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니콜라이 고골 단편선 새움 세계문학
니콜라이 바실리예비치 고골 지음, 김민아 옮김 / 새움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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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다섯 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단편소설집이다.

<코>에서 여느 아침처럼 아침식사를 하려고 아내에게 빵과 양파를 요구한 이반 야코블레비치는 아내가 던져준 빵을 먹기 위해 반을 가르고 난 뒤 속에 코가 들어 있는 것을 보고는 깜짝 놀란다. 더군다나 그 코는 자신이 면도해 주는 8등관 코발료프의 코였다. 이반 야코블레비치는 분노한 아내의 성화에 그 코를 처리하러 거리로 나왔고, 많은 사람들의 의도치 않은 방해를 이겨내고 이삭키옙스키 다리에서 코를 버린다.

한편 여느 아침처럼 일찍 잠에서 깨어난 8등관 코발료프는 전날 저녁 코 위에 난 뾰루지를 보기 위해 거울을 보고는 자신의 코가 없어진 것을 알고 매우 놀란다. 그는 자신의 코를 찾기 위한 무언가를 하기 위해 집을 나서는데….

어느날 감쪽같이 코가 사라졌는데 그 코가 자신보다 높은 귀족인체 행세하다니.

그러면 그 코는 사람처럼 형태를 바꾼 것일까? 크기는 사람만큼 커진 것일까? 그렇다면 코발료프가 어떻게 자기 코인지 알아봤을까?

코가 처음 발견된 곳이 이발사의 아침식사용 빵 안에서이니 크기가 커진것 같지는 않은데, 사람인 척 옷을 입고 돌아다닌다고 해도 주변사람들이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그를 고위 귀족 대우를 해주는 것도 신기하다.

과연 실제였을까 아니면 코발료프의 꿈이었을까?

<외투>에서 아카키 아카키예비치는 만년 9등 문관으로 다른 관리들이 즐거운 여가시간을 보낼 때에도 자신의 정서하는 일에 빠져 묵묵하고 성실하게 일한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그를 조롱하며 존중하지 않더라도 온순하게 참고 견디며 자신의 일에 애정을 가지고 살았다.

그런 그에게 시련이 닥쳤다. 바로 다름 아닌 페테르부르크의 혹독한 추위였다.

언제부터인지 등과 어깨가 강렬하게 타는 듯하게 느껴졌고 자신의 외투에 결함이 있음을 발견한다. 이에 재봉사 페트로비치를 찾아가 수선을 의뢰하지만 페트로비치는 수선할 수 없는 상태라며 새 외투를 맞출 것을 권한다.

삶의 굴곡없이 무난하게 자신에게 주어진 일만 열심히하며 불만없이 살아가던 하급관리인 아카키 아카키예비치는 의도치 않게 맞춘 새 외투라는 작은 물질에 인생에서 처음 느껴보는 행복이라는 감정을 느끼지만 그 행복은 오래가지 않는다.

그에게 있어서 새 외투는 어떤 존재였을까? 새 외투가 그의 인생에서 행복의 대상이 맞았을까?

새 외투로 인해 느끼게 된 인생의 부조리함.

주인공에 대해 연민의 감정이 드는 작품이었다.

<광인의 수기>에서 9등 문관 아크센티 이바노비치는 아침에 늦게 일어난 것을 알고 관청으로의 출근을 서두른다. 폭우가 쏟아지고 있어 거리에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그 때 아크센티 이바노비치 옆으로 국장의 마차가 지나가더니 상점 앞에서 멈췄다. 그리고 그가 연모하는 국장의 딸 소피가 내렸다. 소피는 상점으로 들어갔지만 그녀의 작은 애완견 멧지는 거리에 남았다.

그런데 그 애완견 멧지가 지나가는 어떤 두 부인의 작은 개 피델에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 개가 인간처럼 말하다니…. 더군다나 그 개는 자신이 피델에게 편지를 썼다고 이야기했다. 개가 말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글까지 쓸 수 있다니….

그렇다. 아크센티 이바노비치는 얼마 전부터 아무도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것들을 이따금 보고 듣게 되었다.

그들의 대화를 듣고 아크센티 이바노비치는 멧지가 피델에게 보낸 편지를 가로채기로 결심하는데….

정신분열을 일으켜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아크센티 이바노비치의 상사가 예전부터 주인공의 머릿속이 뒤죽박죽이고 미친사람처럼 뛰어다니거나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거나 제목을 소문자로 쓰거나 날짜와 숫자를 기입하지 않는다는 말을 한 것으로 보아 원래 정신적으로 약간 문제가 있었던 사람인 것 같다. 개가 말을 하고 편지를 쓴다고 믿는 것만 봐도 그렇다.

그런데 자신이 사랑하는 상관의 딸이 결혼을 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완전 정신줄을 놓는 것을 보고 측은한 마음이 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소로친치 시장>에서는 농부 솔로피 체레비크가 그의 예쁜 딸 파라스카와 사악한 계모이자 무서운 아내 히브랴를 데리고 소로친치 시장에 밀 열포대와 늙은 암말을 팔러 온다. 열여덟 살에 처음 시장을 따라 온 파라스카는 자신들의 짐수레 근처에서 수많은 볼거리를 구경하던 중 그녀에게 반해 쫓아 온 흰색 긴 상의를 입은 청년 골로푸펜코의 아들 그리츠코와 사랑에 빠진다.

한편 체레비크는 시장의 도매상인들이 악마의 '긴 빨간 상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듣다가 자신의 딸과 그리츠코가 서로 껴안고 사랑을 속삭이는 것을 보았다. 체레비크는 그리츠코를 예비 사위로 여기고 그의 아내 히브랴에게 이야기하지만 히브랴는 그가 시장으로 오던 길에 자신에게 진흙을 던졌던 불한당이라며 화를 내며 반대하는데….

옛 우크라이나 시장에서 벌어지는 소동을 유쾌하게 적은 이야기이다. 전해지는 괴담과 연관해 꾀많은 집시가 그리츠코의 결혼을 성사시켜준다.

이 단편을 통해 옛 우크라이나 농민들의 모습과 시장의 모습을 알 수 있어 신선했다.

마지막 단편 <사라진 편지>에서는 포마 그리고리예비치가 고인이 된 자신의 할아버지가 마녀들과 두라크 카드놀이를 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옛날 할아버지는 게트만이 여왕에게 보내는 편지를 전달하는 임무를 맡고는 집을 출발했다. 편지를 모자안에 넣어 잘 꿰매어 머리에 쓰고는 열심히 말을 달려 다음 날 일찍 코노토프의 시장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잡다한 사람들을 보았는데 그 중 자포리자 카자크를 만나 잡담을 나누다가 자신의 임무에 대해서는 완전히 잊어버리게 되었다. 할아버지는 자포리자 카자크와 다른 한 명의 카자크와 술을 마시며 잡담에 잡담을 하며 들판으로 나왔다.

그런데 갑자기 자포리자 카자크가 자신은 오래전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다고 이야기하며 그날 밤 자신을 위해 잠을 자지 말아달라고 부탁한다. 말을 타고 조금 가다보니 술집이 나왔고 다른 카자크는 그곳에서 잠에 빠졌지만, 할아버지는 자포리자 카자크와의 약속을 지키려 잠을 자지 않으려 노력하는데…….

니콜라이 고골의 단편들은 하나같이 우리가 여태껏 접했던 소설과는 결이 많이 다르다.

일상적 이야기가 갑자기 현실적이지 않은 유령과 악마같은 환상적 이야기와 결합되는 것을 보여준다. 또, 하급 관리들이 받는 부당한 대우를 보여주며 불평등한 상황을 일상적으로 이야기하는 등 사회 부조리를 고발하고 있다.

문체도 이제까지 접해 본 것들과 달리 특이하며 약간 난해한 부분이 없지 않아 있으나, 반대로 생각하면 이제껏 접해 보지 못한 신선한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다.

많은 독자들이 '가장 불가해한 러시아 작가 중의 한 명'인 니콜라이 고골의 작품을 읽고 신선한 충격을 접했으면 한다.





*리딩투데이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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