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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 개의 날 1
김보통 지음 / 씨네21북스 / 2021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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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영병 잡는 군인 육군 헌병대 군무이탈체포조 D.P에 관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주인공 103사단 헌병대 군탈체포조 상병 안준호는 일반 헌병대 사병과 마찬가지로 헌병대 소속이며 D.P가 된지 4개월 되었다. 그와 파트너 일병 박성준은 4개월 동안에 탈영 발생 6건에 체포 4건을 할 정도로 유능한 D.P들이다.
머리를 기르고 활동할 때 사복을 입기 때문에 장교나 특수부대 소속으로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부대에서는 탈영병 체포를 쉽게 하기 위해 D.P의 존재를 홍보하지 않고 얼굴이 팔리니 쓸데없는 행사에 얼굴을 내밀지 말라고 단속한다.
그들은 군인인 듯, 군인 아닌, 군인 같은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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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병대는 근무헌병과 차량 운행을 담당하는 수송부로 이루어져 있는데 통합 막사를 쓰다보니 수송부 신병들은 D.P의 존재를 몰라 처음에 당황하는 일들이 종종 있고, 근무헌병들은 그들이 내무생활이 아닌 밖에서 활동해서인지 아니면 그들과 다른 외모의 자유때문인지 그들을 못마땅해한다.
D.P의 위치는 분명 헌병대 내 근무헌병과 수송부 사이 어디쯤이지만 실제로 그들은 그 어디에도 속하거나 환영받지 못한다. 그렇다고 그들은 일반 사회인도 아니다.
탈영은 소속 부대의 담장을 넘는 현지이탈과 휴가를 나와 사라지는 휴가미귀로 나뉘는데 현지이탈의 경우 소속 부대원들이 밤새 인근을 뒤지며 대부분 당일 발견된다고 한다. 상당수 탈영은 휴가미귀로 발생시 탈영병 연고지 헌병대와 소속부대 헌병대 D.P가 동시에 활동하게 된다.
탈영병의 검거율은 95%가 넘고 체포되지 않은 그 나머지는 몇 년씩 철저하게 위장하여 숨어지내는 장기군탈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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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과장은 안준호와 박성준에게 사단장으로부터 내려온 지시를 전달한다. 바로 자신들 부대 장기군탈자들 세 명을 포함한 얼마전 탈영한 최창식을 잡아오라는 것.
박성준은 일병인 자신이 입대할 때 탈영해서 숨어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잡냐며 막막해하지만, 안준호는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지고 접근했다. 바로 부대 내 장기군탈자들은 그들이 잘 숨어서가 아니라 8개월간 한 명도 못잡고 인수인계 과정없이 쌩으로 잘린 그들의 이전 고참들이 열심히 안 쫓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이 찾아내고자 마음만 먹으면 의외로 허무하게 금방 찾아낼 지도 모른다고 추측했다.
그들은 일단 먼저 잡겠다고 보고한 지난달 탈영한 최창식부터 잡으러 나선다.
그들은 헤어진 지 오래된 최창식의 예전 여자친구를 만나 최창식에 대해 물어보았다. 전 여자친구는 헤어진지 오래되어 자신과는 상관없으니 귀찮게 자꾸 찾아오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준호는 나중에 혹시 질문 사항 있으면 찾아오는 대신 메일 보내고 문자하겠다며 메일주소를 물어 알아낸다.
성준은 메일로 물어볼 일까지 뭐가 있냐고 시큰둥하지만 준호는 머리를 써서 전 여자친구의 이메일로 역추적 메일을 보낸다. 성준은 헤어진 지 오래되는 여자 친구가 메일을 보낸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며 회의적이지만 준호는 최창식이 메일에 접속만 하면 그 이메일을 안 보고는 못 견딜거라 확신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탈영의 원인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 폭행이 있었는지 성추행이 있었는지 아니면 개인적인 고민이 있는지 알지 못하지만 D.P는 그저 상부에서 시킨대로 탈영병들을 쫓아서 잡을 뿐이었다.
그런데 이 탈영병들은 뭔가 특수한 사람들이 아니라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가는 그 군대를 간 평범한 대한민국 남자 중의 한 명에 지나지 않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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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최창식은 극히 평범한 남자였다. 그는 잘 해내지는 못하더라도 남들이 하는 것 만큼 버텨낼 수는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려고 했다. 그러나 버틸 수 없었다. 그의 선임은 그가 잘 때 잠버릇으로 코를 곤다는 이유만으로 그를 후미진 곳으로 불러내 구타했고, 밤에 잘 때는 방독면을 뒤집어 쓰고 자야만 했다.
그를 위한 도움의 손길은 없었다. 동기들은 그를 그냥 한심한 듯 쳐다보기만 했고, 소대장은 알면서도 자신의 진급과 안위를 위해 애써 외면했다.
밤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최창식의 군생활은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낮에 근무 설 때 졸아서 선임에게 욕을 들으며 맞고, 다시 밤에는 코를 곤다고 내무반 선임에게 맞고 잠도 못자고….
최창식은 모조리 죽여버리고 자신도 죽어버리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차마 그러지 못했다.
왜? 그는 그냥 평범한 사람이었으니까.
그래서 그가 택한 길은 도망이었다. 그렇게 탈영해서 그는 마음이 편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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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60여명의 탈영병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탈영이란 그저 영화 속에나 나오고 현실에서는 어쩌다가 뉴스에 한 번씩 나오는 이야기인줄 알았다.
내 또래만 하더라도 군대에 다녀온 것을 무슨 전쟁 무용담 들려주듯 하는 남자들이 많았다. 같은 대한민국 안에 있지만 대한민국이 아닌 또 다른 나라 군대.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왜 일어나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그러나 시대가 발전하고 변화한 만큼 군대도 같이 진화를 요구 받았고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요즘은 군인권 신장을 위해 군인권센터, 군인권지키미 같은 것이 있어 군인들의 처우개선 및 인권 보호강화를 위해 애쓰고 있다. 일단 실질적인 장병급여문제나 자기계발 기회부여 등의 일을 추진했고, 가혹행위 근절이나 성에 관한 범죄를 근절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대 내에 가혹 행위는 멈추지 않고 지능적으로 점점 더 교묘해지고 있다. 힘든 곳이라고 해서 가혹행위가 있고, 좀 편한 보직을 받는 곳이라고 해서 가혹행위가 없는 것도 아니다. 가혹행위를 하는 사람들은 학교에서나 사회의 그런 부류들처럼 그저 재미로, 아니면 서열에 따라 힘자랑을 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나 군대의 부대 내 권력의 정점에 있는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지는 가혹행위는 해결가능성이 요원해진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수직관계가 주를 이루는 군대라는 세계에서 그들의 가혹행위는 당연한 듯 받아들여지고 전부 쉬쉬하며 넘어간다고 한다. 해결을 위해서는 구조적 개선이 필요한데 전쟁이나 위급상황시 상명하복이라는 체계가 무너지면 안되는 조직의 특수성상 어떻게 개선을 해 나갈지 모두가 고민해 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21세기에도 끊이지 않는, 아니 오히려 더 지능적이 되어가는 군대 내 가혹행위로 군 사망사고가 끊임없이 들려오는 상황에서 책을 읽다보니 오죽 살고 싶었으면 탈영했을까하는 연민이 들었다. 그들은 살고 싶지 않아 삶에 대한 끈을 놓아버리기 전에 살고 싶어서 도망을 택한 것이니까.
빨리 군인권의 보장을 위한 군인권보호관 제도가 채택·도입되고 정착되어 대한민국의 젊은이가 안심하고 군대에 갈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고참이 억지로 파리를 몇 마리를 먹였는지 모르겠다는 그 사람이 도망간 곳으로 가는 대한민국의 젊은이가 다시는 없었으면 좋겠다.
*리딩투데이 지원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