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어라, 샤일록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민현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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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키 신고는 엄청난 채용 경쟁률을 뚫고 데이토제일은행에 입행하여 처음부터 도내 대형지점에 발령받고는 탄탄대로의 직장 생활을 꿈꾸었다. 그러나 3년 차 되던 해 난 인사발령은 청천벽력 같았다.

섭외부. 승진에서 밀린 사람들이 간다는 인식이 강한 부서여서 은행 업무에 대해 치우침 없이 알아야 하기 때문에 난 발령이라는 것을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마음은 그렇지가 못했다.

정식으로 신주쿠 지점 섭외부로 소속이 결정된 유키는 섭외부의 전설적 인물 야마가 유헤이 과장이 직속상관으로 있는 팀에 들어간다. 야마가는 법을 준수하는 범위에서 강경하지 않은 방법을 씀에도 불구하고 주저 없고 현실적인 정확한 판단으로 최고의 채권 회수율을 자랑했다. 야마가가 회수에 실패하면 어느 누가 맡아도 실패하는 일이라고들 했다. 주위의 이목에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채권 회수 업무에 열심인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그를 일명 '샤일록 야마가'라고 불렀다.


그런 야마가 밑에서 회수 업무를 배우기 시작한 유키는 야마가로 인해 채권 회수 업무가 나라의 경제가 잘 돌게 하는 업무라는 생각을 갖기 시작하며 섭외부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기 시작한다. 유키는 돈의 흐름이 막히거나 움직임이 멈추면 일본 경제에 피해가 되니, 가망 없는 일에 매달려 있는 채무자들에게 무사히 채권을 회수해 그 돈을 성장 가능성 있는 곳에 투자하는 것이 나라 경제와 민생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야마가의 생각에 공감하기 시작한다.

야마가는 부실 채권 채무자들에게 적절한 조언과 상환 계획을 제시하여 빚을 갚을 수 있도록 유도했다. 그 과정은 다소 악독해 보일 수 있지만 냉정한 현실적인 판단으로 은행과 채무자 쪽이 최대한 서로 좋은 방향으로 처리했다.

그러나 이런 과정은 인정에 호소하는 채무자들에게 냉정해 보였기에 그에게 불평을 하며 원한을 갖는 채무자들이 많이 생겼다. 채무자들은 당연히 갚아야 하는 빚을 갚는 과정이었지만 야마가를 원망하고 증오했다.


그런 야마가가 어느 날 칼에 찔려 살해당한 채 발견되었다.

그를 따라다니며 착실히 섭외부 현장 업무를 배워가고 있던 유키에게 그 사실은 충격이기도 했지만 그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현실적인 일이 문제가 되었다. 바로 야마가 과장이 담당하고 있던 부실 채권 회수 문제.

겉으로 드러난 부실 채권 이외에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채권이 은행 자본 안에 숨겨져 있었고 이 숨겨진 부실 채권은 섭외부 안에서 몇 명만 담당하고 있었으며, 그중 한 명이 야마가 과장으로 그는 정말 심각한 숨겨진 부실 채권을 담당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것은 도자이 은행과의 합병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등 합병이 아닌 흡수 합병이 될 수 있는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수 있는 문제였다. 그래서 섭외부 부장 가시야마는 이 업무를 다른 팀에 어떻게 적절하게 분배할지 고민했고, 이에 유키는 야마가가 담당하고 있던 모든 채권을 전부 자신이 물려받아 마무리 짓겠다고 강하게 설득해서 업무를 전부 물려받게 된다.




대박사건!!

금융 미스터리를 평정하러 나카야마 시치리가 돌아왔다.

『하멜른의 유괴마』는 백신에 대한 소설로 짜릿한 재미와 더불어 백신에 대한 공부가 엄청 됐는데 이번엔 금융 지식과 재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았다.


소설을 읽다 보면 화장실 갈 때 다르고 나올 때 다르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상황들이 계속 나온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어쩔 수 없이 금전적인 빚을 질 때가 있다. 물론 그런 상황이 닥치지 않으면 좋겠지만.

그렇게 자신들이 급하고 필요할 때 돈을 빌려 썼으면서 자신들이 갚아야 하는 당연한 의무는 저버리는 악덕 채무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솔직히 화가 났다. 그들은 애초 작성한 계약서를 무시하며 측은지심 같은 동정심만 바라고 있었다.

부실 악덕 채무자들은 자신들의 실패를 타인의 책임이나 외부 요인으로 전가해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채권자의 희생을 당당하게 요구한다. 그들은 자신들은 갚고 싶으나 어쩔 수 없이 못 갚는 상황이라며 돈을 회수하지 않는다고 누가 불행해지기라도 하냐며 뻔뻔하게 채권을 포기하라고 요구한다. 자신의 돈 1원은 아까우면서 왜 남의 돈 100원은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남들도 하늘에서 돈이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닌데.

그들은 자신이 갚아야 할 돈임에도 불구하고 빚을 갚는 것에 대해 자신들의 돈을 은행에 빼앗긴다고 생각했다. 법을 준수하고 불평을 들을 이유도 없는 야마가와 유키지만 채무자들은 그들을 증오했다.


부실 채무자는 자신들의 능력 범위를 넘어 대출을 받았기 때문에 상환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아니 은행이 처음부터 제대로 된 기준에 맞춰 제대로 돈을 빌려주었으면 제대로 돌려받았을 것이다. 소설 속 야마가의 말처럼 제대로 상환 받지 못하는 것은 애초에 제대로 빌려주지 못한 탓이었다.

채무자들이 주장하는 말처럼 채권자인 은행이 채권을 포기해서 아무도 피해를 안 입는 게 아니라 그 피해가 잔물결 효과처럼 번져나가 확산되어 결국 피해를 보는 사람이 존재하지만 피해를 입는 사람이 당장 눈앞에 보이지 않는 것뿐이다.


은행의 안일한 업무처리 때문에 어린 시절 피해를 봤던 야마가는 자신만의 철학을 내세워 올바른 은행원 본연의 자세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그렇게 노력하는 자신의 긍지를 지켰다.

나는 유키나 야마가를 '샤일록'이라고 부르는 것에 반대한다. 그들은 셰익스피어의 희곡에 나오는 피도 눈물도 없이 돈만 추구하는 샤일록과는 엄연히 결이 다르다. 그들은 법을 준수하는 범위에서 정해진 정당한 권리를 주장한다. 그리고 채무자들을 대신하여 은행과 채무자들이 모두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최대한 고심한다.


소설을 읽으면서 우리나라 은행과 다소 다르면서도 똑같은 상황을 보면서 금융에 대해 이해를 새롭게 하게 되었다. 그리고 야마가 과장을 살해한 범인은 누구일까 읽는 내내 모든 등장인물들을 의심하며 읽어갔지만 빚을 회수하는 과정이 전부 새롭고 재미있어 잠시 범인 유추에 느슨해지기도 했다.


나카야마 시치리는 이 책에서 금융 대출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채무자로 경제인, 신흥 종교인, 정치인, 폭력단 등을 세우며 날카로운 비판의식을 보이고 있다. 금융과 관련된 여러 계층과의 사회 저변에 깔려 있는 이해관계와 문제의식을 제기하며 깊은 이해와 통찰력을 보여주고 있다. 대체 작가의 통찰력의 한계는 어디까지이며 다음에는 어떤 놀라운 소재를 들고 독자들을 매혹시키기 위해 나타날까 벌써부터 기대된다.

시간 순삭 금융 미스터리 강력 추천!!!








*리딩투데이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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