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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네이스 1 ㅣ 아이네이스 1
베르길리우스 지음, 김남우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1월
평점 :
에네앗은 무리를 이끌고 트로야를 도망쳐 바다로 나왔다. 그러나 성난 유노 여신은 결코 그들이 라티움의 땅에 도달하지 못하도록 수많은 세월을 한없이 바다를 헤매 다니게 했다. 시킬랴가 눈에서 멀어지며 칼타고로 향했을 때 유노는 아욜에게 에네앗 선단을 수장하고 그들을 갈라 찢고 그들의 육신을 물에 흩으라 탄원했다.
요청을 받아들인 아욜이 그가 가두고 있던 바람들을 풀어놓으니 온갖 바람의 폭풍이 한꺼번에 바다로 들이닥쳐 에네앗의 선단은 바다에 흩어지고 배들은 속절없이 파괴되었다. 트로야인들은 파도와 폭우에 눌려 목숨을 잃거나 위태로움에 처했다. 그때 바다의 신 넵툰이 자신의 영역을 침범한 동풍과 서풍을 불러 꾸짖으며 조용히 물러나면 죄를 묻지 않겠다 하여 에네앗 일행을 위기에서 구해낸다.
고단한 에네앗 일행은 무사히 리뷔아 해안에 당도할 수 있었다.
베누스가 에네앗의 억울함을 유피테르에게 말하니 유피테르는 그녀를 안심시키며 자신의 뜻이 확고함을 이야기하며 더 나아가 먼 운명까지 이야기하며 베누스를 달랜다. 그러고는 마야의 아들을 디도 여왕에게 내려보내 테우켈족을 환대하도록 자신의 뜻을 전한다.
밤새 온갖 생각을 하던 에네앗은 아카텟 하나만 동행하여 자신들이 당도한 낯선 땅을 살펴보러 출발하매 에네앗의 어머니 베누스 여신이 스팔타 여자 행색으로 스팔타 무기를 들고 여자 사냥꾼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러고는 자신의 언니들을 찾는 척하며 에네앗에게 말을 걸었고, 에네앗은 그녀가 평범한 인간이 아님을 알아채고 자신들이 있는 땅에 대해 물으며 제단에 큰 제물을 바칠 것을 약속한다.
베누스는 시치미를 떼며 디도 여왕과 디도가 황금으로 땅을 사서 세운 칼타고에 대해 이야기해 준다. 이야기를 마친 베누스가 에네앗에게 누구며 어디로 가는지 묻자 에네앗은 베누스에게 신세를 한탄하며 하염없이 탄식을 하자 베누스는 슬픔 가운데 말을 끊으며 하늘의 미움을 샀다면 기필코 살아서 튀리아 도시에 오지 못했을 것이라며 여왕에게 갈 것을 권유한다.
에네앗에게 용기를 주고 돌아서는 베누스를 알아보고 멀리 가는 베누스를 불렀으나 여신은 뒤돌아보지 않고 멀어지며 에네앗과 아카텟을 어두운 안개로 감싸고 두터운 구름 장막을 둘러 보호해 주었다.
도시로 가 디도 여왕을 기다리며 신전을 찬찬히 살피던 에네앗은 일리온 전투를 표현한 그림들을 발견하고 놀라며 눈물 흘린다. 이미 세상에 널리 알려진 전쟁에 관해, 아트렛의 자식들과 프리암, 둘에게 잔혹했던 아킬렛에 관해.
디도 여왕이 신전에 등장하여 노역 과제를 할당하는 중 검은 폭풍에 멀리 다른 데로 쓸려 갔던 안테웃과 셀게툿과 용감한 클론툿을 포함한 다른 테우켈족 병사들이 신전에 들어서며 디도 여왕을 뵙기를 청했다. 그들 중 연장자 일요넷이 침착하게 자신들의 험난했던 여정을 이야기하고 광포한 남풍에 바닷속 깊은 곳에 처박혀 소수만이 이곳 해안에 닿았지만 이곳은 자신들을 받아주지 않는다며 성토했다. 그는 그들이 뭍으로 올라와 깨진 배를 짜 맞추고 노를 갖추어 에네앗이 돌아왔을 때 이탈랴로 계속 항해를 할 수 있도록 빌었다.
이에 디도는 언짢은 마음을 풀기를 권하며 그들을 물심 도와 무사히 떠날 수 있도록 돕겠노라 약조한다. 혹은 원한다면 이곳 왕국에 정착해도 된다는 말을 한다. 그리고 그들의 왕 에네앗도 같이 왔으면 좋았을 것이라 이야기하며 그를 찾는데 전력을 다할 것을 이야기한다.
이에 에네앗은 용기를 얻어 베누스가 감싼 흰 구름을 걷어내고 자신의 신과 같이 아름답고 빛을 뿜는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고는 모두를 향해 이야기하며 그녀의 선의에 감사한다. 이에 시돈의 디도는 그의 몰락에 놀라 달다냐의 앙키사께 베누스가 시멧 강변에서 낳아준 이가 바로 당신이 맞냐며 물으며 그들을 환영한다.
디도 여왕은 여신의 아들인 에네앗의 고난을 안타까워하며 그와 그의 일행들을 자신의 왕국에 받아들이고 신전마다 제사를 모시도록 했다. 그리고 에네앗의 바닷가 일행들에게도 풍부한 식량과 선물을 보냈다.
에네앗은 사무치는 부정으로 서둘러 아카텟을 선단으로 보내 아스칸을 도시로 데려오게 했다. 더불어 자신들이 폐허의 일리온에서 구출해 낸 선물을 함께 가져오라 명했다.
그러나 퀴테레는 디도 여왕의 말을 신뢰하지 않았으며, 유노 여신의 의지에 따라 디도 여왕이 말을 번복하고 환대를 철회할 수 있다고 생각하여 계책을 세운다. 여왕이 유노의 뜻에 따라 마음을 바꾸기 전에 쿠피도가 어여쁜 아스칸으로 용모를 바꾸어 선물을 건네며 광염의 간계로 여왕을 사로잡을 것을 명한다.
여왕과 튀리아 인들은 에네앗의 선물에 놀라고 율루스에 감탄했다. 율루스로 가장한 아모르는 에네앗의 목에 매달리고 품에 안겨 거짓 아비 에네앗의 사랑을 충족시켜주었고, 여왕에게 가서 여왕의 무릎에 앉아 귀여움을 받는 척하며 베누스의 명에 따라 디도의 마음속에서 그녀의 죽은 남편 쉬케웃을 몰아내며 사랑의 열정이 꿈틀거리게 했다.
장발의 요팟이 키타라를 연주하며 이야기를 노래했고, 디도는 율루스로 가장한 쿠피도의 사랑의 덫에 빠져 에네앗에게 프리암을 묻고 헥토르를 캐묻고 아킬렛을 물었다.
디도는 에네앗에게 다나웃의 속임수와 트로야의 멸망과 에네앗의 7년간의 방랑에 대해 물었다. 이에 에네앗은 고통을 삼키며 망국에 관해 이야기한다. 트로야의 마지막을.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는 로마 시대 라틴문학의 가장 위대한 작품이라 평가받고 있다.
이 책은 그런 작품의 원문의 묘미를 그대로 살려 가능한 원문을 훼손하지 않고 최대한 자연스럽게 번역한 책이다. 역자는 총 12권의 미완성작을 삼분하여 마치 삼부작인 것처럼 번역을 하였다고 한다.
『아이네이스 1』에서는 1권에서 4권까지 묶어 이야기하고 있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가 트로이 전쟁에서 승리한 그리스 장군 오디세우스의 이야기라면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는 트로이 전쟁에서 패한 트로이 장군 아이네아스(에네앗)가 신들과의 약속의 땅으로 로마를 건설하러 가는 이야기이다.
『아이네이스 1』은 유노의 분노에 의한 에네앗 선단의 난파와 트로이 전쟁, 에네앗의 방랑과 고난, 디도의 사랑과 죽음, 유피테르의 명에 의해 칼타고를 떠나 이탈랴를 향해 떠나는 에네앗 일행을 노래하고 있다. 로마의 건국을 위한 과정과 신화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놀라운 매력과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이 책에서 무엇보다 압권인 장면은 디도 여왕의 자결이 아닌가 싶다. 신의 간계에 의해 사랑이라는 덫에 빠져 버린 디도의 광기에 사로잡힌 사랑은 그녀 자신뿐만 아니라 칼타코 전체의 파멸과 몰락을 가져온다.
신들은 결코 자비롭거나 관용을 베푸는 존재가 아니다. 그들은 인간의 역사와 감정에 개입하며 무자비한 면모를 가감 없이 그대로 보여준다.
이 책에는 우리가 익히 알던 그리스 신들이나 등장인물들 전부 로마식 이름으로 표기되어 있으며, 그 이름 또한 고대 로마식 발음으로 표기되어 처음 몇 장을 넘기는 동안에는 약간의 혼돈이 있었으나 이내 곧 쉽게 받아들여지며 『아이네이스』가 가진 흡인력에 속절없이 빠져들었다.
『아이네이스 1』에 나오는 아이네아스의 고난과 모험 이야기가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 나오는 오디세우스의 이야기와 상당히 닮아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오디세이아』에서 오디세우스가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고난을 이겨내는 것과는 달리 『아이네이스』에서의 아이네아스는 멸망한 나라를 등지고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러 가기 위해 고난을 이겨내고 극복한다.
아이네아스는 자신에게 부여된 사명인 트로이를 재건한 로마를 건설할 수 있을까?
아이네아스의 모험과 신이 예언한 역사적 사명을 떠올리며 읽을수록 빠져나올 수 없는 매력을 가진 고대 서사시 『아이네이스 1』을 덮고 『아이네이스 2』를 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