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의 냉장고 - 뜨거운 것과 차가운 것의 차이로 우주를 설명하다
폴 센 지음, 박병철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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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혁명 이후 증기기관은 인류의 주된 에너지원으로 급부상하였다. 이와 더불어 증기기관의 원리, 즉 열에 적용되는 법칙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생겨났고, 그 분야가 바로 열역학이 되었다.

사디 카르노, 제임스 줄, 로버트 클라우지우스, 윌리엄 톰슨, 제임스 맥스웰 등 이후 여러 과학자들이 열을 이해하고 설명하고 증명해내려고 노력하였고, 그 노력 끝에 제0법칙부터 제3법칙까지의 법칙들을 비롯한 수많은 업적들을 내놓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열역학이라는 분야는 아직까지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한 미지의 영역이기도 하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열역학’이라는 단어를 들어봤다면 거의 필수적으로 들어봤을 단어 ‘엔트로피’이다.

엔트로피는 그 자체만으로도 열역학 제2법칙이라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만큼 큰 비중을 가지는데, 쉽게 말하자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자연계의 엔트로피는 항상 증가한다는 것, 즉 시간이 지날수록 사용할 수 없는 형태의 열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등장한 개념이 열 죽음(heat death)이다. 에너지 보존 법칙에 따라 열은 보존되지만, 그 열이 사용할 수 없는 형태로 남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열이 없는 것과도 마찬가지인 상태가 되어버려 우주의 끝이 올 수도 있다는 시나리오다. 물론 다른 시나리오도 많지만.


이와 더불어 열역학하면 빼놓을 수 없을 정도로 널리 알려진 개념이 있는데 그건 바로 ‘맥스웰의 도깨비’라고 알려진 상상 속의 생명체이다. 이 생명체는 찬 공기와 뜨거운 공기를 질량이 0인 가림막으로 분리해놓은 상자를 지켜보면서 평균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분자는 뜨거운 쪽으로, 느리게 움직이는 분자는 차가운 쪽으로 옮겨갈 수 있게 제때 가림막을 여닫는 역할을 한다. 그럼에도 가림막의 질량은 0이기에 맥스웰의 도깨비는 실질적으로 일을 전혀 안 하는 것이다.

이 정도면 웬만한 노동력 착취보다 심하지 않은가? 그럼에도 그게 사실이고, 이 때문에 아마 이 도깨비는 분자만 지켜보다 시력에 문제가 생기고, 가림막을 여닫다가 근육 파열이 발생해도 산재 요청을 못할 것이다.

이 추측은 원래 열역학 법칙의 타당성을 증명하기 위해 시작되었다고 하나, 시간이 지나고 컴퓨터 회로, 트랜지스터 등이 개발됨에 따라 더욱 중요한 의문점에 다다르게 되었다. 그것이 바로 열을 발생시키지 않는 회로.

이에 대한 각종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고, 아직은 이론상에서만 가능하다. 그럼에도 발열이 되지 않는 스마트폰, 각종 불필요한 소모를 줄여 한 번의 연료 충전으로 상상하지도 못할 거리를 주행하는 차 등이 만약 현실이 된다면 상상하기도 어려운 편리함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물론, 반대로 도깨비들은 전 세계 70억이 넘는 악덕 고용주들에게 24시간 부려먹혀지다가 과로사할지도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열역학은 여전히 머리 아프고 어렵지만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스마트폰, 컴퓨터 등 각종 전자기기가 일상에서 공존하는 지금, 조금만 쓰면 금세 손을 튀길 기세로 달궈지는 것은 꼭 해결돼야 할 문제다(지금 이 글을 작성하는 순간에도 노트북 팬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물론 너무 나가는 거겠지만, 고기 굽는데 옆에 있으면 굽는데 쓰이는 열보다 주변 사람들 현기증 오게 만드는데 쓰이는 열이 몇 배는 더 많은 것 같다. 이렇게 바로 보이는 것에서도 느끼듯이, 만약 이렇게 낭비되는 열의 일부만이라도 사용 가능한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다면 아마 지금보다는 몇 배 아니 수십 배는 더 나은 삶, 게다가 지구온난화가 덜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어떻게 보면 어렵고 멀기만 한 '열역학'이라는 분야를 근원부터 발달과정 현재에 이르기까지 알기 쉽게 조목조목 설명해 주어 우리가 당연하게 사용하고 있는 현대의 혁명적 과학의 산물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있다. 열역학에 대해 문외한에 가까웠지만 『아인슈타인의 냉장고』를 통해 어느 정도의 개념을 습득하게 되었으며 과학으로 인한 생활의 편리뿐만 아니라 어떻게 하면 더욱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사용하여 환경을 보존하며 더 나은 삶을 추구할 수 있을까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현대를 살아가는 교양인으로서 한 번쯤은 읽어야 될 과학 교양서라는 생각이 든다.





*리딩투데이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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