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9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1/0917/pimg_7114282153115491.jpg)
소(小) 올레 음바티안은 케냐 사바나의 외딴 마을에서 마사이족의 가장 위대하고 전설적인 인물의 이름을 따서 스스로를 닥터 올레 음바티안이라고 칭한 치유사 조부와 그 뒤를 이은 부친 대(大) 올레 음바티안의 금수저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치유사일뿐 아니라 존경받는 훌륭한 마사이 전사이기도 했다. 그는 그 마을에서 추장을 포함한 그 누구보다 부유했고 아내가 두 명이나 있었고 자식도 여덟이나 있었지만 딱 하나, 그의 뒤를 이어 치유사가 될 아들이 없었다.
스웨덴 스톡홀름의 빅토르 스벤손은 네오나치즘 성향을 가지고 페미니스트, 여자, 진보주의자, 다른 인종, 다른 문화, 외국인, 동성애자 등을 혐오하고 경멸했다. 그는 다인종과 여성들이 사회에 진출하여 주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지금의 스웨덴은 망했다고 생각하며, 자신이 스웨덴에서 어떤 형태든지의 정상의 위치에 올라 스웨덴을 자신이 생각하는 올바른 방향으로 바꾸리라 결심한다.
그래서 그는 스톡홀름의 가장 명성 높은 미술 갤러리에 취직하여 자신의 야심을 성취해나가기 시작한다.
빅토르는 갤러리 주인 알데르헤임의 입의 혀처럼 굴어 그를 완전히 홀려 버렸다. 알데르헤임에게는 빅토르와 19년 9개월 차이가 나는 아장아장 걷는 옌뉘라는 딸이 있었는데, 나이 차가 무슨 상관이랴… 빅토르는 옌뉘를 키워 결혼하여 <알데르헤임>이라는 성과 알데르헤임 사장의 사업 전체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 계획을 진행시킨다.
시간이 흐른 어느 날 빅토르의 앞에 과거에 만났던 매춘부 중 하나가 빅토르의 아들이라며 케빈이라는 10대 흑인 소년을 데리고 나타난다. 흑인이라서 자신의 아들이 될 수 없다는 빅토르에게 그녀는 자신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해가 될거라고 했다. 그러고는 자신은 병에 걸렸으니 케빈에게 아버지로서의 책임을 다하라는 요구를 한다. 이에 빅토르는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아이를 돌볼 것을 약속하며 그녀와 모종의 협의를 한다.
그날 이후, 빅토르는 케빈에게 자신은 후견인이라며 사장님이라 부를 것을 강요하며 스톡홀름 외곽의 볼모라에 원룸을 임대해 꼭 지켜야 할 규칙을 몇 가지 이야기해주며 케빈을 숨겨둔다.
시간이 흘러 케빈이 열여덟 살이 되는 날이 다가오자 빅토르는 자신의 앞날에 방해가 될 케빈을 원래 있어야 할 자리로 돌려보내기로 결심한다. 아프리카 대륙으로.
그는 케빈을 방문해 같이 여행을 가자고 제안한다. 케빈은 그들 사이에 여태까지와는 다른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발견하리라 기대했지만 실상은 달랐다. 케냐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도 다른 칸에 탑승했고, 공항에 내려 차를 타고 가면서도 대화는 없었다. 그렇게 달려 광활한 사바나를 지나치고 바깥이 어두워지자 빅토르는 차를 세우고 케빈을 내리게 했다. 빅토르는 케빈을 아까시나무 옆에 내려놓고 작별을 고하며 그대로 스톡홀름으로 돌아왔다.
그 뒤 일은 빅토르가 원하는 방향으로 순조롭게 흘렀다. 옌뉘와 결혼하여 알데르헤임의 성을 가지게 되었으며, 장인은 병에 걸려 죽었다. 이에 빅토르는 할렐루야를 외치며 옌뉘의 모든 재산을 자신에게 기증하게 했고 이 모든것을 자신이 설립한 새 회사에 단돈 1크로나에 매각하여 이혼시 옌뉘의 위자료는 50외레가 되게 만들었다. 50외레는 우리나라 돈으로 60원이라고 한다.
모든 준비를 끝내고 그는 옌뉘에게 이혼을 요구한다.
후고 함린은 우연한 기회에 광고·홍보 스타트업 창업자의 눈에 띄어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며 승승장구한다. 그는 많은 돈을 벌고 상을 받는 성공한 광고맨이 된다. 일은 창의적이고 재미있었으며 삶은 행복했다.
하지만 이웃인 브로만이 쓰레기통을 후고의 우편함 근처 잘못된 쪽에 내놓기 시작하며 삶에 골칫거리가 생겼다. 후고는 악취와 파리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쓰레기통을 올바른 쪽으로 옮길 것을 이야기했지만 브로만은 완고하게 거절했다. 참다못한 후고가 직접 쓰레기통을 진입로의 올바른 자리로 옮겼지만 브로만은 불법이라며 후고를 경찰에 신고한다. 이후 후고는 브로만에게 시원하게 복수할 일을 꿈꾼다. 항상 아이디어를 내며 여러가지 복수의 시나리오를 써내려갔지만 어이없게도 어느 날 브로만이 자신의 정원에서 그냥 고꾸라져 죽어버렸다.
그 후 브로만의 집에는 정상적인 젊은 부부가 이사를 왔고 평화가 돌아왔지만 후고는 허탈감을 느꼈다. 완전한 만족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후 후고가 연 하지절 파티에 참석한 이웃들이 하나 둘 브로만의 결점과 재수가 없었던 점에 대해 입을 모아 이야기하자 후고는 자신이 쓰레기통 문제로 고통받았던 것과 그것으로 인해 복수의 계획을 세웠던 것을 이야기한다. 이에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자신들이 생각하는 통쾌한 복수의 계획들을 이야기했고, 다음날 파티의 후유증으로 늦게 일어난 후고의 머릿속에는 자신의 컨디션과는 별개로 지난밤 이야기를 떠올리며 복수에 관한 사업 아이디어가 번뜩였다.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1/0917/pimg_7114282153115493.jpg)
이야기는 케냐의 마사이족 치유사 올레 음바티안부터 과거 독일의 아돌프와 현재 스웨덴의 주인공들을 거쳐 대한민국 서울의 복수를 원하는 부유한 과부이야기까지 방대한 스케일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주무대는 스웨덴 스톨홀름이지만.
그리고 이르마 스턴의 이야기가 나오며 표현주의 미술에 대해서도 거론하고 있다. 이르마 스턴은 옌뉘,케빈,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의 CEO 후고 함린의 삶을 완전히 바꾸어 놓는다. 물론 주변의 몇몇 소수 인물도 포함해서.
비열하기 짝이 없는 빅토르 스벤손은 자신이 꿈꾸는 독일의 아돌프가 그리던 세상을 이루기 위해 정상에 서기를 원했고, 그에 대한 발판으로 스톨홀름에서 명성있는 미술 갤러리를 거짓과 위선과 음모로 손에 넣는다.
이런 비열한 사기꾼 빅토르에게 속아 전재산을 빼앗긴 옌뉘와 죽음에서 살아 돌아온 케빈은 올레와 후고의 도움을 받아 통쾌한 복수를 한다는 이야기이다. 그 과정에서의 좌충우돌 이야기가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일반적으로 복수를 바라는 고객들에게 합법성의 정도는 관심사가 아니었다. 그들은 처절한 복수만을 원했다.
복수가 복수를 낳아 불행한 사태를 초래할 수 있지만 이 책에 나온 복수는 후고의 적절한 설계 아래 법의 테두리 안에서 합법적으로 이루어져 대부분의 독자들에게 통쾌함을 선사한다.
그리고 이전 작품들에서도 느꼈지만 요나스 요나손은 재치있고 시크한 유머로 독자들을 웃게 만드는 센스를 타고난 작가인 것 같다. 특유의 풍자적인 비꼼이 곳곳에 자리하고 적절한 반어적 표현으로 독자에게 더할 나위 없는 유쾌한 웃음을 주고 있다. 결코 저급하지 않고 한번쯤은 생각을 하게 하며 웃음을 준다.
등장 인물들의 아무말 대잔치가 열려도 유쾌하기만 하다. 예를들어 올레 음바티안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가져왔다는…. 이게 무슨 소리지? Ha ha…
또 한가지, 이 책을 읽으면서 인터넷 정보검색을 많이 했다는 사실.
작가의 예술에 대한 안목에 감탄을 금치 못하며, 책에 나오는 이르마 스턴, 알렉세이 폰 야블렌스키 등 현대 표현주의 화가와 작품들에 대해 찾아보게 되었고, 그들의 작품을 보며 그 작품세계의 설명을 찾아 읽어보며 이해하는 계기도 되었다.
시그리드 예르텐 같은 작가는 아직 우리나라에 생소한 작가인지 그녀에 대한 정보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우리나라에서 접하기 어려운 음식들도 많아 인터넷으로 찾아봤다.
이 책에서 많이 거론되고 올레 음바티안이 반해서 거장 이르마 스턴의 작품의 가격으로 받았던 칼레스 카비아르 샌드위치가 궁금해서 찾아보며 그 맛이 정말 궁금했다. 언젠가 꼭 한 번 먹어보고 싶다.
안전핀을 뽑은 수류탄보다 더 위험한 남자 올레 음바티안의 활약을 유쾌하게 지켜보는 것도 이 소설을 읽는 재미 중의 하나이다.
그리고 아프리카같은 가부장적 전통 사회에서 여성의 지위 개선문제나 동성애 문제같은 것을 무겁지 않게 은근슬쩍 이야기하고 개선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작가의 센스도 눈여겨 봐야 할 것이다.
간만에 복수라는 무거운 주제지만 결코 무겁지 않은 유쾌·상쾌·통쾌한 소설을 읽었다.
*리딩투데이 지원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