로마의 기원을 이야기하는데 빠질 수 없는 것이 로물루스와 레무스 전설 이야기일 것이다. 아이네아스의 후손인 누미토르의 딸 레아가 낳은 쌍둥이들은 아물리우스에 의해 버려졌지만 신비로운 존재이자 로마의 상징이 된 늑대에 의해 양육되어 신이 응답한 장소에 자신들만의 도시를 건설했으니 그것이 바로 로마이다.

로마 문명이 시작된 팔라티노 언덕은 처음에는 보잘것없는 장소였지만 로마의 역사 내내 가장 신성하고 특별한 장소로 여겨지게 된다.

이렇게 시작된 로마는 2천 년 넘게 인류의 정신과 물질과 생활에 영향을 주며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카이사르만큼 세계 역사에 큰 자취를 남겼으면서도 평가가 엇갈리는 인물도 없을 것이다.

그는 다수의 자유를 빼앗고 권력을 독차지한 독재자라는 평과 병든 로마 세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은 혁명가라는 평을 동시에 듣고 있다.

로마 문명은 카이사르의 결단과 정치적 처방으로 이후 황금시대를 포함한 5백 년간 생명을 연장한다. 과거부터 이어져 온 문명과 전통을 그대로 지켜내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 문명을 온전히 지켜내고 발전시키기 위해 썩은 부위를 과감히 도려내는 결단과 추진력은 위대한 정치가가 갖추어야 할 덕목일 것이다.

나는 그가 성공한 혁명가임에 추호도 의심하지 않는다.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에서 이상적 군주의 모습으로 꼽은 체사레 보르자는 거대한 야망과 그에 걸맞은 재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터무니없는 운명적인 악의에 의해서 좌절하고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마키아벨리는 '로마 약탈'을 목격하며 제2의 체사레 보르자를 기다렸을 것이다.

체사레에게 시간과 기회가 더 주어졌더라면 이탈리아가 통일되어 강력했던 과거 로마 제국이 부활했을 것이며, 체사레가 이끄는 통일된 이탈리아가 유럽의 패권을 다시 차지하면서 세계의 지도가 바뀌지 않았을까?



이 책은 과거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작가가 직접 그린 멋진 그림을 곁들여 로마의 정치가들이나 교황 이외에 개선문, 수도교, 판테온 등의 수많은 로마의 건축물과 예술가와 예술작품 등 로마에 관한 모든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라는 말이 로마가 단지 세계의 중심이었던 것만을 의미하지 않고,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세계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핵심을 이루고 있는 로마를 제대로 이해하는 데서 비롯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함을 어렴풋이 이해할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세계의 주요 문화와 역사의 근간을 이루고 있고 여전히 영향을 끼치고 있는 로마 문화와 로마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된 것 같아 가슴 벅차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난 후 로마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뀐 나를 발견했다. 이전에는 로마가 고대의 문화유산을 그대로 간직하고 유지하는, 움직임과 발전이 없는 도시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는 로마가 세계 다른 어느 도시들보다 눈에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쉼 없이 활기차게 돌아가는 열정과 에너지와 의지로 가득 찬 도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고대 로마제국의 영광된 모습을 다시 보기를 바라는 것은 비단 이탈리아인들만의 꿈만은 아닐 것이다. 오랜 시간이 흐르며 세계 여러 나라의 법, 제도, 예술, 문화 등에 영향을 끼친 로마 유적과 문화의 복원은 전 세계인들의 공통된 희망사항일 것이라 생각된다. 그것이 로마 문명을 더듬어 복원하려는 수많은 역사학자들이 여전히 많이 존재하는 이유일 것이다. 여러 분야의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언젠가는 현실에 맞는 새로운 고대 로마의 재현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지난 한 달가량 이야기하듯 너무나 쉽게 풀어낸 로마의 모든 것에 관한 『로마 시티』를 읽으며 로마에 대해 자세하게 알게 되는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한 번의 완독으로는 여전히 로마에 대한 이야기에 목마른 것 같다. 당분간 손닿는 곳에 두고 틈틈이 꺼내보며 로마의 이야기에 흠뻑 취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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