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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 허즈밴드
김류현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1년 10월
평점 :
제임스 영은 어떤 사건에 연루되어 누명을 쓰고 8개월을 감옥에 수감되었다가 결국 미국에서 즉시 추방당했다. 분명 친구 로빈이 제임스의 무죄를 입증해 줄 결정적인 목격자를 찾았다고 했는데.
제임스는 약혼자인 제니스를 만나보거나 뉴욕에 있는 자신의 재산과 짐을 정리할 시간도 없이 바로 한국행 비행기에 실려져 한국 땅을 밟았다. 한국 공항의 출입국 직원은 제임스의 서류를 훑어보고 건조하면서도 삐딱하게 환영인사와 그가 향후 10년간 미국과 미국령에 입국 거부됨을 알려준다. 그러고는 오랫동안 불린 적 없던 제임스의 한국 이름을 부른다.
영윤제.
이럴 수는 없는 거라며 발버둥 치는 제임스를 출입국 직원들이 게이트 밖으로 내동댕이쳤고, 제임스는 생각을 그러모아 미국으로 입국할 방법을 모색했다. 일단 약혼자 제니스에게 전화하기로 생각한 제임스는 비록 자신에게 뉴욕의 가게와 아파트가 있지만 지금의 자신은 핸드폰은커녕 동전 한 푼 없는 상태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렇다고 낯선 자신에게 국제전화를 할 핸드폰을 빌려줄 사람은 없을 거라 생각한 제임스는 지나가는 사람들을 둘러보며 어릴 적 미국의 뒷골목에서 익혔던 기술을 써서 핸드폰을 마련한다.
진미는 뉴욕 출장을 마치고 막 공항 출입구를 나서며 본부장과의 통화를 마치고 핸드폰은 겉옷 주머니에 넣은 채 백을 뒤졌다. 제임스는 간단히 그 핸드폰을 손에 넣고 공항을 빠져나가 제니스에게 전화를 걸었다.
몇 번의 잘못된 시도 후 간신히 통화가 된 제니스에게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고 한국으로 와 줄 것을 부탁했지만 오지 못한다는 제니스. 그 이유는 그녀가 임신 중이었기 때문이다. 제임스는 기뻐하며 자신이 돌아갈 방법을 찾겠다고 하지만 제니스는 자신이 임신 3개월임을 밝힌다.
진미는 핸드폰이 없어진 것을 알고 자신의 노트북에 연동된 구글 계정을 통해 핸드폰 위치를 추적해 공항 밖으로 나왔다. 지도에 표시된 부근까지 찾아가 핸드폰을 겨우 발견한 순간 기분 나쁜 마찰음 소리에 시선을 던진 곳에서 멍하니 미동 없이 도로 위에 서있는 한 남자를 발견한다. 진미는 위험하다며 소리 질렀고 넋 나간 제임스는 그 익숙한 듯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분명 아는 얼굴이었다. 제임스의 인생이 추락하기 전날 뉴욕에서 하룻밤을 함께 보낸 여자.
진미도 제임스를 알아보았다. 자신이 지난 8개월 동안 기억에 떠올리며 이번 뉴욕 출장에서 그토록 찾아다녔던 남자. 그런데 왜 그가 저런 눈빛으로 한국에 있는 걸까라는 의문이 드는 것도 잠시 그를 향해 달려드는 헤드라이트 불빛에도 처연히 서있는 제임스를 향해 몸을 날렸다.
교통사고로 인해 진미는 왼쪽 팔에 실금이 간 정도였지만 제임스는 오른쪽 어깨 부상 때문에 수술이 필요하다고 했다. 의식을 잃은 그가 수술실에 들어간 뒤 진미는 경찰들에게 사고의 경위를 이야기했고, 그들로부터 자신의 핸드폰을 훔친 사람이 제임스라는 말을 듣는다. 8개월 전 뉴욕에서와는 다른 제임스의 모습에 느낀 혼란을 뒤로하고 진미는 출근을 해야 했다.
회사에서 진미는 어린 나이에 팀장 승진과 여러 프로젝트의 성공을 이루었지만 이를 시기하는 사람들은 서린그룹 막내아들이자 서린 F&B 본부장인 김석의 빽과 입김이 작용한 것이라며 그녀가 김석의 '오피스 와이프'라는 루머를 만들어 퍼뜨렸다. 그녀가 김석 본부장 부임보다 먼저 팀장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진미는 외식업 실무에 무지한 대학 동기 김석의 실무를 조언해 주는 입장이었고, 김석은 서린그룹 총수의 서자라는 위치에다 자신의 자질을 평가하는 임원들 때문에 이러한 소문을 무시하며 그녀를 옆에 두고 조언을 얻는 입장이었다.
뉴욕 출장에서 쾌거를 이루고 돌아온 진미는 회의에서 자신이 이룬 계약에 대해 보고하고 세부사항에 대해 논의하던 중 제임스의 담당 간호사로부터 그가 사라졌다는 전화를 받는다. 진미는 그가 자신의 거처로 돌아갔을까 궁금해하며 그가 자신의 핸드폰으로 걸었던 미국의 통화 상대에게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몇 번을 걸어봐도 받지 않았다.
진미는 전날 밤 보았던 제임스의 눈빛이 떠올라 그냥 있을 수 없었다. 즉시 조퇴를 신청하고 병원에 들렀다 경찰서로 가 제임스의 실종을 신고했다.
형사와 제임스를 찾아 나선 진미는 어제 연락처를 받아둔 공항경찰에게 연락해 그의 신원을 문의했고 공항경찰은 교통사고가 있던 장소 부근에서 영윤제의 한국 임시여권을 발견했음을 알린다.
그가 뉴요커라고 생각했던 진미는 그가 한국 국적임을 알고 그를 찾고자 했던 뉴욕에서의 수고가 헛수고였다고 생각하며 8개월 전 뉴욕에서 그와의 만남을 잠시 머리에 떠올린다.
뉴욕에서 자신에게 행운을 넘겨 준 그의 소식을 기다리며 병원 로비에 앉아있던 진미는 TV 속 신원미상 남자의 추락 뉴스에 경찰서로 달려갔다. 형사에게 추락 남자를 꼭 확인하겠다고 우기며 형사와 같이 병원으로 다시 향하는 진미의 눈에 제임스가 보였고, 진미는 차를 세워 제임스를 붙들었다.
드디어 찾았다는 안도와 기쁨도 잠시 그가 내뱉는 말은 진미를 당황케했다.
"저를 아세요? 내가 누구죠?"
로맨스 소설이라 하여 로맨틱 코미디에 가까운 장르일 거라 추측하고 소설을 읽었다. 주인공 남녀 간의 티키타카를 예상하며.
그러나 작가는 나의 예상을 사뿐히 가볍게 뛰어넘어 로맨스 추리소설에 가까운 전개를 보여준다. 등장에서부터 드러나지 않은 윤제의 정체에 추측만 무성하게 하며 윤제의 정체를 밝히는데 모든 촉각을 곤두세우며 소설을 읽어 나갔다.
그러나 이내 곧 윤제의 정체 따위는 필요 없음을 깨달았다. 그가 어떤 인물이었든지 그의 과거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식어있던 나의 연애 세포를 뜨겁게 달궈주고 따뜻한 사랑의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인물이라는 것 하나 만으로 과거의 제임스가 아닌 지금의 영윤제라는 존재면 충분하니까.
그리고 이 소설을 읽는 누구나 그가 무슨 일을 저질렀든 무슨 일에 연루되었든 간에 분명 억울한 사연이 있을 것이라 짐작할 것이다. 왜? 이렇게 밝고 따뜻하고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남자는 진리이니까.
그리고 윤제를 이런 뜻하지 않은 곤경에 빠뜨린 원인과 원흉을 알게 되었을 때는 나약하고 알량한 인간의 본성과 본능적 추악함을 대면하게 되어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기억을 잃은 윤제는 자신이 아주 나쁜 사람은 아니었으면,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적어도 진미에게만은 아니길 바란다는 자신의 진심을 진미에게 전한다.
하지만 윤제는 남녀노소 모든 사람들과의 친화력을 선보이는 마성의 남자이다.
그런 사람이 나쁜 사람이었을 리가 있을까?
거기다가 덤으로 귀공자 스타일의 미남 재벌 3세를 오징어로 만들어 버리는 뛰어난 외모를 자랑하는 윤제.
돌아가신 엄마로 인해 차가워지고 허무해진 진미의 공간과 마음에 온기를 불어넣고 삶의 활력을 주는 윤제.
윤제는 자신이 누구인지 기억을 잃었지만 자신의 감정은 솔직하게 표현할 줄 아는 남자다. 기억을 잃기 전 그는 지구 반대편 뉴욕에서 밝고 따뜻한 기운을 진미에게 주었고, 그녀의 삶의 버팀목이자 구원자가 되어 주었다.
그리고 다시 지구 반바퀴를 돌아와 한국에서 진미의 마음을 헤아리며 돌아가신 엄마와의 아름다운 이별과 따뜻한 그리움을 마음에 새길 수 있게 했으며, 공허했던 진미의 마음에 시나브로 스며들어와 안식과 충만함과 포근함을 주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중요한 것을 기꺼이 포기할 줄 알고 같이 옆에만 있어도 숨 막히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사람, 그런 존재가 바로 윤제인 것이다.
1가구 1윤제 보급이 시급하다.
소설을 읽으며 계속 드는 마음은 윤제가 누군가를 먹이고 보살필 때 받는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기쁨을 나도 윤제에게 선사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아주 격하게 기쁜 마음으로 기꺼이.
꿈속의 왕자님이라도 이보다 더 완벽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어디 윤제같은 사람 없나요?
윤제와 진미, 두 사람은 어쩌면 운명이 정해놓은 상대였을까? 뉴욕에서 윤제가 진미에게 이끌려 진미를 알아보았듯이 서울에서는 진미가 윤제를 알아봐 주었다. 지구와 달 사이의 인력처럼 둘 사이에는 서로를 끌어당기는 인력이 존재하였을까? 그 진실을 가늠케 하는 에필로그까지.
로맨스 소설이지만 가볍게 흘러가지 않고 힘들고 지친 마음을 보듬으며 인간 내면의 기저에 깔린 따뜻한 인간애를 바탕으로 사랑의 연애 세포를 조심스럽게 깨우며 전개되는 소설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다시 사랑이라는 것을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하는 윤제를 떠올리며 사랑에 대한 환상을 다시 한번 마음에 품어본다.
이제 곧 다가올 차가운 계절 따뜻한 사랑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윤제의 사랑을 나눠주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