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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 미제라블 - 인간의 잔혹함으로 지옥을 만든 소설
빅토르 위고 지음, 서상원 옮김 / 스타북스 / 2021년 8월
평점 :
1815년 10월, 시청에 제시했던 노란색 여행증 때문에 모든 여관과 선술집, 일반 가정집에서도 거절당하고 심지어는 교도소와 개집에서 조차도 쫓겨난 장 발장은 추운 날씨임에도 실내에 머물것을 포기하고 광장의 돌의자에 누웠다. 그 때 교회에서 나오던 친절한 늙은 부인이 미리엘 주교의 집으로 가보라고 알려주었다.
장 발장은 미리엘 주교의 집에서도 쫓겨날 것을 각오하고 자신의 이름과 신분과 자신의 신세를 전부 이야기하는데, 뜻밖에도 주교는 장 발장을 따뜻하고 깨끗한 침대에서 재워주고 저녁식사도 대접한다.
과거 장 발장은 과부가 된 누나와 조카 7남매를 위해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몹시 추웠던 어느 겨울, 장 발장은 일자리를 잃었고, 굶주린 조카들을 위해 빵 한 개를 훔치다 체포되었다. 거기다가 총을 가지고 밀렵을 했던 전력이 그를 더욱 불리하게 만들어 유죄를 선고받고 징역 5년에 처해졌다.
장 발장은 감옥에서도 누나와 일곱 조카들 걱정 뿐이었다. 그는 계속된 탈옥과 반항으로 가중처벌을 받았고, 결국 19년의 세월을 감옥에서 보내게 되었던 것이다.
1815년 말 몽트뢰유쉬르메르에 나타난 장 발장은 마침 그때 시청에서 일어난 화재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불 속에 뛰어들어 아이들을 구출했는데, 그 아이들은 헌병대장의 아이들이었다. 그 이유로 장 발장은 노란색 여행증을 제시하지 않아도 되었다. 이후 그는 사람들에게 마들렌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마들렌은 흑옥 세공에 기발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얼마 안 되는 자본으로 공장을 세워 운영하여 성공시키며 그 고장에 이익을 가져다 주었을 뿐만 아니라, 고장과 빈민들을 위해 선행을 베풀며 살아갔다.
그러던 어느 날 짐을 산더미처럼 실은 마차에 포슐방 영감이 깔리는 사고가 발생했고, 마들렌은 자베르 경감이 혐의와 억측의 눈빛으로 노려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포슐방 영감을 구하기 위해 무거운 마차를 들어올려 그를 구한다. 그후 마들렌은 자신의 병원으로 포슐방을 데려가 치료해 주었고, 회복 후에는 수녀원의 정원사로 취직시켜 주었다.
마들렌은 몽트뢰유쉬르메르에 온지 5년만에 그 지방에 대한 공헌과 고장 사람들의 강력한 요청으로 시장이 된다. 시장이 되었어도 그는 검소했으며 자신의 임무에 충실했다.
1818년 어느 봄날, 여공인 팡틴은 남편이 죽고 일거리마저 없어져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에 파리 근교의 몽페르메유에 있는 테나르디에 부부가 경영하는 여관을 지나갔다. 팡틴은 두 여자아이가 있는 테나르디에 부인에게 자신의 딸 코제트를 맡아달라고 부탁했고 매달 7프랑을 받는 댓가로 테나르디에 부인은 승낙한다.
그러나 테나르디에 부부는 선량한 노동자나 교양 있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하층 계급과 중류 계급의 모든 나쁜 점은 다 가진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코제트를 빌미로 팡틴에게 점점 더 과한 양육비를 요구했고 쓰지도 않은 항목의 큰 금액의 돈을 팡틴에게 요구했다.
팡틴은 고향 몽트뢰유쉬르메르의 공장에 취직해 얼마되지 않은 급여를 받으며 그 돈을 쪼개 테나르디에 부부에게 양육비를 보내고 나머지는 자신의 생활비로 썼다. 그녀는 일하는 데서 참된 행복을 찾았지만 이것은 오래가지 않았다.
자신이 기혼자라고 말할 수 없었던 팡틴은 조심스럽게 테나르디에 부부에게 돈을 보내고 편지를 썼지만 비밀을 오래가지 않아 드러났다. 그녀에 대해 좋지 않은 억측의 소문이 났고 어떤 사람은 몽페르메유까지 가서 아이를 보고와서 소문을 냈다. 이 일로 공장의 여감독은 마들렌이 시킨것이라며 위로금을 주며 그녀를 해고했다. 물론 마들렌은 이 일에 대해 전혀 몰랐다.
이후 팡틴은 삯바느질을 하거나 탐스러운 머리카락을 잘라 팔고 심지어는 이를 뽑는 등 고생을 하며 돈을 마련했으나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창녀가 되는 길을 선택했으나 다툼이 일어났고, 자베르가 나타나 팡틴을 체포하는데….
정말 명작은 몇번을 읽어도 시간이 오래 지나도 그 감동이 변하지 않는 것 같다.
소설을 읽다 보면 당시 프랑스의 잘못된 사회 구조가 하층계급을 더욱 비참한 삶으로 몰고 갔음이 잘 드러나 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교육이나 의료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장 발장도 감옥에서 읽는 법을 배웠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장 발장은 아침부터 자기전까지 온 종일 품팔이를 해도 입에 풀칠하는 것조차 힘들 정도였다. 닥치는 대로 일을 했지만 삶은 나아지지 않았고, 겨울에는 그런 일조차 없었던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만약 그들에게 배움의 기회가 주어졌다면 좀 더 나은 직업을 구해 끼니를 걱정할 필요가 없지 않았을까?
그리고 지배계급은 하층 계급의 작은 범죄에도 가혹한 형벌을 내렸다. 그들은 국민들이 굶어 죽든 말든 관심도 없고 자신들의 안위에만 신경썼다. 그들은 탐욕스럽고 비인간적이고 무자비했다.
장 발장은 사소한 잘못으로 너무 가혹한 처벌과 고통을 받는다.
그리고 죗값을 치뤘어도 그것은 노란색 통행증이라는 영원한 주홍글씨가 되어 그를 따라 다녔다.
장 발장은 책임감 있고 성실하고 누구보다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었다.
젊은 시절 누나의 집에서 살다가 매형이 죽자 자신이 누나의 식구들을 맡아 먹여 살린 것이나, 아무 관계가 없는 팡틴을 불쌍히 여겨 그녀의 딸 코제트를 테나르디에 부부로부터 구출해 자신이 맡아 키운 사실을 보면 알 수 있다.
자베르 같은 경우 악당으로 여겨지지만 당시 시대의 기준에 비추어 봤을 때 그는 자신의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원칙을 중시하는 인물이었다. 전과자는 반드시 노란색 통행증을 시청에 신고해야 되는데 장 발장이 이를 숨기고 마들렌이라는 가명으로 살고 있으니 이는 당시의 법을 어겼던 것이고 자베르가 장 발장을 잡으려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수행한 직무들은 자비없이 너무 가혹한 처사였다. 그래서 그가 성실히 자신의 직무를 수행했음에도 읽는 독자들은 그를 비난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가 약간의 자비심을 베풀어 코제트를 데려올 수 있는 시간만 주었더라면….
그런 그가 나중에 장 발장이 자신을 구해준 은인이라는 개인적 동기 때문에 경찰로서의 일방적 책무를 저버리고 고민하다가 센강에 몸을 던지게 된다. 그는 자신을 구해준 장 발장을 체포할 수가 없었고, 그러는 것은 교도소에 가야할 죄인이 법보다 위에 있어 법을 짓밟는 불명예스러운 일이라는 생각에 갈등한다.
당시 사회체제가 잘못되었고 법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자베르가 인지했더라면 장 발장과 마리우스를 놓아주는 일이 사회를 배반하는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도 자살을 택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제목처럼 등장인물들 전부 불쌍한 사람들이었다.
이 소설을 읽으며 등장인물들의 삶을 통해 당시 프랑스 시대를 엿볼수 있었고, 장 발장을 평생 고통과 불행에 빠뜨린 당시의 잘못된 법을 보면서 법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독서카페 리딩투데이 지원도서입니다*