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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심장을 쳐라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평점 :
자신의 이름을 좋아하고 자기가 예쁜것을 알고 있는 마리는 남들의 시선과 질투와 시샘을 즐기며 사는 소녀였다. 그녀는 자신의 앞날은 뭔가 특별하고 굉장할 거라 믿으며 남들의 미래계획은 속으로 비웃었다.
마리는 그 도시에서 제일 잘생긴 올리비에라는 청년과 만남을 가졌다. 마리가 올리비에를 사랑한다기 보다는 당연히 남들의 반응을 생각해서 가진 만남이었다. 다른 여자들이 자신에게 던지는 증오의 시선을 즐기며 마리는 행복으로 충만했다.
그런 그녀가 갑자기 임신이라는 현실에 맞닥뜨렸고 올리비에와 결혼을 하게 된다.
올리비에와 양가 부모, 주변의 가까운 지인들은 전부 기뻐하고 축복을 했지만 마리는 기쁘지 않았다. 사람들이 더 이상 질투와 증오와 시샘에 찬 시선을 보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임신 기간 내내 먹을 때를 제외하면 잠만 잠으로써 임신이라는 현실에서 도피하려 했다. 어린 나이에 임신을 해 자신의 청춘이 끝나 버렸음을 속으로 한탄했다. 이런 마리의 속내를 모르는 올리비에는 한없이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마리를 바라보며 아기가 태어나기를 고대했다.
드디어 아기가 태어났지만 마리는 어떤 감정도 느끼지 못했다. 올리비에는 감격에 겨워하며 이렇게 예쁜 아기는 처음본다라는 경탄의 말을 내뱉었고 이 말에 마리는 심장이 얼어붙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올리비에는 아기가 여신같이 아름답다며 이름을 디안으로 하겠다고 말했고, 이 말에 마리의 심장은 얼어 붙어 버렸다.
아기를 보러 집에 찾아오는 친구들 역시 디안을 보고 예쁘다며 탄성을 질렀고 그럴수록 마리는 디안이 보기 싫어 눈길이 닿지 않는 곳에 눕혀두었다.
마리의 부모님의 반응 역시 똑같았다. 예쁘다고 축하의 말을 하는 디안의 할아버지의 말에 마리가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할머니는 알아챘다.
다른 사람과 비교를 통한 우월감이 삶의 원동력이었던 마리는 집에서 힘없이 누워만 있었고, 이런 마리를 위해 올리비에는 약국에서 일할 것을 제안했다. 이로 인해 디안은 마리의 부모님에게 맡겨지는데, 할머니는 마리가 자신의 딸 디안을 병적으로 질투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고 그 사실을 할아버지에게 이야기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손녀에게 애정을 쏟아 부었고, 하루종일 잊혀진 채 방구석 요람에 누워만 있던 디안의 일상은 달라졌다. 끊임없이 존재하게 되었던 것이다.
어느 날 마리가 디안을 부모님 댁에 데려다 주었을 때 할아버지가 디안을 칭찬하며 반기니 마리는 차가운 질투의 목소리로 쏘아 붙였다.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마리를 정확하게 봤다는 것을 깨달았고, 디안이 충격을 받지 않도록 디안에게 그 상황을 설명해주며 엄마가 질투가 나서 그러는 것이라고 했다.
그제야 디안은 그녀의 엄마가 그녀를 사랑하는 것을 막는 존재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저도 알고 있었어요."
한 인간의 일그러진 질투의 추악함은 어떻게까지 표현될 수 있을까?
이 소설에 나오는 마리는 남과 비교를 하고 험담을 하면서 자신을 돋보이게 하며 행복감을 느낀다.
마리는 자신의 딸이 자신보다 주목을 받자 질투를 하고 방치한다. 마리는 유치원 선생이 디안을 칭찬하자 유치원을 옮겨버리겠다고 화를 내는 비상식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딸에게 고통을 주는 행위를 하는 것은 못본척 지나치며 만족해 한다. 물론 디안이 꾀를 내어 자신이 힘들다고 했던 것이지만.
디안의 남동생 니콜라가 태어났을 때 마리는 니콜라에게는 정상적인 애정을 보인다. 과하지도 모자르지도 않은 엄마로서의 정상적 사랑.
그래서 디안은 마리의 질투가 자신이 여자이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하고 감수하고 살려고 했다. 아마 독자들도 마찬가지 생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셋째 셀리아가 태어났을 때는 달랐다. 마리는 셀리아가 여자아기였음에도 셀리아에 대한 사랑이 흘러넘쳐 주체하지 못했다.
셀리아에 대한 엄마의 사랑을 보면서 디안은 매일이 지옥같았고, 과한 모성애의 대상인 셀리아를 미워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했다. 그리고 주위는 의식하지 않고 보란듯 과장하며 아기에게 지나치게 애정을 쏟는 마리도 미워하지 않도록 노력해야했다. 디안은 마리의 이런 모습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마리는 왜 같은 여자아이임에도 셀리아에게는 지나친 사랑을 퍼부었을까?
마리의 질투의 원천은 여자라는 성에 기인하지 않았던 것이다. 단지 자신에게서 청춘을 가져가고 자신보다 주목을 끈 최초의 대상으로서의 디안을 질투했던 것이다.
그래서 마리는 디안이 자신과 똑같은 질투를 느끼며 자신이 빠졌던 절망의 구렁속에서 허우적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디안에게 보란듯이 셀리아를 향해 과한 사랑을 퍼부었던 것이다.
디안이 대학에 진학하여 만났던 올리비아 역시 일그러진 본성을 가진 여자였다.
그녀는 아름답고 자신감 넘치고 생기넘치는 매혹적인 인물이었다. 디안은 그녀와의 관계를 통해 새로운 삶의 의미를 갖기를 바랐다. 디안은 그녀를 닮아가고 싶어했다. 그녀의 추악한 본모습을 알기 전까지는.
올리비아는 실제로는 출세를 바라는 전형적 속물근성을 가진 여성으로 겉과 속이 많이 다른 인물이었다. 디안은 그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지만, 그녀는 디안이 희생한 모든것을 원래부터 자신의 것이었던 마냥 이용하고 착취한다.
또한 올리비아에게 있어서 남편과 딸은 그저 구색을 맞추고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액세서리에 불과했다.
괴팍한 남편은 명성이라도 가지고 있지만 모자른 딸 마리엘은 드러날 경우 자신에게 흠이라 생각하여 경멸하여 방치한다. 디안은 이런 마리엘에게 연민을 느끼고 관심과 애정을 쏟아붓는다.
이 소설은 비뚤어지고 왜곡된 모성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인간 본연의 비뚤어진 감정과 욕구에 대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삶이 주는 부조리한 고통과 잔인한 배신에 좌절하지 않고 굳은 심지로 자신의 평화와 행복을 찾아가는 디안의 노력과 인내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자신은 받지 못했지만 자신과 같이 방치된 마리엘에게 진실한 사랑을 줄 수 있는 마음에는 존경심까지 들었다.
인간 삶을 채우는 본질과 그로 인해 영향을 받는 우리의 삶과 인간관계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소설이었다.
*리딩투데이 지원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