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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이 바꾼 세계사 - 인류와 바이러스의 끝없는 공방
나이토 히로후미 지음, 서수지 옮김 / 탐나는책 / 2021년 10월
평점 :
훈족이 방목하던 가축이 어딘가에서 탄저병을 옮아와 줄줄이 폐사했고, 그 가축과 접촉한 훈족 무리에 탄저병이 퍼져 사망자가 속출하자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 달아났을 것이다. 그렇게 훈족은 미지의 역병이 두려워 탄저병이 없는 지역을 찾아 서쪽으로 나아간 것이다. 그들의 이동은 게르만족의 이동을 촉발했고, 역사의 수레바퀴는 돌고 돌아 역병이 일으킨 도미노로 말미암아 476년 서로마 제국을 멸망하게 했다.
중세 시대의 시작이 된 게르만족의 이동.
당시 게르만족은 흑해 연안에 거주하며 수렵, 목축을 하며 살았다. 그런 그들이 훈족을 피해 로마 제국을 침입하면서 민족 대이동을 시작한다.
그런데 중앙아시아에 거주하던 훈족이 왜 서쪽으로 진격했을까?
미국의 세균 학자 한스 진저는 자신의 연구에서 훈족의 이동의 원인을 탄저병의 유행 때문이었다고 보았다.
중학교 때 게르만족의 대이동을 발생시킨 여러 요인 중 하나인 훈족의 이동에 대해서 한나라에 쫓겨 서쪽으로 이동한 흉노족이라고 배웠었다.
그런데 흉노족과 훈족이 같은 민족인지는 역사가들 사이에서 여전한 논쟁의 대상이다.
어쨌든 이 책에서는 중앙아시아에 거주하던 훈족이 서쪽으로 이동한 것이 다른 민족에 쫓겨서 간 것이 아니라 감염병을 피하기 위해 이동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감염병과 그것이 인류 역사에 관여하여 영향을 끼친 순간들을 조명하고 있어 상당히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