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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들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김선영 옮김 / 새움 / 2021년 9월
평점 :

마카르 알렉세예비치와 바르바라 알렉세예브나는 좁은 마당을 사이에 둔 각기 다른 건물에 살면서 서로에게 편지로 자신들의 일상과 마음을 주고받는다.
바르바라 알렉세예브나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고아 신세가 되었고, 먼 친척 사이라는 마카르 알렉세예비치가 그녀의 보호자가 되어 그녀를 보호하고 보살펴 준다. 마카르 알렉세예비치는 자신의 적은 월급을 아끼고 쪼개어 자신에게 들어가는 생활비와 물품은 최대한 절약하며 바르바라 알렉세예브나가 원하는 것이나 필요한 것들을 사주며 도움이 되고자 했다.
이에 바르바라 알렉세예브나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그녀와 그녀의 어머니에게 도움을 주었던 친척 안나 표도로브나가 바르바라 알렉세예브나에 대해 묻고 다니며 마카르 알렉세예비치는 그녀의 친척이 아니고 자신이 가까운 친척이라며, 바르바라 알렉세예브나가 자신이 베푼 은혜도 모르고 품위도 지키지 못한다는 말을 했다.
바르바라 알렉세예브나는 건강이 좋지 못하여 자주 앓아누웠고, 마카르 알렉세예비치는 비록 자신은 잘 먹지 못하고 힘든 생활을 하더라도 그녀를 위해 자신의 돈의 대부분과 모자란 부분은 새 제복을 팔아 돈을 마련해 그녀에게 필요한 물품을 구해 돈과 함께 그녀에게 보낸다. 이에 바렌카는 감사와 걱정을 표하며 마카르 알렉세예비치가 그녀의 집에 자주 방문해도 된다고 편지에 적어 보내지만, 마카르 알렉세예비치는 벌써 자기 하숙집에 그녀와 자신에 대한 이상한 소문이 돈다며 조심스러워하며 바르바라 알렉세예브나의 몸이 회복되면 밖에서 만나자고 말한다.
바르바라 알렉세예브나는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마카르 알렉세예비치의 호의에 답하기 위해 그가 이전에 알고 싶어 했던 그녀의 어릴 적 기록이 담긴 노트를 찾아 편지와 함께 보낸다.
그 노트에는 바르바라 알렉세예브나가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 살던 시골에서의 이야기부터 그녀의 아버지가 죽은 후 안나 표도로브나의 집에 들어가 살던 시기에 포크롭스키와의 만남과 다툼, 우정과 사랑, 이별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와 그녀 곁에 마지막 남은 사랑하는 어머니의 죽음을 암시하는 이야기까지 적혀있었다.
마카르 알렉세예비치는 여전히 나아지지 않는 형편에 바르바라 알렉세예브나를 위해 봉급을 가불하고 자신의 옷을 팔아 돈을 마련한다. 그리고 그 돈으로 그녀에게 옷과 내의, 모자 그리고 그녀가 부탁하는 물건들을 사주고 그녀를 극장에 데려가는 등 아낌없는 사랑을 표현한다. 하지만 그로 인해 그는 더욱 경제적 곤란을 겪게 되는데…….

이 소설은 나이 많은 하급관리인 마카르 알렉세예비치와 어린 바르바라 알렉세예브나가 주고받는 편지로 구성되어 있다.
편지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남녀 간의 사랑을 노래하는 게 아니라 자신들의 비참하고 가난한 삶에 대해 서로에게 소상히 적고 있다. 그들은 편지를 통해 서로의 삶을 위로해 주고 서로에게 살아가는 목표가 된다.
물론 그들은 가난하여 많이 배우지 못해 고상한 말을 쓰는 것은 아니다.
마카르 알렉세예비치는 바르바라 알렉세예브나를 만나기 전까지 세상에 혼자라고 느꼈다. 세상에서 온갖 설움과 무시를 당하던 그는 바르바라 알렉세예브나를 만나면서 자신을 소중한 존재로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인정하며 세상에 맞서 살아가는 낙을 느낀다.
바르바라 알렉세예브나는 그의 인생을 밝히고 가슴과 영혼을 밝히고 평화를 주었다. 그가 다른 사람들보다 못한 게 아니고 충분히 존중받고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임을 느끼게 해 준 존재가 바로 바르바라 알렉세예브나였던 것이다.
마카르 알렉세예비치는 바르바라 알렉세예브나 때문에 힘들기도 했지만 고생하는 것을 힘들어하지 않는다.
하지만 배고픈 사람들에게 가난은 집요하게 들러붙었다. 가난은 죄가 아니었지만 가난으로 인해 다른 사람들의 무시와 경멸과 조롱 속에 살아가게 된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나아지지 않는 현실의 불행 속에서 결국은 낙담해버리고 방황하는 영혼이 되어버린 마카르 알렉세예비치.
그는 가난으로 인해 극도로 겁에 질리고 극한으로 내몰려 술에 기대기도 한다. 노력해도 끝이 보이지 않는 희망이 없는 삶에 낙담해버려 잘못이라는 것을 알지만 무너져버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가난으로 인한 자기 자신에 대한 존중심을 잃고 추락해버린 것이다.
하지만 마음만은 여전히 따뜻하여 자신보다 어렵고 인생이 꼬여있는 같은 하숙집에 사는 고르시코프를 불쌍하게 여겨 자신도 돈이 궁핍함에도 불구하고 돈을 빌려준다. 그리고 그 사람을 따뜻하게 격려해 준다.
뜻하지 않게 바르바라 알렉세예브나가 마카르 알렉세예비치의 모든 불행의 원인이 되었음에도 마카르 알렉세예비치는 여전히 그녀로 인해 살아간다. 바르바라 알렉세예브나가 기쁨을 느끼는 것을 삶의 희망으로 삼아 살아간다. 그리고 그녀가 당한 재앙과 불행 때문에 늘 우울하고 아파한다.
그런 그들에게 계속 불행에 불행만 덮친다. 둘은 서로의 비참하고 가난한 삶에 도움이 되려고 노력하지만 삶은 전혀 나아지지 않는다.
결국 가난과 고난과 불행을 막아줄 수 있는 현실을 택하게 되는 바르바라 알렉세예브나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행복을 빌어주며 그녀를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마카르 알렉세예비치.
그들은 그들이 바라는 행복을 찾았을까?
바르바라 알렉세예브나만 행복하다면 자신도 기쁘고 행복하다고 말하는 순수한 영혼의 마카르 알렉세예비치를 보며 순수하고 뜨겁고 진실한 사랑의 공명을 느꼈다.
마카르 알렉세예비치는 바르바라 알렉세예브나를 빛처럼 자신의 친딸처럼 가슴을 다 바쳐 사랑했다. 그녀의 모든 것을 열정적으로 사랑했다. 오로지 그녀를 위해서만 살았다.
과연 그들의 사랑이 소설 속에서 주위 사람들이 비난했던 것 같은 남녀 간의 사랑이었을까?
이 소설을 통해 당시 러시아의 가난한 하층민들의 삶과 그들에게 결코 허용되지 않았던 자유사상과 신분제의 불평등에 대한 불만 표출 등을 보며 그들이 느꼈을 수치심이나 외로움, 분노, 아픔 같은 감정들에 공감해 보는 기회가 되었다.
*리딩투데이 지원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