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하지 않는 것들의 세계사 - 인류를 바꾼 98가지 신화이야기
양승욱 지음 / 탐나는책 / 2021년 9월
평점 :
품절



나는 어릴 때 《선녀와 나무꾼》을 읽고 나무꾼에게 날개옷을 빼앗긴 선녀가 평범한 사람들처럼 살다가 날개옷을 돌려받아 입고는 다시 선녀가 되어 하늘로 올라가는 것을 보고 그 날개옷만 입으면 나도 선녀가 되어 하늘로 올라가서 선녀가 되는 줄 알았었다. 그래서 그 선녀라는 존재를 믿고 밤마다 눈을 감고 날개옷을 갖고 싶다는 소원을 빌었던 적이 있었다. 선녀가 된 후 할일 리스트까지 작성했었는데…….

나처럼 누구나 살면서 실제 존재하지는 않지만 존재한다고 굳게 믿는 전설이나 신화적인 존재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런 존재를 한 번쯤은 만나기를 아니면 그런 존재가 되어 보기를 꿈꾸어보기도 했을 것이다.


이 책에는 우리가 여태껏 많이 다뤄왔던 신화 속 존재들 중 제우스나 헤라, 크리슈나, 라, 오시리스 같은 주된 신적인 존재가 아닌 그들 옆이나 혹은 인간들의 생활 속에서 평범한 인간들과 어울려 존재했을 요정이나 정령에 관한 이야기와 정보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에서 다루는 요정이나 정령들은 선한 존재로 때로는 끔찍이 악하고 두려운 존재로 초자연적이며 인간보다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인간에게 영향력을 행사했기에 인간들에게는 동경과 동시에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왔다.

이 책은 이런 존재들을 생명의 파수꾼들, 유혹의 존재들, 공포 유발자들, 보이지 않는 이웃, 물리와 마법의 경계에 있는 존재들이라는 다섯 가지 분류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다.


생명의 파수꾼들은 주로 인간을 수호하고 도움을 준다. 허나 마냥 인간에게 도움만 되지는 않는다. 이들이 선하기는 하지만 만약 인간이 그들에게 예의가 없이 무례하게 대하거나 자신들의 기분이 좋지 않을 때는 인간에게 해악을 끼치기도 한다.

한 예로 노커 같은 경우는 영국의 광산 요정으로 광부들이 일할 때 노크 소리로 위험을 알려주거나 광맥을 알려준다. 하지만 인간의 눈에 띄는 것을 극도로 싫어해 자신을 훔쳐보는 인간을 발견하면 화를 내고, 자신이 사는 광산에서 휘파람을 불거나 욕설을 하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보복을 한다. 최악의 경우에는 평생 다리를 쓰지 못하게 만들어 버린다고 한다.

러시아의 들판을 지키는 요정인 폴레비크는 부지런한 농부를 좋아하여 부지런한 농부의 밭에 침입자가 나타나면 쫓아내지만 게으른 농부는 엉덩이를 걷어차거나 때린다고 한다. 그리고 가끔 이유 없이 사람들을 괴롭히고 밤길 가는 나그네를 골탕 먹이며, 술주정 부리는 사람을 너무 싫어해서 술주정하는 사람은 최악의 경우 죽이기도 한다.














보이지 않는 이웃에는 분류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의 사소한 일상생활 속에 함께 있는 존재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기키모라, 노움, 도깨비, 픽시 등이 그 존재들이다.

중 브라우니는 영국의 집안일을 돕는 요정으로 집안일에 부지런하며 충성스럽다. 그들은 게으른 하녀와 집주인의 물건을 훔치는 하인들에게 벌을 준다.

독일의 코볼트 역시 자신이 거주하는 곳의 집안일을 도와준다. 그들은 명랑한 성격을 가지고 있고 자신이 사는 집과 그 집의 벽난로를 돌보며 하인이 하는 일을 적극적으로 도와준다. 미래를 보는 능력이 있어 그 집안에 닥칠 나쁜 일을 미리 경고하기도 한다. 하지만 무시당하거나 모욕 받았다고 느끼면 문제를 일으키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은 끝까지 괴롭혀 죽음에 이르게 하기도 한다.

아일랜드 요정 푸카 역시 집안일을 도와주는 요정으로 자신에게 친절을 베푼 사람에게는 그 사람 집에 몰래 들어가 빨래와 다림질, 설거지 등을 함으로써 꼭 보답한다. 하지만 자신에게 장난치거나 상처를 주면 잔인한 복수를 한다.


이 외에도 유혹의 존재들로 간코너, 닉스, 세이렌, 칼립소, 켈피 등과 공포 유발자들에는 고블린, 덴구, 버번시, 보기, 알레리 브라운 등이 있다. 물리와 마법의 경계에 있는 존재들로는 그렘린, 다프네, 드워프, 발키리, 팅커벨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한 번쯤은 들어 봤음직한 이름들도 있고 어쩌면 전혀 생소한 이름들도 있다.

나 같은 경우는 여태껏 이름 한 번 들어본 적 없는 생소한 존재들이 너무 많아 신기하고 재미있어 책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인간은 인간이라는 한정되고 나약한 존재의 가치를 뛰어넘어 닿을 수 없는 미지의 존재를 갈망하고 동경해 왔다. 그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마찬가지일 것이다.

실제 존재하지 않지만 인류의 역사 속에는 존재하며 인류와 함께 살아온 미지의 신화적인 존재들.

그들은 신비롭고 초자연적이며 세계 곳곳에 존재한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강력한 매력이 존재한다. 그래서 과학문명이 발달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 문학과 예술작품에는 과거보다 더 빈번하고 매력적으로 그 존재들이 등장하고 있다.


작가는 이 책을 모든 예술가나 창작자들을 위한 지침서가 되기를 희망하며 저술했음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비단 창작자들만을 위한 책이 아니다. 신화와 초자연적인 존재를 좋아하는 청소년들이나 일반인들이 아무런 어려움 없이 읽을 수 있도록 쉽고 재미있게 쓰여져 있다.

현대 과학으로 많은 수수께끼 같은 자연현상을 밝혔음에도 우리는 여전히 미지의 존재의 실존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있다. 그게 진실이든 혹은 상상에 불과하든…….

그러나 확실한 것은 그런 상상력이 이 세상을 더 낫고 풍요롭게 만들어 줄 수 있는 힘이 된다는 것이다.

매혹적이고 신비로운 그러나 결코 흔하지 않은 신화 속 존재들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펼쳐보길 바란다.





*리딩투데이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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