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달 1 (일러스트 특별판) - 세 명의 소녀 고양이달 (일러스트 특별판) 1
박영주 지음, 김다혜 그림 / 아띠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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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색으로만 그림을 표현할 줄 아는 나에게 실망한 그가 떠난 뒤 유일하게 내게 남았던 날 닮은 고양이 은율이의 장례식에서 홀연히 내 앞에 나타난 꿈속의 소년.

"달을 그려 줘."

자신을 바라별에서 온 노아라고 소개한 소년은 나에게 달을 그려달라고 했다. 자신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나뿐이라며.

내가 그를 위해 달을 그려주기만 하면 노아는 바라별 벽면에 내가 원하는 무엇이든 그려 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그 그림은 현실이 된다고 했다.

노아는 매일 카페로 찾아와 손님이 끊길 때마다 내게 말을 걸었고 자신의 동화 같은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노아는 상대의 눈 속에서 진심을 읽고 바이올린 연주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소망 통역사'였다고 한다. 나는 처음에는 귀찮아서 노아의 말을 모두 흘렸지만 점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너의 얘길 들려 줘."


노아는 어릴 때 부모님께 버림받고 엄한 스승 아래서 혹독하게 바이올린을 배우며 바라별에서 홀로 자랐다. 그래서 타인의 외로움에 깊이 공감할 수 있었기에 연주에는 진심이 담겨있었고, 그의 연주는 바라별 주민들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그러나 아무도 외로운 노아의 마음은 들여다보려고 하지 않았다.

노아의 유일한 낙은 바이올린 연습이 끝난 뒤 학교 근처의 언덕에 앉아 고양이달을 보는 것이었다.

노아는 다른 바라별 주민들처럼 고양이달의 눈을 가진 고양이가 우주 어딘가에서 바라별을 내려다보며 누군가를 몰래 짝사랑하고 있다는 전설을 믿었고, 노아도 고양이달이 자신을 비추고 있다고 믿고 설레는 마음으로 고양이달을 사랑했다.

그런 노아 앞에 어느 날 문득 소녀가 나타났고, 노아와 소녀는 어느새 서로의 마음속에 조용히 깊게 새겨졌다.



'내게 단 하나의 마음이 허락된다면, 나는 너였으면 했어.'

'그게 무슨 뜻이야?'

소녀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다시 눈으로 말했다.

'널 만나 행복하다는 얘기야.'

p.60~61



어느 날 노아는 부모님을 그리워하는 마음에 바라별 벽면에 아빠를 그렸지만 이내 아빠 뒤에 엄마가 나타나 아빠를 죽인다. 노아가 충격을 받아 슬퍼하자 소녀는 노아와 같이 슬퍼하며 이것은 단지 꿈일 뿐이라며 위로한다. 이 무서운 꿈에서 깨어나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는 일일뿐.

그렇게 노아와 소녀와 고양이달은 밤새 눈물을 흘렸고 다음날부터 노아는 소녀를 볼 수 없었다. 그리고 고양이달도.

바라별 주민들은 고양이달을 다시 찾으려 노력했지만 고양이달은 끝내 다시 나타나지 않았고 사람들은 고양이달의 눈을 가진 고양이를 찾아 하나둘 바라별을 떠났다.




모두 떠나고 스승과 단둘이 바라별에 남게 된 노아에게 스승은 고양이달을 찾으라며 노아에게 별신을 주며 억지로 우주로 떠나보낸다. 고양이달이 있는 곳에 노아가 바라는 소녀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바라별은 금방 다시 재건될 테니 언제든 다시 돌아와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그림을 그리라고 했다.

스승은 찢긴 종이 눈동자로 눈물을 보이며 노아를 배웅한다.

여러 별을 지나 별신의 고장으로 아리별에 불시착한 노아.




알록달록 일곱 색깔 무지개 아리별은 태양의 찬란함을 품은 루나, 바다의 생명력과 격정을 품은 마레, 땅의 고독과 어둠을 품은 모나로 이루어진 머리 셋 한 몸 복합체 고양이 아리가 주인인 별이다.

원래 이 세 인격체는 한 소녀였으나 과거에 중대한 사건으로 인해 나뉘게 되었으며, 아리별과 쌍성인 그림자별의 주인과 만나 사랑에 빠지면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고 한다.


노아는 아리별에서 다정다감하고 섬세한 기린 부부 링고와 린을 만나 가족의 따뜻함을 알게 되고, 아리별의 주인 아리를 만나 우정과 사랑을 나누며 사랑스러운 아리별에서 모험을 같이 하게 된다.



너무나 예쁘고 가슴 따뜻한 이야기이다.

『고양이달』은 판타지, 모험, 가족 간의 사랑, 우정, 운명적 사랑, 배신, 희생, 자연의 섭리, 비밀, 어둠 등 모든 것을 품고 있다.


오린고나무의 가슴 뭉클한 자기희생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코끝이 찡했다.

오린고나무는 루나를 살리기 위해 기꺼이 자신의 나무 기둥을 깎아서 즙을 내 주었고, 그 희생을 결코 떠벌리지 않고 진흙 속에 숨겨 오랜 세월을 묵묵히 지낸다. 그리고 본인이 희생하고 베풀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기억해 준 루나에게 고마워한다.

나는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다. 나는 누군가를 위해 조건 없이 나 자신을 희생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 책은 죽음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에서 빛장례식은 죽음과 동시에 새 생명으로의 탄생을 위한 기다림의 순간이며, 노랑띠마을의 빛구슬들에게는 자신들의 성장을 확인받아 사회의 어엿한 일꾼이 되는 하나의 통과의례 같은 의식이었다.

죽음은 두려워하거나 슬퍼해야 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만남을 기리는 하나의 축제 의식과 같은 것이었다.

죽음의 문턱에서 그들은 슬픔이 아니라 다시 시작될 앞날의 축복을 바랐다.


가족의 의미도 다시금 되새길 수 있었다.

말로만 들어도 따뜻하고 기분 좋은 이름, 가족. 때론 서로 원망도 하지만 진짜 미워하지는 않는다. 가족이니까 영원히 서로를 사랑하고 위로한다.

항상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이고 늘 곁에 있어 소중함을 표현하지 않지만 그렇기에 언제나 항상 사랑한다는 말을 표현해야 한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그리고 중요한 노아의 사랑 이야기.

사랑하는 소녀를 찾아 떠난 여행에서 만난 아리에게서 느끼는 우정과 사랑, 그리고 그 모호한 경계에 있는 감정들을 통해 성장해가는 노아를 볼 수 있다.

하늘에서 만난 존재의 시간이 짧은 구름아이에게서 전하지 못한 진심은 상대에게 없는 것과 다름없다며 상대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온 마음을 다해 자신을 표현하는 사랑의 방법을 배우기 시작하는 노아의 모습은 새로운 인연의 시작을 알린다.

하지만 사랑하는 소녀를 두고 다른 존재에게 그러한 마음을 가져도 되는 것일까? 이대로 노아는 고양이달과 소녀를 포기하는 것인가?

그리고 마지막에 만난 앞이 보이지 않는 신사와는 어떠한 인연으로 다시 만나게 될까?

할머니철새가 말하지 못한 비밀은 무엇일까?

모든 것이 궁금하다.


정말 내가 원하던 어른들을 위한 아름다운 동화를 만난 것 같다. 이야기를 통해 사랑으로 치유받는 느낌이다.

삶에 부딪히기 시작하며 채워지지 않고 뭔지 모를 공허하고 불안한 마음을 가진 20대의 독자들에게 힐링이 될 환상적인 동화인 것 같다.

학창 시절 공부에 지쳐 잠시 잊고 지냈지만 마음속에 숨겨둔 아름다운 동심을 꺼내보면 어떨까?

지치고 허전한 삶에 따뜻한 온기를 맞이하며 『고양이달 2』를 시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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