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네이스 2 아이네이스 2
베르길리우스 지음, 김남우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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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네앗의 함선들은 디도 여왕의 장례식 불꽃을 뒤로하고 바다로 나아갔다. 그들이 깊은 바다로 나온 후 검푸른 먹구름이 뒤덮더니 어둠과 폭풍과 어둔 격랑이 물결쳤다. 키잡이 팔리눌은 에네앗에게 유피테르가 직접 나서 보증해도 이런 날씨에 이탈랴로 가는 것은 어렵다며 멀지 않은 곳에 형 에뤽스의 시카냐 항이 있으니 항로를 바꾸자고 말했다. 이에 에네앗이 동의하자 함대는 아케텟이 다스리는 땅을 찾았고, 아케텟은 동포의 함대를 반갑게 맞이하였다.


하룻밤 잘 지낸 에네앗은 전우를 불러 모아 앙키사의 유골을 맡겨놓은 이 땅에서 앙키사의 성대한 제사를 지내고자 함을 말한다. 이에 제사의 날은 아홉 날 동안 계속되었고, 아홉째 날 제사 경기로 테우켈 전함의 경주와 달리기, 투창과 활쏘기 시합, 투박한 장갑을 낀 권투시합을 개최했다.


경기가 마쳤을 때 유노는 간계를 꾸며 이리스를 일리온 배로 내려보낸다.

이리스는 트마룻 사람 도뤼클의 늙은 아내 베로에로 모습을 바꾸어 트로야 여인들 사이에 들어가 오랜 항해에 지친 트로야 여인들에게 이곳 동포 에뤽스의 땅에 성을 쌓고 도시를 마련하여 트로야를 건설하자고 이야기한다. 그러기 위해서 선단을 불태우자고 이야기하며 먼저 파멸의 불을 힘껏 멀리 던졌다.

허나 여인들은 이곳에서 정착하고 싶은 생각과 약속의 땅에 가야 하는 운명 사이에서 우왕좌왕했다. 그때 이리스가 양 날개로 하늘로 날아올라 구름을 갈라 무지개를 놓으며 떠나가니 이 모습에 여인들에게 광기가 몰려와 함선을 향해 횃불을 내던졌다.


선박 화재를 보고 기병대 사열을 즐겁게 이끌던 아스칸이 먼저 달려왔고 뒤이어 경기장에 있던 에네앗과 테우켈의 군대가 서둘러 왔다. 여인들은 유노가 나가고 제정신으로 돌아오자 동포를 알아보고 하늘 부끄러운 행동인 걸 깨달았고 두려움에 해안 사방 곳곳으로 숲을, 속이 팬 굴을 찾아 도망쳤다.

불길과 화재가 쉽게 잡히지 않자 에네앗은 신들께 구원을 호소하며 손을 뻗어 내밀었다. 그의 호소가 끝나자 전례 없는 폭풍이 밀려와 화염이 모두 진압되었고, 네 척의 배만 잃고 모든 배들이 무사했다.


에네앗은 잔인한 운명을 생각하며 망연자실하여 커다란 근심이 가슴속에 자리 잡으며 막막했다. 시킬랴의 들판에 정착하여 운명을 잊을지 아니면 이탈랴 바닷가를 찾아가야 할지.

그때 트리톤 팔라스의 유일한 가르침을 받은 노인 나우텟이 과업에 싫증 난 이들과 고령의 노인들과 파도에 지친 어미들과 함께하기 미흡하고 위험을 두려워하는 자를 이 땅에 두고 떠나라는 조언을 한다. 그의 조언에 에네앗은 마음이 한없이 갈라졌다.

그날 밤 아버지 앙키사가 유피테르의 명으로 꿈에 나타나 나우텟의 조언을 따르라고 한다. 용맹한 청년들만 뽑아 이탈랴로 이끌어 드세고 험히 사는 종족과 라티움에서 다퉈야 함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전에 저승으로 본인을 찾아오면 그때 모든 후손, 에네앗에게 허락된 도시를 배울 것이라 이야기했다.


에네앗은 전우들에게 유피테르의 명령이자 소중한 부친의 가르침을 일러주었고 어미들과 원하는 인민들, 커단 칭송을 원치 않는 영혼들을 도시에 전입시켰다. 떠나는 사람, 남는 사람 모두 아흐레 잔치를 벌여 제단에 재물을 올렸다. 그리고 에뤽스에게 세 마리 소를, 폭풍의 여신께 양을 바치고 바다로 나가 파도를 갈랐다.

그때 베누스가 넵툰에게 유노의 달래지 못하는 격분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니, 넵툰은 단 한 명의 희생이 있을 뿐 나머지 모두 아벨눗의 항구에 이르리라 말한다.

밤이 되어 모두 평화로운 휴식에 사지를 늘어뜨리고 있을 때 잠의 신이 포르밧을 흉내 내어 키잡이 팔리눌의 앞에 나타나 머리를 뉘고 지친 눈을 붙이라고 말한다. 대신 자신이 임무를 맡겠다고 하나 팔리눌은 거부했고, 잠의 신은 졸음의 가지를 흔들어 그에게 잠을 쏟아부은 뒤 그가 잠들자 키와 함께 그를 바닷속에 던져 넣었다. 넵툰의 약속대로 함대는 거침없이 나아갔다.

그때 에네앗은 배가 키잡이 없이 떠가는 것을 알아채고 직접 배를 조종하며 팔리눌의 운명에 크게 통곡했다.

함대는 마침내 에우보아의 해안 쿠마이에 닿았고, 에네앗은 도착하자마자 무녀 시뷜라의 은밀한 거처 큰 굴을 찾아가는데…….




『아이네이스 2』는 칼타고를 떠나 앙키사의 유골을 맡겨놓은 시킬랴로 돌아가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리고 7년간의 방랑을 끝내고 이탈랴의 쿠마이에 상륙한 뒤 무녀 시뷜라의 도움으로 저승으로 내려가 아버지 앙키사를 만나 운명을 전해 듣고 다시 길을 떠나 목적지인 이탈랴의 튀브릿강에 도착한다. 그리하여 에네앗은 운명에 정해놓은 전쟁을 시작하게 된다. 에네앗이 루툴룻의 투르눗과 싸움을 시작하자 베누스가 에네앗을 위해 자신의 남편 불칸에게 부탁하여 불칸이 정성껏 기술을 발휘해 제작한 에네앗의 무구를 묘사하며 끝난다.


『아이네이스 2』에 나오는 6권, 앙키사를 만나러 저승으로 가는 것은 단테의 『신곡』과 많이 닮았다. 『오디세이아』에 나오는 저승의 모습보다 베르길리우스가 노래한 『아이네이스』에서의 저승의 모습이 훨씬 자세하고 흥미롭게 묘사되어 읽는 이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그래서 단테가 『아이네이스』에서 영감을 받아 『신곡』을 썼고, 베르길리우스도 『신곡』에 직접 등장시킨 것이리라.


아이네아스는 트로이의 위대한 새 조국을 건설하기 위해 싸움을 하게 된다. 아이네아스의 목적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불확실한 미래에 있다. 아이네아스에게는 오직 믿음을 가지고 그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 앞으로 나아가는 것만 존재할 뿐이다.

개인의 부귀와 영달이 목표가 아니라 공동체를 위해 희생과 헌신을 하는 아이네아스의 모습은 로마인들이 바라는 이상적 영웅의 모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나라를 개척하기 위해 위험이 닥치더라도 좌절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에 로마인들은 아이네아스를 칭송하였을 것이다.

그것은 로마인들의 정신일뿐만 아니라 로마 문명에 기반을 둔 서양문명이 기본 정신이기도 한 것이다.


소리 내어 책을 읽으면서 서사시의 운율에 한 번 빠져들면 좀처럼 끝을 낼 수 없을 정도로 흡입력이 대단하다. 명칭의 생소함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원문의 묘미를 최대한 살린 번역임에도 불구하고 읽을수록 이해가 쉽게 되어 어느 순간 주석의 도움 없이 술술 넘어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9권에서 12권에 나오는 본격적인 전쟁 장면을 그린 『아이네이스 3』이 너무나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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