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독서
박노해 지음 / 느린걸음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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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지친 삶을 멈추고 잠시 뒤돌아서 나를 반성하고 위안을 얻어 내일의 더 나은 나를 꿈꾼다는게 바로 이런 것이리라.

내가 박노해 시인의 『걷는 독서』를 읽으며 느낀 감상이다.


이 책은 900페이지에 육박하는 상당한 두께를 자랑하는 책임에도 불구하고 크기가 작아 성인이 책을 들었을때 한 손안에 들어 온다는 느낌을 주는 핸디북같은 느낌의 책이다.

페이지를 펼쳤을 때 글로 빽빽하게 차 있는 것이 아니라 왼쪽 페이지에는 사진, 오른쪽 페이지에는 진심을 이야기하는 주옥같은 문장 하나 내지 두 개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책의 여백… 이 책의 여백은 우리에게 읽는 것을 잠시 멈추고 우리의 삶에서 아직은 비워져 있지만 살아가며 채워야 할 것들을 생각하며 사색하라는 의미인 것 같다. 그 여백은 우리가 채워야 할 내면의 고독과 사색의 공간인 것이다. 그래서 읽을 때 문장을 다 읽고 난 다음에도 페이지를 쉬 넘기지 못하고 그 문장에 대한 의미를 곱씹어보고 사색에 잠겨든다.



타인의 인정에 안달하고

거기에 길들여져 갈수록

자신을 잃어버리고 만다.

p.441


이 책에 있는 모든 주옥같은 문장 중에 이 문장은 나에게 가장 큰 울림을 준 말이다.

어찌보면 평범한 진리를 말하고 다 알고 있는 말이었지만 문장으로 쓰여져 읽혀지는 순간 이 말은 나에게 큰 깨달음으로 다가왔다.

살면서 어쩌면 나는 나 자신보다 남의 이목을 우선에 두고 살아 왔는지도 모른다. 남들이 어떻게 보는가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신경을 쓰고 옷을 입고 행동하고 살아왔다. 심지어 독서하며 생각하는 것조차 그래왔다.

인정에 안달한다는 것은 비난을 감수하고 싶지 않다는 것과도 같은 의미일 것이다. 그래서 남들과 다르지 않는 튀지 않는 선에서 타협하며 적당히 나를 순응시켰다. 그리고 남들과 다르다고 생각되는 튀는 언행이나 사고는 숨기고 침묵했다.

그렇게 살다보니 어느 순간 다른 사람과 똑같은 색을 지니고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나 자신은 어디로 간 것일까?

이 문장 하나로 나는 하루종일 고민하며 나의 과거를 반성하고 변화된 내일을 계획했다.



박노해 시인은 이 책에서 화려한 미사여구의 말을 통해서가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 나온 진솔한 한마디 한마디를 통해 영혼의 울림을 선사하고 지친 영혼을 위로하며 나만의 길을 묵묵하게 가도록 응원해준다.


박노해 시인의 말처럼 지금까지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빽빽한 독서를 통해 과시와 장식의 독서를 해 오지 않았을까 반성해 본다. 내면에 머물러 사색을 하는 것에 인색하고 끊임없이 독서를 통해 지식과 경험만을 추구해 오지 않았을까?

박노해 시인은 이러한 것은 우리가 책의 지식을 약탈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지식이 우리의 생을 약탈하는 것이라고 했다.


나는 작가가 이 책을 통해 누구나가 자신의 길을 걸으면서 '걷는 독서'를 하며 언제 어디서라도 잠시나마 진정한 자신을 찾고 자신 안의 생각들을 찾아내어 생각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가 이 책의 여백을 나의 사색의 기쁨으로 가득 채우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그 사색을 통해 내 삶 또한 내가 주도권을 갖고 깨어있고 저항하고 발전하여 의미를 찾아 행복해지기를 희망한다.





*리딩투데이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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