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달 1 (일러스트 특별판) - 세 명의 소녀 고양이달 (일러스트 특별판) 1
박영주 지음, 김다혜 그림 / 아띠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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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꿈을 처음 꾸었을 때만 해도 그와 나는 행복했다. 나는 꿈속에서 본 신비로운 달에 대해 그에게 설명해 주었고 그는 나에게 그림으로 그려서 보여주길 원했다.

내가 색깔을 못쓰는 걸 알면서도 그는 계속 신비로운 색색의 달을 스케치북에 표현해 주길 원했고, 나는 오랜 시간을 들여 눈부신 검정달을 표현하는 법을 찾아 그에게 그려 보여주었다.

"너도, 나도, 내 사랑도 전부 엉터리야…."

그는 떠났고 카페에는 나와 그에게서 선물 받은 날 닮은 고양이 은율이만 남았다.



그가 떠난 후 매일 같은 꿈을 꾸었다.

언덕 위 소년과 소녀, 그리고 노랑달 속의 파랑달, 그 파랑달 속에 작은 검정달이 하늘에 떠있는 꿈.

그러나 곧 달은 검정달만 남은 채 산산조각이 났고 검정달은 꿈속 세상 모든 것을 삼켜버린다. 소녀는 소년의 만류에도 검정달 쪽으로 달려갔다. 소년은 소녀를 붙잡았고, 검정달만 남은 어두운 세상에 남겨진 소녀는 소년을 볼 수 없어 소년에게서 벗어나려 했다.

갑자기 소년이 내게 말을 걸었다.

"달을 그려 줘."



은율이가 떠나고 나는 카페 앞뜰에서 소박하게 장례를 치러줬다. 은율이가 좋아하는 바이올린 연주까지….

그때 누군가의 울음소리가 들려 눈을 떠보니 낯익은 남자의 뒷모습이 보였다. 은율이 영정 앞에서 격하게 우는 그의 어깨를 잡아당겨 돌아 세운 그와 눈이 마주친 순간 그를 금세 알아보았다.

"달을 그려 줘."



바라별에서 온 노아는 달을 그려달라고 했다. 자신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나뿐이라며.

내가 그를 위해 달을 그려주기만 하면 노아는 바라별 벽면에 내가 원하는 무엇이든 그려줄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 그림은 현실이 된단다.


노아는 매일 카페를 찾아와 손님이 없을 때마다 내게 말을 걸었고 자신의 동화 같은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노아는 소망 통역사였다고 한다.


"너의 얘길 들려 줘."


믿을 수 없는 꿈같은 이야기가 시작되려 한다.

'나'가 있는 곳도 지구별이 아닌가?

왜 노아는 꼭 '나'에게 달을 그려달라고 하는 걸까? '나'는 검정달만 표현할 수 있는데…. 검정달이 꿈에서 소녀와 노아를 빨아들였는데 검정달이 다시 필요한 걸까?


잠시 잊고 지냈지만 마음속에 숨겨둔 동심을 찾아 기쁘게 읽을 어른들을 위한 아름다운 동화를 만난 것 같다. 노아가 들려줄 이야기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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